변호사 김백영
Ⅰ. 시간의 향기
1. 자연의 향기
옛사람은 시간에 향기를 심어두었다. 대표적인 것이 1개비당 30분 단위의 향(香)을 들 수 있다. 불가(佛家)에서는 향 1개비를 태우면서 좌선에 몰입하였다. 중국에서는 향인(香印)을 가지고 시간을 측정하는 수단으로 사용하기도 하였다. 글자판에 향가루를 넣고 불을 붙이면 시간이 흐르면서 글자 모양의 재를 남긴다. 시간은 묵혀져야만 향기를 낸다. 화살처럼 지나가거나 KTX처럼 달려서는 향기를 낼 수 없다. 철학자 한병철은 오늘날을 시간의 위기라고 진단하고 시간의 위기는 위기에 봉착한 활동적인 삶이 사색적 삶으로 다시 자기 안에 받아들이는 순간에 비로소 극복된다고 한다.
통도사 서운암의 된장에서 들내음을 지닌 시간의 향기가 나고, 마르셀 프루스트(Marcel Proust, 1871-1922)의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찿아서”(민음사간 13권)에서 프루스트가 마들렌 조각이 녹아든 홍차 한 숟가락을 기계적으로 입술에 가져가고 그과자조각이 섞인 홍차한모금이 내 입 천정에 닿는 순간 감각과 연결된 어릴적의 기억을 회복하듯이(1권87쪽) 자갈치 명물식당에서 내온 삭힌 무김치에서 어릴적의 시간의 향기를 맡는다. 지리산 산골식당 가마솥에 장작불을 때서 익히는 밥에서 비와 바람과 해의 향기를 느낀다. 한적한 산골 오두막에서 길어온 샘물을 화로에 끓이고, 다구를 데우고 차를 우려서 마시는 한 잔의 작설차에서 안개와 이슬, 바람과 달빛의 향기를 느낀다. 조니워커 블루라벨 21년산에서 스코틀랜드 토탄의 그윽한 태고적 향기를 느낀다. 뽕나무를 심고 잎을 따서 누에를 치고, 누에고치에서 실을 뽑아서 짠 하얀 비단에는 사람과 누에가 보낸 시간의 향기가 난다. 이 비단은 낙타 등에 타고 장안을 출발하여 로마까지 나아갔다. 이 시간의 향기가 비단길(SilkRoad)을 만들어 내었다. 차나무를 심고 찻잎을 따서 덕거나 발효시켜 차를 만들고, 뜨거운 물에 우려내면 역시 시간의 향기가 난다. 보이(普洱)차는 운남의 리장(麗江)에서 말 등에 태워져 티베트를 거쳐, 네팔 인도까지 긴 여행을 하였다. 이 시간의 향기가 차마고도(車馬古道)를 만들어 내었다.
일본 구로베 우나즈키(黑部 宇奈月) 온천에 있는 엔라쿠(延楽) 료간의 3,000년 수령의 히노키(檜 )로 만든 노천탕에서 몸을 담그고 대산(對山)을 보며 수천 년 세월의 향기를 느낀다. 규슈 (九州)다케오(武雄)시 다케오신사(神社)에 있는 수령 3,000년 녹나무에서 생명력의 영겁의 향기를 맡는다. 이탈리아 북부 톨로미테(Dolomites)의 촛대 같은 기암괴석을 보고 걸으면서 태고의 시간의 향기를 느낀다. 미국 옐로스톤(Yellowstone) 국립공원에서 올드 페이스풀 간헐천(Old Faithful Geyser)의 온천 분수를 보려면 시간을 삭혀야 한다. 히말라야의 안나푸르나, 록키산맥, 킬리만자로, 그랜드캐니언을 트래킹 하느라면 시간은 뭉치고 뭉쳐서 흩어지지 않는다. 시간이 흩어지지 않으면 그 향기는 더욱 진하다. 나이아가라 폭포, 이과수 폭포, 빅토리아 폭포를 들여다보느라면 시간은 정지해버린다. 오직 폭포의 성색(聲色) 뿐이니 사람도 시간도 사라지는 것이다.
미국 매사추세츠 콩코드에 있는 월든(Walden) 호수를 한 바퀴 돌고 바위에 앉아서 호수를 바라보느라면 헨리 데이비드 소로(Thoreau 1817-1862)가 고독과 사색에 잠긴 삶의 향기가 느껴진다. 오늘날 찰나간에 휘발하는 시간을 지금(now) 여기(here)에 붙잡아 두려면 정념(正念,sati,/mindfullness)이란 말뚝에 시간을 매어두어야 한다.
2. 박물관, 미술관의 향기
박물관이나 미술관에 가면 오래된 시간의 향기를 만날 수 있다. 우리나라의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주로 백자등 조선의 시간의 향기를, 국립경주박물관에서 금관등 신라의 시간의 향기를, 특히 보문단지 내 솔거미술관에서 소산 박대성화백위의 한국화 작품을 통하여 신라 천년의 묵향의 향기를, 국립공주박물관에서 박산향로를 통한 백제의 시간의 향기를 맡을 수 있다. 대만 고궁박물관에서 중화의 시간의 향기를, 교토나 도쿄의 박물관에서 섬나라에 흘러온 선진문물의 시간의 향기를, 대영(British)박물관이나 루브르(LOUVRE)에서 그리스, 로마, 이집트의 시간의 향기를, 프라도(Prado)에서 에스파냐 왕가의 향기를,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에르미타주(Hermitage) 미술관에서 러시아의 향기를, 오스트리아 빈(Vienna) 미술사 박물관에서 합스부르크 왕가의 화려한 시간의 향기를,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보스턴 미술관, 필라델피아 미술관, 시카고 미술관, 댈러스미술관 등 유수한 미술관을 가보면 신흥국가 미국의 성공한 시민이 실천한 노블레스의 시간의 향기를 맡을 수 있다.
3. 건축의 향기
필자는 요즈음 천하를 주유하면서 만나는 건축물을 들여다보고 있다. 인류가 나무에서 살다가 지상으로 내려와서 동굴 등에 의지해 살다가 움막을 짓는 것부터 시작하여 주거용, 상업용, 산업용, 공공용 건축물을 건축해오고 있다. 처음에는 실용성에 중점을 두었으나 권력이 탄생하고부터 권위나 장엄이라는 요소가 더해졌을 것이다. 우리가 너무나 잘 알고 있는 다음 건축물은 누구나 시간의 향기를 맡을 수 있을 것이다.
이집트 기자지구에 있는 쿠푸왕의 피라미드(BC 2560)로부터 “빛은 동방(orient)에서” 느낄 것이고, 아테네의 파르테논 신전(BC 438)으로부터 서양 건축의 전범을 볼 것이고, 로마의 판테온(pantheon,BC432)으로부터 로마 영당(靈堂)의 영광을 우러러보고, 이스탄불의 하기야 소피아(Hagia Sophia, AD537)에서 동로마제국의 흥망성쇠의 영광과 슬픔 그리고 이슬람제국과의 각축을 그려보고, 만리장성 중구베이커우(古北口) 장성에 올라보면 중화민족과 이민족 간의 대결의 함성과 영웅호걸의 기개가 들리고, 특히 연암 박지원이 이곳을 지나면서 성벽에 “건흥 45년 경자 8월 7일 야삼경, 조선의 박지원 이곳을 지나가다.” 글씨를 남겼으나 지금은 찾아볼 수가 없다. 다만 마오쩌둥(모택동 毛澤東)이 1932년 장성에서 읊은 심원춘설(心園春雪) 시한편이 후일 장제스(장개석 蔣介石)을 누르는 계기가 되었다.
인도 아그라(Agra)의 타지마할(Taj Mahal, 1653)에서 황제 샤 자한(1592-1666)의 영원한 사랑은 새벽빛이 대리석에 떨어져 핑크빛으로 물들고, 달빛을 받아 무덤이 아닌 동화 속의 성으로 변모한다. 러시아 모스크바 붉은 광장에 있는 상트 바실리 블라제누이 대성당(Cathedral of St. Basil the Blessed, 1561)의 양파 모양의 돔은 소용돌이치는 색채와 함께 어린 시절 꿈꾸던 동화 속의 성으로 데려간다. 티베트 라사(Lasa)의 포탈라궁(Potala Palace, 1697)은 언덕 위의 하얀 집으로 시간의 위태로움과 함께 원력에 의하여 삶의 수레바퀴에 뛰어든 역대 달라이 라마의 시간의 궤적을 드러내고 있다. 런던의 국회의사당 빅벤(Big Ben, 1870)은 시간의 지배자가 국민이고, 의회주의가 이곳에서 시작되었음을 알려준다.
프랑스 북부지방 루앙(Rouen)에 있는 루앙 대성당(1063)은 클로드 모네가 하루 중 빛의 흐름에 따라 시간의 색채를 보여주고자 그린 루앙 대성당 연작 30여 점을 통하여 과거로 여행할 수가 있다. 파리의 에펠 탑(Eiffel Tower, 1889)을 통하여 현대 건축에 철강의 시대가 도래할 것임을 시간을 앞당겨 보여주고 있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근교에 멈춘 풍차는 대항해시대 영광으로 빛나던 네덜란드 황금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스페인 바로셀로나의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Sagrada Familia, 세칭 가우디 성당, 1882~)은 끈질기게 성장하면서 살아가는 시간을 보여준다.
독일 드레스덴(Dresden)에 있는 츠빙거(Zwinge) 궁전 미술관에는 어린아이가 바로 천사라고 보여주는 라파엘로의 ‘시스티나의 성모’를 통하여 지상의 천사를 만나볼 수 있고, 도자기 박물관에서 중국과 일본에서 배를 타고 건너온 명품 도자기를 통하여 동양 자기의 시간을 볼 수 있다. 오스트리아 비엔나 합스부르크 왕국의 벨베데레(Belvedere Museum, 1723) 궁전 내 미술관에 있는 구스타프 클림트(Gustav Klimt)가 남긴 ‘키스(Der Kuss)’에서 황금빛 시간을 느낄 수 있다. 캄보디아 앙코르와트(Angkor Wat, 1190)에서 힌두교의 현세주의 사상을 보여주는 행복한 미소를 띤 석상이 우리를 반긴다. 인도네시아 자바섬에 있는 브로부두르 사원(Borobudur Temple, 825)에서 시계방향으로 붓다의 일생이 조각되어있다. 여기서 시간과 삶의 무상을 읽을 수 있다.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Rio de Janeiro) 코르코바도 산 정상에 있는 “예수상”(1926-1931)을 우러러 보고, 그와 시간을 함께 하고자 그 몸속으로 들어가 본다. 페루 쿠스코 잉카 유적지 마추픽추(Machu Picchu)에서는 경주 황용사의 폐사지에서 느낀 시간의 황량함을 떠올린다. 멕시코 치첸이트사(Chichen Itza)에 있는 엘 카스티요(El Castillo) 피라미드를 보고 이집트 기자(Giza)에서 출발한 왕의 피라미드가 고구려 장군총을 거쳐 안식 여행을 마치고 깨어나 백성의 피라미드가 되어 삶 속으로 들어갔음을 알려주었다. 일본 미에(三重)현 이세신궁(伊勢神宮, 690)에서 20년 주기로 본전의 이축을 통하여 순환되는 시간의 원형을 볼 수 있고, 시간의 원형(圓形)은 시작도 없고 끝도 없다. 조지아(Geogia) 게르게티 트리니티(Gergeti Trinity) 수도원은 해발 2,170미터 산꼭대기에 세워져 구름에 쌓여 영원을 희구하는 숭고함을 통하여 시간의 영원성을 간직하고 있다.
서울의 종묘(宗廟,1395)는 조선왕조의 위패를 모신 곳으로 과거 현재 미래로 나아가는 시간의 운동성과 아울러 정전앞의 텅빈 공간을 통하여 시간의 정지성을 보여준다. 일본의 건축가 세이이치(白井晟,1905-1983)은 동양의 파르테논이라고 이를 극찬하였다.
Ⅱ. 현대 건축물 순례
1. 시간의 여정과 건축예술
개별 여정은 일정과 목적지를 스스로 짜서 실행하게 되므로 자신의 기존 정보를 바탕으로 할 수밖에 없다. 간혹 여행지에서 예상치 못한 행사나 장소를 발견하는 이외의 기쁨을 누리기도 하거니와 때로는 여행을 마치고 돌아와서 알게 된 정보를 통하여 놓친 것을 알게 되면 아쉬움이 남는다. 연초 가나자와 여행을 마친 후 알게된 이시가와현립도서관을 추석연휴때 다시 찿게 되었다.
이글은 필자가 미술과 건축에 관심을 가지고 시간을 보낸 곳을 대상으로 단순한 정보를 제공하여 관심 있는 분들에게 참고하도록 하는데 있다. 백문이 불여일견(百聞而不如一見)이듯이 현장에 가봐야 오감으로 생생히 느낄 수 있다. 도판은 생략하였다. 인터넷으로 간단히 검색할 수 있기 때문이다.
건축예술(Architecture)이란 존 러스킨(John Ruskin, 1819-1900)에 의하면 “무슨 쓰임새를 위해서든지 인간이 세운 건축물의 모습이 인간의 정신적 건강함, 힘 그리고 즐거움에 기여하도록 그 건물들을 배치하고 장식하는 예술이다”라고 한다.
러스킨은 건축의 7원칙을 다음과 같이 제시하였는데 모더니즘 건축 이전의 건축지침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고 이들 건축물을 이해하는데 유용하다.
① 봉헌의 등불 : 유용성이나 필요성에 의하는 것이 아니라 귀중한 것을 바치는 정신
② 진실의 등불 : 건축재료와 기법이 진실해야 하고 속임수는 안된다.
③ 힘의 등불 : 건축에서 아름다움은 자연의 모방에서 온 것이나 그에 의하지 않고 인간정신에서 나오는 배치나 규제로 인한 품격을 갖춘 건물은 그 정신의 힘에서 숭고함을 갖는다.
④ 아름다움의 등불 : 자연 속 유기체들의 외관에서 도출되는 아름다움을 형상화
⑤ 생명력의 등불 : 삶의 활력의 충만정도에 비례하여 고결하게 된다.
⑥ 기억이 등불 : 역사적 의미를 지닌 것을 만들고 보존해야 한다.
⑦ 복종의 등불 : 사물은 그 지배하는 법칙에 복종하여 그에 상응한 위계에 따라 위엄을 갖춘다.
2. 르 코르뷔지에:도쿄 국립 서양 미술관, 취리히 르 코르뷔지에 파빌리온
프랑스 국적의 르 코르뷔지에(Le Corbusier,1887-1965)는 “주택은 살기 위한 기계이다”이다고 선언하고 근대 건축의 5원칙을 제시하였다. 이 5원칙은 ①필로티 ②자유로운 파사드 ③자유로운 평면 ④수평창 ⑤옥상정원이다. 2016년 유네스코는 르 코르뷔지에 사망51주기에 프랑스, 스위스, 독일, 벨기에, 아르헨티나, 인도, 일본 7개국 17개 작품을 세계문화유산에 등록하였다. 그를 근대 모더니즘 건축의 아버지라 부른다.
우에노(上野) 공원에 있는 국립 서양 미술관의 본관은 그가 설계하였다. 이 본관은 2016년 세계문화유산에 등록되었다. 필자가 2024.10.28. 방문한 스위스 취리히 호른공원에 있는 르 코르뷔지에 파빌리온(pavillion,1964-1967)은 르 코르뷔지에 유작으로서 인공 연못을 조성하고 강철과 유리로 아담하게 만들었고 현재 르 코르뷔지에 기념관으로 개방하고 있는데 매우 세련되고 아름답다. 그는 합리주의 건축의 국제적 양식 속에 서양 건축의 기조인 고전주의 미학을 조화시켜 철근콘크리트 건축의 새로운 국면을 개척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대표적인 건축으로 프랑스 롱샹에 세워진 롱샹 순례자 성당(Chapelle Ronchamp,1955), 파리 푸아시(Poissy)에 있는 빌라 사보아(Villa Savoye,1929), 아브렐에 있는 생 마리 드라 투레트 수도(1960), 마르세유(Marseille) 시테 라디우스(Cite Radieuse), 피르미니(Firminy) 문화센터(Maison De La Culture)은 언젠가 가보고 싶다. 다큐로 “르 코르뷔지에가 꿈 꾼 유토피아”(2023)이 있다.
3. 프랭크 L. 라이트: 시카고 로비 하우스와 홈앤 스튜디오, 뉴욕 구겐하임, 도쿄제국호텔
시카고대학 구내에 있는 시카고 로비 하우스(Robie House, 1909)는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Frank Lloyd Wright, 1867-1959)가 설계한 것으로 2층 주택으로 칸막이벽 없이 연속된 내부 공간의 구성과 크고 길게 튀어나온 처마와 벽에 의한 수평선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프랭크가 설계하고 지어서 거주와 작업을 한 주택1동과 사무동1동으로 구성된 시카고 오크 파크에 있는 홈 앤 스튜디오(Home and Studio)는 현재 그의 기념관으로 개방되고 있다. 프랭크는 광활한 지형을 기반으로 자연과 조화되는 유기적인 건축을 그의 특징으로 삼았고, 자연의 건축가로 불린다. 이러한 건축은 일본을 여행하는 동안 일본 건축 양식, 예컨대 일본의 긴 처마, 미닫이문 등 칸막이에서 받은 영감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일본인의 정서에 맞았는지 일본 도쿄의 데이코쿠(제국 帝國)호텔도 그의 작품이다. 제국호텔은 1890년에 개업하였다. 그가 설계한 제2본관(지상5층 지하1층)은 1919년 착공하여 1923년 준공되었으나 1968년 노후로 철거가 결정되자 건축계의 반발로 역사적 가치가 인정되어 아이치(愛知)현 이누야마(犬山)시 박물관 메이지무라(明治村)로 이축되어 보존처리가 되었다. 그의 대표 작품으로 폴링 워터(Fallingwater 낙수장, 1935)라고 명명된 카프만 저택이 유명하다. 말년에 달팽이 모양의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을 설계하고 완공을 보지 못하고 사망하였다. 그는 구겐하임 미술관 설계 당시 계단 대신에 나선형 램프를 사용하여 유기적이고 명상적인 공간을 만들고자 했다. 공사 당시 이러한 내부 디자인은 많은 반대에 부딪혔으나, 시간이 너무 앞으로 나아가면 안목이 없는 그 시대인에게 현기증을 주는 것이다. 오늘날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었다.
4. 루드비히 미스 반 데어 로에:뉴욕 시그램 빌딩, 베를린 신국립미술관
루드비히 미스 반 데어 로에(Mies van der Rohe, 1886-1969)는 독일 아헨 출신의 미국인이다. 그는 유리와 철을 이용하여 극도로 명확하고 단순한 건축을 추구했다. ‘적을수록 풍요롭다(Less is More)’, ‘신은 디테일에 있다(God is in the detail)’ 라는 명언을 남겼다. 그는 뉴욕 맨해튼에 있는 38층 높이 159.6m 시그램 빌딩(Seagram Building, 1958)과 베를린 신국립미술관을 설계했다. 유리로 만든 커튼월과 단순미, 미니멀리즘 정신이 깃들어 있고, 현대 도시 오피스 건축의 전범이 되었다. 베를린 신국립미술관은 건물의 옆면이 다 유리벽으로 둘러 쌓여 있고 수평의 지붕과 수직의 유리벽이 대비를 이루고 있다. 우리나라의 김중업이 설계한 한국 최초의 마천루 서울 3·1빌딩도 그의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다큐로 “미스 반 데어 로에의 여인들”(2024)이 있다. 흔히들 르 코르뷔지에,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 미스 반 데어 로에 3명을 모더니즘건축의 3대 거장이라고 부른다.
5. 단게겐조
단게겐조(丹下健三 1913-2005)는 2차대전후 일본국가 프로젝트를 이끈 인물이고 일본 건축계에 절대적 영향력을 끼친 건축가이다. 그는 고교시절에 르 코르뷔지에 관한 신문기사를 읽고 건축가가 되기를 결심했다. 히로시마평화기념공원 및 평화기념자료관(1955), 다카마츠에 있는 가가와(香川)현청사(1957), 도쿄에 있는 국립 요요기경기장(1964), 도쿄 성마리아대성당(세키구치대성당, 1964) 도쿄도청사(1991) 야마나시(山梨)현 고후(甲府)시 야마나시문화센터(1966)은 모두 그가 한 설계이다. 단게겐조의 종교는 카톨릭이고 이런 연유로 성 마리아 대성당을 설계한 것이다. 그의 문하에서 뒤에서 보듯이 미키 후미히코, 이소자키 아라타, 구로가와 기쇼, 다니구치 요시오, 한국의 김수근 등 기라성같은 인물들이 나왔다. 그는 1987년 일본인 최초로 프리츠커상을 받았다.
6. 돌(石)의 교회
돌의 교회는 일본 나가노현(長野) 가루이자와(輕井澤)에 1988년 세워졌다. 미국인 건축가 켄드릭 뱅스 켈로그(Kendrick Bangs Kellogg, 1934-2024)가 설계한 개신교 교회이다. 이 건축가는 유기적 건축의 대가 프랑크 로이드 라이트의 영향을 받았다. 그는 건축지형을 살려서 자연과 잘 어울리는 자연적 재료를 써 건축을 실현하였다. 돌과 유리로 된 아치형 천정은 동쪽에서 서쪽으로 호를 그리며 유리를 통하여 쏟아지는 빛이 태양의 궤적에 따라 시간대로 다른 느낌을 불러온다. 입구의 긴 회랑을 거쳐 예배당에 이르면 예배당 왼쪽 안벽에는 고사리 등이끼식물이 수직정원을 이루고 석벽을 따라 흘러내리는 청량한 물소리가 울리고, 정면은 유리창으로 마감하고 있으며, 창문 뒤로 멀리 푸른 자연정경이 펄 쳐져 천국을 연상케 한다. 중세에 창문을 통하여 원근법이 발견되었다. 창은 좌석에서 보면 동양적 미학의 천원지방(天圓地方)을 연상시킨다. 이 교회는 일본의 개신교 사상가이자 무교회주의자 우치무라 간조(内村鑑三, 1861-1930)를 기념하기 위하여 세워진 것이다. 지하에 우치무라 기념당이 있고, 여기에 우치무라 간조의 유품이 전시되고 건축가 켈로그에 대한 설명이 담긴 비디오 방영을 볼 수 있다. 필자로서는 평생 순례한 성당과 교회 중 가장 감동적인 교회였다. 우치무라 간조의 사상을 요약하면 ‘의식이나 제도를 지키기 위해 분쟁을 일으키고 기독교 신자 이외의 사람들을 배척하며 세력 확장을 꾀해 영향력을 늘려가는 교회는 진정한 교회가 아니다. 기도하고 싶은 자가 자유롭게 모일 수 있는 장소가 교회가 지녀야 할 참모습이다. 자연 속에 신이 있다.’라고 한다.
우치무라 간조는 기독교의 일본화를 추구하였다. 신도(神道)가 일본인의 삶을 지배하는 밑바탕인 사회에서 유일신 기독교가 뿌리 내릴 수는 없는 것이다. 우치무라 간조의 사상에 따라 오늘날 일본의 비기독교인 젊은이라도 결혼식은 교회에서 하는 것이 하나의 풍조이다. 우치무라 간조의 사상은 한국에 무교회주의자 김교신(1901-1945), 함석헌(1901-1989), 유영모(1890-1981), 노평구(1912-2003)란 인물을 낳았다. 돌의 교회 바로 옆에 이 지역 전통 초가지붕을 본 딴 소박한 고원(高原)교회, 우치무라 간조가 당대 지성인과 교류했던 호시노유학당(星野遊學堂) 건물이 있다.
7. 빛의 교회, 물의 교회, 바람의 교회, 물의 절
빛의 교회는 오사카 근교 이바라키(茨木)시에 있는 개신교 교회로서 1989년 완공되었다. 연면적 113.04m로 된 노출 콘크리트로 단층건물로 정면에 십자가형(十字架型) 유리창을 만들어서 빛을 받아들이는 구조이다. 십자가는 그리스도교의 상징일 뿐 아니라 이 빛은 태초의 생명을 말한다(요한복음 1장). 물의 절은 효고현(兵庫) 아와지(淡路) 섬에 있는 불교 진언종 본복사 사찰로 1991년 완공이 되었고, 경사지에 지어진 노출 철근콘크리트 건물이다. 옥상에 수조와 연꽃으로 장식되고 옥상 중간 계단을 통하여 아래로 내려가면 빛과 그림자로 어우러진 오묘한 공간을 만날 수 있다. 그밖에 일본 홋카이도 유후쓰(勇払)군 시무칸무라나카(占冠村中) 토마무에 있는 물의 교회는 1990년 인공연못에 마치 떠있는 것처럼 노출 콘크리트와 유리 소재를 이용하여 건물로 지어졌다. 예배당 정면은 연못을 바라보고 연못 위에 교회건물 높이보다 낮은 철재 십자가를 설치하고, 십자가와 정면 사이는 오픈 공간으로 처리했다. 바람의 교회는 효고현 나다(灘)구 롯코(六甲)산에 있는 예배당으로 롯코 오리엔탈호텔의 부속시설이다. 롯코산 정상 부근에 1986년에 지어졌고, 긴 회랑을 갖춘 유리창과 노출콘크리트 소재로 지어졌다. 필자는 아직 물의 교회와 바람의 교회는 가보지 못했다. 빛의 교회는 주택가에 있으면서 교인들이 실제 예배당으로 사용할 목적으로 건축한 것이므로 지금도 정상적으로 교회로 사용되고 있으나 나머지 2곳은 성스러운 공간적 의미의 상징적 건축물로서 주로 결혼식장 용도로 사용되고 있다. 모두 소규모의 교회로써 우치무라 간조의 정신을 담고 있다고 보여 진다. 이 건물들을설계한 사람은 안도 타다오이다. 안도는 공고를 졸업하고 복서(boxer)로서 활동한 특이한 사람이다. 세계 건축 여행을 한 후 건축가로서 새 삶을 출발하여 독학으로 세계적 반열에 올라 도쿄대학교 교수를 거쳐서 1995년 프리츠커상을 수상하였다. 안도는 빛과 물, 노출철근콘크리트 소재, 건물로 진입하는 동선을 통하여 서프라이즈 느낌을 주도록 하는 등 그의 주요한 건축철학으로 삼고 있다.
8. 효고현립미술관, 나리와미술관, 타기노레리엔, 예술의 숲 미술관, 포트워스근대미술관, 피노컬렉션
고베항(神戸)에 접해 있는 효고 현립미술관은 1995.11.17. 발생된 고베 대지진으로 파괴된 지역을 재건하면서 2002년에 개관하였다. 이 미술관은 옥상에 고깔모자를 쓴 줄무늬 개구리(Kobe Frog)가 손님을 맞이한다. 건물에 들어서면 원형 계단을 통하여 위로 올라가도록 이끌고 있다. 2층 옥상에 설치한 안도의 청춘(靑春)과 희망을 상징하는 푸른 사과 조각, 2층 전시실에 안도의 건축일대기관이 있다. 오카야마현 다카하시(高梁) 시에 있는 나리와(成羽) 미술관(1994)은 옛 성벽 터 위에 세워졌다. 필자는 구라시키에서 다카하시역까지 지방철도를 이용하고 그곳에서 나리와행 버스를 타고 이 미술관을 보고자 시간을 썼다. 이 건축물은 옛 성터 위에 노출 콘크리트로 짓고, 인공물길과 연못을 만들어 마치 천수각과 해자를 상징화하였다. 입구와 출구 동선은 일본성의 천수각의 동선을 응용하여 동선이 꺾이면서 새로운 상황을 맞게 되는 서프라이즈를 선사하고 있다. 이 미술관은 이 지역 출신 화가 코지마 토라지로(鹿島 虎次郞, 1881-1929)를 기념하여 개관하였으나 현재의 건물은 1994년 안도 타다오가 설계하여 건축된 것이다. 코지마 토라지로는 구라시키(倉敷)에 있는 오하라 미술관의 설립자 오하라 마구 사부로의 컬렉션을 도우고, 오하라(大原)미술관까지 태동케 한 인물이다.
삿포로의 마코마나이 타기노레이엔(真駒内滝野霊園)에 2015년 개관한 부처의 언덕이 있다. 부처의 머리 대불관으로 들어가는 입구에 설치한 물의 정원이 있고, 이 물의 정원을 거쳐 긴 터널을 통과하면 대불관이 나온다. 어머니 마야부인 산도를 통과하여 도솔천에서 하강한 붓다를 상징한다. 삿포로시 미나미구의 구릉지에 위치한 예술의 숲 안에 “예술의 숲 미술관”이 1990년 개관하였다. 이들 모두 안도 타다오의 물, 빛, 노출 콘크리트 기법의 건축이다. 미국 텍사스주 포트워스(Fort Worth)에 있는 근대미술관은 2002년 물과 빛을 이용하여 노출 콘크리트로 완공한 대규모 건축물이다. 물이 부족한 사막의 인공적 오아시스 건축물인 셈이다.

파리에 피노 컬렉션(Pinault Collection) 미술관이 2022년 개관하였다. 기존의 증권거래소를 리모델링하여 피노컬렉션으로 변모시켰다. 이 리모델링 설계를 안도 타다오가 맡아 하였다. 효고 현립미술관에서 보인 원형 공간 철학을 확장 발전시켰다고 보인다. 2024년 올해 한국의 보따리 미술 설치작가 김수자가 전관을 거울왕국으로 연출해서 피노 컬렉션 미술관을 뒤집어서 보여주었다. 우리나라 원주에 있는 산(山) 뮤지엄은 한솔제지오너 이인희가 모은 컬렉션을 기반으로 하여 산 정상에 세워진 미술관으로 인공물길과 연못을 만들고 노출 콘크리트로 건축하였고, 입구에 들어서면 물길을 가르는 중앙 통로에 조각가 알렉산더 리버만(Alexander Liberman, 1912-1999)이 제작한 아치웨이(Arch Way)를 통과하여 전시관에 들어설 수 있다. 아치웨이는 일본 신사의 도리이(鳥居)를 연상시킨다. 물은 정화의 상징으로 성소에 들어가려면 다리를 이용하여 물을 건너거나(불교사찰양식) 물로 신체를 정화해야 한다. 예컨대 카톨릭의 성당입구의 성수에 의한 성호긋기, 이슬람의 모스크입구 발 씻기, 일본 신사의 입 헹굼과 손 씻기 등이다. 제주 서귀포에 2012년 개관한 본태 박물관은 물과 자연환경을 고려한 노출 콘크리트 기법, 2017년 개관한 “유민 아르누보 뮤지엄”이 모두 빛과 물, 자연환경을 조화시킨 노출 콘크리트기법의 건축물로 안도 타다오의 건축철학을 엿볼 수 있다. 안도 다다오의 이러한 물과 빛에 관한 철학에 영향을 받은 건물로 전북 남원의 김병종 시립미술관을 들 수 있겠다. 다큐로 “안도 다다오”(2016)이 있다.
9. 사가와 미술관
교토 부근에 있는 시가(滋賀)현 모리야마(守山)시 비와코 호수 동쪽에 있는 사가와(佐川) 미술관은 1988년 개관하였다. 사가와 택배 회사가 창업 40주년을 기념하여 건축한 것으로 미술관 건물은 온통 사방이 인공연못의 수면에 둘러싸여 물위에 있는 떠 있는 미술관으로 비친다. 이 미술관의 특징은 대표화가 히라야마 이쿠오(平山郁夫, 1944-1992)의 실크로드풍경화, 조각가 사토 추료(佐藤忠良, 1912-2011)의 조각, 도예가 라쿠키치 자에몬(樂吉左衞門, 1949~)의 도자기 작품으로 채워진 상설전시관 3동과 다실 1동으로 꾸며져 있다. 설계와 시공은 1610년 개업한 다케나카 공무점(竹中工務店)이다. 설계자 개인 인물은 확인을 못했다. 개인보다는 팀워크를 중시하는 것으로 보인다.
10. 미호 미술관, 루브르 피라미드 미술관
1997년 개관한 미호 미술관은 교토역에서 기차를 타고 이시야마(石山)에 내려서 버스를 타고 50분을 가야 도착한다. 미호 미술관은 중국계 건축가 이오밍 페이(貝聿銘,Leoh Ming Pei 1917-2019)가 설계했다. 중국의 도화원기에 영향을 받아 입구에서 터널을 통과하여 공중다리를 건너서 미술관에 도착한다. 미술관은 깊은 산 속에 위치하고 있다. 드러난 건축물은 숲속에 솟아있어 깊은 산속의 사찰과 같은 느낌을 준다. 미술관 건물은 1/4만 지상에 3/4는 지하를 활용하고 있다. 미호 미술관 내지 미호 박물관은 무릉도원, 도원향(桃源鄕)을 상징한다. 미호 미술관을 건축한 자는 종교단체 신지 슈메이카이(神慈秀明會)창시자 고야마 미호코(小山美秀子, 1910-2003)이고, 종교가 본시 나그네 신세를 끝내고 태어난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을 기본으로 하는 만큼 고향이 우리가 쉴 곳이고, 보물은 고향에 있는 것이다. 이오밍 페이는 자연지형을 그대로 살리고 일본 전통 지붕양식과 유리와 철강이라는 현대 재료를 잘 사용하여 보물창고를 잘 구현하였다.
이오밍 페이는 철재와 유리로 만든 루브르 피라미드 미술관(1989)을 설계하였고, 1983년 프리츠커상을 받았다.

11. 교토 국립박물관, 도쿄 국립박물관, 다이세츠 미술관, 가나자와 건축관, 뉴욕 모마
1999년 도쿄 국립박물관 평성관, 2014년 교토 국립박물관 평성지신관, 2019년 가나자와 건축관이 완공이 되었는데 모두 처마 밑에 물 연못이 있고, 처마에서 이곳으로 내린 열주형 기둥이 특색이다. 가나자와 스즈키 다이세츠 기념미술관은 2011년 개관하였다. 선불교를 미국에 전한 스즈키 다이세츠(鈴木大拙, 1870-1966)를 기념하여 만들었다. 정면 우측에 기념관 건물이 들어서고 좌측에 사각형 인공연못이 들어서고, 그 위에 명상관이 떠있다. 오른쪽은 채움의 미학이고, 왼쪽은 비움의 미학이다. 이 모두를 다니구치 요시오(谷口吉生,1937- )가 설계하였다. 아버지 다니구치 요시로(谷口吉郞,1904-1979)와 함께 이시카와(石川)현립 도서관을 설계하였다. 그밖에 도요타(豊田)시 미술관도 설계하였다. 특이한 점은 다니구치 요시오는 게이오대학 기계공학과 졸업을 며칠 남겨두고 아버지의 친구 건축가겸 교수로부터 건축을 하는 것이 좋겠다는 권유를 받아들여 하버드 건축대학원으로 진학하고 건축가가 된 후 세계적인 건축가로 성장하였다. 탁월한 인간은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생각되면 기득권을 모두 버리고 단호히 갈 길을 바꾸는 자이다. 보통 아버지가 저명한 건축가이므로 설계사무소를 이을 수 있으므로 이공계 진학을 할 것이라면 건축학과로 진학할 것인데도 기계공학과로 진학한 것을 보면 자신의 눈에 비친 부친의 건축가의 삶이 그다지 좋아 보이지 않았다는 것을 짐작 할 수 있다. 그런데 홀연히 부친 친구가 아마 건축가의 국제적인 안목과 다가올 미래를 제시하였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어떤 새로운 각성을 하였을 것이다. 다니구치 요시오는 2004년 뉴욕의 모마 현대미술관을 리노베이션 설계를 맡아 국제적 명성을 얻었다. 흔히 미니멀리즘 건축의 대가로 꼽힌다. 다니구치 요시오는 1993년 프리츠커상을 받았다.
12. 도쿄 국립 신미술관, 나고야 미술관
도쿄 국립 신미술관은 도쿄 미나토구 롯폰기에 있는 미술관으로 2007년 개관하였고, 컬렉션은 보유하지 않고 기획전시만 한다. 이 미술관의 기본정신은 개방형 미술관으로 시민들이 언제든지 입장권 없이 출입하여 쉴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는 것이다. 정면 외관은 연달아 일렁이는 파도를 닮은 커브커튼월이 특징이다. 실내는 높이 20미터가 넘는 최상층까지 뒤집힌 원뿔 모양의 2개의 구조물로 개방감을 주고, 식당과 카페 부대시설을 들여 미술을 떠나서 즐길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나고야 (名古屋) 미술관은 1984년 개관한 나고야 시립 미술관이다. 미술관 입구의 사각형을 격자로 세운 듯한 어프로치 그리드는 일본의 도리이(鳥居)를 본 딴 것이다. 설계자는 구로카와 기쇼(黒川紀章, 1934-2007)로 시간과 공간, 인간과 기술 사이의 내부 상호관계를 강조하는 공생의 철학을 가지고 설계에 임하였다. 그는 그밖에 기타큐슈(北九州)의 모지코(門司港) 전망대, 한국의 잠실 롯데월드, 암스테르담의 고흐미술관을 설계하였다.
13. DIC 가와무라 기념 미술관
DIC 가와무라(川村) 기념 미술관은 도쿄 나리타 공항 부근인 치바현(千葉) 사쿠라(佐倉)시에 있고, 1990년 개관하였다. 큰 연못과 어우러진 공원으로 조성되었다. 마치 유럽의 중세 성의 느낌을 주는 지붕 구조를 하고 있다. 설계는 에비하라 이치로(海老原一郞, 1905~1990)가 맡았다. 그는 도쿄 미술학교를 졸업하고, 그 바탕 위에 건축가가 되어 예술적 감수성이 뛰어난 것으로 보인다. 건축주 가와무라와 학교 동창으로 70년간 친구로 지내왔고, 누구보다도 가와무라의 미술관 설립 정신을 잘 알았기에 설계를 맡았다고 한다. 그의 다른 유명한 작품은 일본 국회 뮤지엄이 있다. 이 미술관은 마크로스코의 작품으로 꾸민 명상의 방이 유명하다.
14. 나가노 현립미술관, 센주 히로시 미술관, 데시마 미술관
나가노(長野) 현립미술관은 나가노의 유명한 사찰 젠코지(善光寺)와 나가노 성터 조야마(城山) 공원 인근에 2021년 재 개관하였다. 본관과 별관 2동의 건물로 구성되어 있고, 공중 통로로 서로 연결된다. 카페를 넣어서 공원을 찾는 사람도 차 마시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별관은 저명한 일본 풍경화의 거장 히가시야마 카이이(東山 魁夷, 1908-1999)의 전용 전시관으로 만든 것이다. 히가시야마 카이이는 도쿄미술학교 시절 이곳 신슈(信州)의 산야를 방문하고 그곳 자연의 장엄함에 매료되어 평생 풍경화에 천착하여 왔고, 말년 그의 작품을 이곳에 기증하였다. 설계는 미야자키 히로시(宮崎浩, 1952~)가 맡았다. 센주 히로시 미술관은 가루이자와에 있는 세계적인 명성을 가진 일본화가 센주 히로시(千住博,1958-)의 작품 50여 점을 상설 전시하는 미술관으로 2012년에 개관하였다. 소공원 형태의 숲속에 사람 상반신 모양의 실내에 원통형 중정을 4개 내고, 그곳에 나무를 심어서 빛과 나무, 그림이 조화를 이루도록 하였다. 주된 작품은 폭포 시리즈이다. 데시마 (豊島)미술관은 카가와현(香川)에 있는 조그마한 섬의 계단식 논이 있는 산자락에 위치하고 있는데 2010년 개관하였다. 타원형 천막이나 무덤 같은 느낌을 주고, 빛과 실내 물방물의 움직임을 관람객이 관찰하고 느낄 수 있다.
센주 히로시 미술관과 데시마 미술관의 설계는 니시자와 류에(西沢立衛, 1966~)가 설계하였고, 니시자와 류에는 2010년 프리츠커상을 받았다. 니시자와 류에의 건축철학은 한마디로 열린 건축이다.
15. 나오시마 지추 미술관, 이우환미술관
일본 세토(瀬戸)시 내해에 있는 나오시마(直島)는 과거 제련소 폐수로 오염되고 고령화로 낙후된 곳이었는데 섬 재생 프로젝트에 의하여 이우환 미술관 등 미술관을 세워 오늘날 세계적인 관광지로 변모되었다. 지추(地中) 미술관은 땅속에 지어져 2004년 개관하였고 클로드 모네의 수련관, 월터 마리아(Walter De Maria,1935-2013)의 시간관, 빛의 작가 제임스 터렐(James Turrell, 1943~)의 오픈 스카이관으로 구성되어 있다. 세계적인 한국인 작가 이우환의 작품으로 구성된 이우환 미술관은 2010년에 개관하였고, 돌과 철판의 관계항 등 설치미술과 점, 선, 바람, 조응, 대화의 회화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이 모든 건축을 안도 타다오가 설계하였다.
16. 이시카와 현립 도서관, 다케오 시립도서관, 구름위의 도서관, 취리히대학 법학도서관
이시카와(石川)현 가나자와(金沢)시에 있는 이시카와 현립 도서관은 필자가 본 가장 아름다운 도서관으로 2022년에 개관하였다. 건물의 외관은 책장을 넘기는 모습을 연상시키고, 내부는 원형 돔을 기준으로 4개 층이 뚫린 높이 15미터의 타원형 극장처럼 서가가 빙 둘러싸고 있다. 이 서가 사이 사이에 500석의 좌석이 마련되어 있다. 벽과 창문이 책장을 상징하는 지그재그의 형상으로 반복되며, 외벽을 감싸서 직사광을 막는 커다란 루버 형태이면서 채광과 개방감을 갖추고 있다.
출입구는 정면에 2곳, 후면에 1곳을 두어서 실용성과 개방성을 표방하여 시민의 접근성을 높이고 정면 좌측 안에 카페를 두어 도서관과 구획되면서도 일체감을 갖추어 또 다른 휴식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정말 가고 싶고 오래 머물고 싶은 도서관이다. 설계는 센다 미츠루(仙田滿,1941-)로 전통적인 도서관 공간의 규칙을 깨는 새로운 형식을 담았다고 한다. 전통적인 도서관은 책보관고와 열람대가 분리된 정적이면서 구획된 폐쇄 공간의 형식이었다. 이러한 신선한 발상의 도서관으로 국내외에서 소문을 듣고 벌써 2022년 말에 53만 명이 방문하였다고 한다.
규슈의 다케오(武雄) 시립도서관 역시 쇠퇴해가는 지방 도시를 살리기 위한 문화재생 프로젝트 일환으로 파격적인 형식의 도서관을 2013년에 리뉴얼 개관하였다. 도서관 내에 도서진열대와 열람실과 구분 없이 커피도 팔고, 책도 파는 스타벅스를 내고 이것을 컨비니언스 클럽(CCC,대표서점 츠타야 蔦屋)에 위탁경영을 맡겼다. 소도시의 명물이 되어 이미 국내외에서 100만 명의 관광객이 다녀갔다. 물론 공공도서관의 상업화 경향에 비판이 있지만 오늘날 종이책 정보가 점점 약화되는 경향에 비추어 접근성이 높아지면 독서율도 올라갈 것이다.
필자는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철학자 한병철은 오늘날 터치(touch)의 디지털 질서는 세계를 정보화함으로써 탈사물화한다고 경고하고 있는바 도서관의 활성화는 종이책이 쇠퇴되는 것을 어느 정도 지체시킬 수 있을 것이다.
타케오도서관의 리뉴얼 계획은 일본 ccc에서 하고, 설계는 사토(佐藤) 종합계획에서 하였다. 서울 코엑스몰 별마당 도서관이 이를 벤치마킹하여 2017년에 개관하였는데 정림건축이 설계를 맡았다. 그밖에 고치(高知)현 다카마츠 유스하라(壽原町)에 있는 구름 위의 (雲上之)도서관이 2017년에 개관되었고, 프리츠커상 수상자 구마 겐고(隈研吾, 1954~)가 설계하였다. 구마 겐고는 자연스러운 건축을 추구한다. 자연스러운 건축이란 그것이 지어지는 장소와 행복한 관계를 가지는 건축이라고 한다. 스위스 취리히에 있는 취리히대학 법학도서관은 천정을 타원형투명재료로 만들고 그 아래로 중정을 확보하여 빛과 개방감으로 공간을 만들고 2층에서7층까지 타원형 개방형 열람대로 이루어져 있다. 스페인 건축가 산티에고 칼라트라바(Santiego Calatrava,1951-)가 설계했다. 그는 인체와 조개 등 생물탐구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취리히대학법학도서관은 뉴욕의 구겐하임미술관을 연상케한다.
그는 빌바오 구겐하임뮤지엄 앞의 네르비온(Nervion) 강을 건너는 다리 ZUBI ZURI(바스크어로 하얀다리란 뜻)도 설계하였다.
17. 도야마 유리미술관, 네즈 미술관, 나가사키 미술관, 돌 미술관, 바토히로시게 미술관
도야마(富山) 유리공예미술관은 도야마 시의 유리공예의 특색을 내세워 2015년 개관하였다. 2층은 시립도서관으로 사용되고 있는데 목재를 이용한 내부 인테리어가 눈에 띈다. 외관이 유리와 알루미늄 패널로 루버 모양으로 만들어졌다. 이러한 모양은 일본 전통가옥에서 보이는 격자에서 영감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도쿄 오모테산도(表參道) 네즈(根津) 미술관 새로운 본관은 2009년 재개관하였다. 컬렉션이 일본, 한국, 중국의 고미술품인 관계로 이점을 염두에 두고 일본 전통 건축양식을 토대로 하였다. 일본식 정원과 다실이 유명하다.
나가사키(長崎) 현립미술관은 나가사키 데지마(出島)에 2005년 재개관하였다. 바닷가에 세워져 바다를 잘 활용하고 있으며 세로 격자형 외관이 특징이다. 이 모두 구마 겐고가 설계하였다. 그밖에 그가 설계한 것으로 도치기현(栃木県) 아시노(芦野)에 있는 쌀 창고를 전시 공간으로 변모시킨 돌(石) 미술관과 나스(那須) 역사 탐방관, 나가가와마치에 있는 바토히로시게(馬頭広重)미술관, 다카네자와마치에 있는 초쿠라광장(cho蔵廣場)은 모두 돌 재료를 이용한 건축으로 조선의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사이타마(崎玉)시에 위치한 카도가와 무사시노(角川武藏野)뮤지엄이 있다고 하나 아직 가보지 못했다. kcc그룹의 서전문화재단은 쿠마 켄고가 설계한 서울 헌릉로에 오디움 박물관을 2004. 7. 5. 개관하였다. 쿠마 켄고의 특징적인 세로격자가 등장하였고 재료는 길이가 다른 알루미늄 파이프를 사용하여 파이프 오르간을 연상시켜 오디오 박물관의 정체성을 살렸다.
18. 가나자와 21세기 미술관
가나자와시에 있는 21세기 미술관은 지름 113미터에 달하는 원형 미술관으로 2004년에 개관하였다. 파사드가 없고 미술관 부지와 출입구에 단차가 없고 출입문이 사방으로 나있어서 자유롭게 드나들 수가 있어서 대중성, 개방성을 그 특징으로 한다. 설계는 세지마 가즈요(妹島 和世, 1956~)와 니시자와 류에(西沢 立衛, 1966~)가 하였다. 세지마 가즈요는 여성으로 이들 모두 2010년 프리츠커상을 받았다. 그들이 종래의 고급적, 귀족적 이미지의 미술관 이미지를 떠나 ‘어린이, 노인, 장애인, 그 누구든 즐거운 마음으로 다가와서 원하는 만큼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곳’으로 만들고자 하였다. 특히 미술관 내 실내수영장 작품은 관객이 직접 참여하여 관객 중 일부는 수영장을 위에서 수조를 관찰하고 다른 일행은 수영장 밑으로 들어가서 마치 수영장물 안에 있는 것처럼 착시현상을 경험하기도 한다.
19. 가나가와 현립 근대미술관, 요코스가 미술관
가나가와(神奈川)현 미우라(三浦) 하야마(葉山)에 있는 가나가와 현립 근대미술관 하야마관은 2003년 개관하였다. 하야마 해안의 절벽 위에 터를 잡고 산지의 환경과 조화되도록 건축이 되었다. 1층 미술관 내 식당은 바닷가를 마주 보고 있는 좋은 전망을 자랑한다. 설계는 사토 종합계획에서 했다. 가나가와현립미술관 가마쿠라(鎌倉) 본관은 일본 최초의 공립미술관으로 르 코르뷔지에 제자 사카쿠라 준조(坂倉準三,1901-1969)가 설계한 “ㅁ”자 형태의 철골구조의 2층 건물로 1951년 개관하였다. 외벽은 백색 대곡석으로 마감하고 1층 테라스 전면에 연못을 배치하였다. 자연환경과 건축물의 조화를 추구하였다. 건축계의 요청에 따라 철거를 면하고 일본 모더니즘건축의 보존가치를 인정받아 문화재로 지정되었다. 사쿠라 준조는 도쿄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한 후 프랑스로 건너가 르 코르뷔지에로부터 배워 그의 건축철학을 잘 구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가마쿠라별관은 본관이 페관됨에 따라 1984년 개관하였다. 정면 파사드에 2개의 돌출형 검은색 직사각형 형태를 구현하여 미래를 향하여 나아가는 진취적인 시그널을 던지고 있다. 기타규슈미술관 정면을 일부 모방하였다는 느낌이 든다.
가나가와현 요코스가(橫須)시 칸논자기(觀音崎) 공원에 있는 요코스가 미술관은 2007년에 개관하였다. 설계자 야마모토 리켄(山本理顯,1945-)은 사생활을 중시하여 밀실이 되어 가는 건축을 비판하고 지역성, 공공성, 다양성을 중시하는 공간을 연출한다. 그는 급격하게 변하면서 공동체가 무너지고 사람들의 교류가 끊기는 것을 사생활 보호라는 이름으로 당연히 받아들이는 상황에서 주변 이웃들과의 관계를 이어주고 다양한 구성원들과 상호작용을 하는 기회를 늘리는 건축을 표방한다. 그가 설계한 건축물로 소방관이 훈련하는 상황을 밖에서 볼 수 있는 투명유리로 외벽을 처리한 “히로시마 니시 소방서”(2000), 학과 간의 연계성을 중시한 사이타마(崎玉)현립대학(1999), 우리나라에서 유리 현관문을 통하여 이웃을 들여다볼 수 있는 “판교주택단지”(2010)를 들 수 있다. 야마모토 리켄은 2014년 프리츠커상을 받았다.
20. 아오모리 현립미술관, 도와다현대미술관, 교토 교세라 미술관
아오모리(靑森) 현립미술관은 아오모리시 한적한 교외에 있는 미술관으로 2006년 개관하였다. 건축가 아오키 준(靑木淳,1956-)이 아오모리현 오키다케강 남쪽 구릉시대에 위치한 조몬(繩文)시대의 취락유적지 산나이마루야마(三內丸山)에서 영감을 받아 설계하였다. 소장품으로 마르크 샤갈이 그린 발레 알레코 무대화 4막 중 3점을 소장하고 있고, 나머지 1점은 필라델피아 미술관에 있다. 밖에 야외 설치작품으로 도발적인 소녀 그림으로 널리 알려진 작가 나라 요시토모(奈良 美智,1959-)의 아오모리 켄(犬) 조각품이 유명하다.
아오모리 도와다(十和田)시 현대미술관은 순백색 4각형 중첩건물로 2008년 개관하였다. “아트를 통한 새로운 체험을 제공하는 열린시설;이라는 슬로건하에 ”아트 작품을 위한 집“이라는 개념에 따라 크기가 다양한 전시 공간을 제공하는 것이다. 설계는 니시자와 류에가 했다. 정면에 한국 최정화작가의 조각 플라워호스(flower horse)가 있다.
교토 교(京)세라 미술관은 교토 시립미술관으로 헤이안(平安) 신궁 부근에 있다. 1933년에 건축된 건물을 리뉴얼하고 신관을 증축하여 2020년에 재개관 하였다. 본관 외관은 좌우대칭의 전통적인 귀족풍이나 내부는 현대적으로 개조하였다. 미술관 내 일본 정원이 유명하다. 아오키 준(青木 淳, 1956~)이 리뉴얼 설계를 수행하였고 이 미술관의 관장이기도 하다.
21. 오사카 국립 국제미술관, 나카노시마 미술관
오사카(大阪)국제미술관은 오사카 나카노시마(中之島)에 있으며 지상은 대나무를 형상화한 철재 구조물이 있고 전시공간은 지하실형으로서 1977년 개관하였다. 설계는 아르헨티나 출신 시저 펠리(Cesar Pelli, 1926-2019)가 하였다. 나가노시마미술관은 두 개의 강을 낀 나가노시마에 있고 2022년에 개관하였다. 입구 정면 외벽이 블랙컬러로 마감하고, 직사각형의 깔끔한 형태다. 내부의 1층에 카페가 있어 미술관 관람과 관계없이 즐길 수 있다. 설계는 엔도 카츠히코 (遠藤 克彦)가 하였다. 그는 다양한 사람과 활동들이 교차하는 메트로폴리스같은 미술관과 부드러운 빛이 설계의 취지라고 밝히고 있다. 미술관 밖에 야노베 켄지(矢延 憲司,1965-)의 조각 대항해시대의 수호자 배 위의 고양이 Ship’s Cat가 버티고 서있다.
22. 교토역사, 도쿄역사, 미쓰비시1호관미술관
교토역은 1997년 재건축되면서 중앙을 텅 빈 공간으로 처리하고 중앙 통로 좌우에 그랑비아호텔과 이세탄 백화점, 공연장 무대와 관람 계단이 있다. 교토역이 단순히 기차의 출발과 도착의 장소가 아닌 사람들을 불러오는 문화공간의 역할을 하고 있다. 하라 히로시(原廣司, 1936-) 설계하였다. 그는 동경대 교수였으며 하이테크 건축가로 널리 알려져 있다. 도쿄역 마루노우치구치( 丸之內口)쪽 역사는 암스테르담 중앙역사를 모델로 하여 다쓰노 긴코(辰野 金吾, 1854-1919)의 설계로 1914년 준공되었다. 다쓰노 긴코는 다케오온천 로몬(樓門), 한국은행 구건물(현재 화폐박물관)도 설계하였다.
미쓰비시(三麥) 1호관 미술관은 도쿄역 마루노우치구치 앞에 있으며 1894년 영국인 건축가 조시아콘도르의 설계로 건축되었다가 노후화로 1968년 해체된 후 다시 복원하여 2010년 미술관으로 개관하였다. 고풍스러운 외양으로 도쿄역 마루노우차구치 역사와 잘 어울린다.
23. 아키다 현립미술관
아키다(秋田) 현립미술관은 아키다시에 있는 센슈공원을 마주보고 있으며 1967년 개관하였다. 미술관은 기둥을 사용하지 않고 계단으로 이어지는 관람 동선으로 설계한 노출콘크리트 구조이고, 2층 카페에는 센슈공원을 마주 보는 통유리창으로 마감하고 베란다에 수조를 설치하여 멍 때리기 장소로 적합하다. 설계는 안도 타다오가 하였다. 저명한 서양화가 후지타 쓰구하루(藤田 嗣治, 1886-1968)가 아키다의 4계절을 그린 20미터 대형 벽화가 유명하다.
24. 오이타 현립미술관, 호텔 스이덴테라스, 후지산 세계유산센터, 토요타 시립박물관
오이타(大分) 현립미술관은 규슈 오이타시에 있고 2015년에 개관하였다. 직사각형 본관과 나선형 원통 엘리베이터동이 공중 연결통로에 의하여 이어져있다. 외벽은 오이타현의 대나무공예를 연상시키고 전면 유리창으로 개방감을 주고 있다. 설계는 반 시게루(坂 茂,1957-)가 하였고, 그는 소수자나 약자의 주택문제에 관심을 두어 세계 곳곳의 재난지역을 찾아가서 종이, 대나무, 천 등 과감한 재료를 사용한 보호시설건축을 보여주었다. 그의 작품으로 뉴질랜드 크라이스트 처치에 세운 종이관성당(Cardboard Cathedral.2013)이 유명하다. 그밖에 야마가타(山形)현 쓰루오카(鶴岡)소재 쇼나이(庄內)평야 호텔 스이덴 테라스(Suiden Terrasse)는 논바닥에 떠있는 목조 온천호텔이다. 후지산 세계유산센터는 후지산이 세계유산으로 등록되자 이를 기념하여 시즈오카현 후지노미야(富士宮)시에 2017년에 개관하였다. 외관은 현지 목재를 사용한 격자 모양을 띄고 있고, 후지산을 거꾸로 놓은 형태를 하고 있다. 토요타(豊田)시립박물관은 21세기 최대 화두인 환경문제에 기여하는 유기적인 목조건물로 1989년 개관하였다. 이 모두를 설계한 반 시게루는 2014년 프리츠커상을 받았다. 그 밖에 그의 작품으로 프랑스 동북부 메츠(Metz)시에 2010년 개관한 뽕피두센터 메츠분관이 있다.
25. 스미다 후쿠사이 미술관
스미다 후쿠사이(北齊) 미술관은 도쿄의 스미다구(墨田)에 2016년 개관하였다. 이곳 출신 우키요에(浮世繪) 화가 후쿠사이 가쓰시카(北齊葛飾,1760-1849)를 기념하여 고향사랑기부금으로 건축하였다. 후쿠사이의 유명한 작품은 일식 식당에서 볼 수 있는 “가나가와 높은 파도 아래”이다. 외형은 독특한 금속 외피의 단순한 기하학적 박스 모양을 띄면서 건물 중간 위쪽에 틈을 주어 외부의 자연채광을 내부로 끌어들이고 아래쪽 틈새가 통로 역할을 하도록 하고 있다. 미술관과 통행인 간의 소통을 암시하고 있다. 설계는 프리츠커상 수상자 세지마 카즈요가 하였다.
26. 도쿄국립근대미술관, 구마모토 현립미술관, 후쿠오카 미술관
도쿄국립근대미술관은 지요다(千代田)구에 1969년 재개관하였다. 구마모토(熊本) 현립미술관은 구마모토 시에 1976년 개관하였다. 후쿠오카(福岡) 시립미술관은 오호리공원에 1979년에 개관하였다. 이들 미술관 설계는 마에카와 쿠니오(前川 國男,1905-1986)가 하였다. 모두 모더니즘 전통에 따랐다. 구마모토와 후쿠오카 미술관의 외관은 붉은색 자기를 재료로 사용하였다. 후쿠오카 시립미술관 중정에 이우환의 설치작품 ‘관계항’이 있다. 후쿠오카 현립미술관은 텐진(天津)에 1964년에 건축되어 1985년에 전면 재개관 되었고 설계는 사토 타케오(佐藤 武夫)가 하였다.
27. 오카야마 현립미술관, 미야자키 미술관, 오카야마 오리엔트 미술관, 일본 최고재판소
오카야마 (岡山)현립미술관은 오카야마 시에 1987년에 개관하였다. 오카야마성을 모티브로 해서 화강암과 자기 타일을 사용하였다. 오카야마 오리엔트 미술관은 1979년에 개관하였다. 고대 이라크의 성전을 연상시키는 외관의 건물로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근원에서 발하고 이슬람 시대에 이르는 오리엔트 문화를 소개하고 있다. 미야자키(宮崎) 현립미술관은 미야자키시에 1995년 개관하였다. 도쿄 최고재판소 현재 청사는 1974년 준공하였다. 이 모든 설계는 오카다 신이치(崗田新一)가 하였다.
28. 미야기 현립미술관, 센다이 미디어테크
미야기(宮城) 현립미술관은 센다이(仙臺)시에 1981년 개관하였다. 전후 일본의 조각을 견인한 조각가 사토 추료의 기증관이 있다. 회화로는 칸딘스키와 클레의 작품을 많이 소장하고 있다. 설계는 마에카와 쿠니오가 하였다. 센다이 미디어테크는 2001년 센다이시에 개관한 것으로 외형은 투명한 유리로 만들어져 각층에서 일어나는 움직임으로부터 각층을 이루는 구조물에 이르기까지 내부의 모든 것들이 훤히 들여다 보인다. 전체 건축물은 격자형태를 이루는 강철관으로 구성된 13개의 기둥으로 지지된다. 이건물은 2013년 프리츠커상을 받은 이토 도요(伊東 豊雄,1941-)가 설계하였다.
29. 시마네 현립미술관, 아다치미술관
시마네(島根)현 마츠에(松江)시 신지코의 호반에 있고 1999년 개관하였다. 지붕 외관은 일렁이는 물결을 연상키는 곡선형이다. 미술관에서 보는 석양은 일본 석양 100선에 선정되었다. 폐관시간은 일몰에 맞추어 운영되고 있다. 설계는 키쿠 다케 기요노리(菊竹 淸訓,1950-)가 하였다. 인근 야스기(安來)시에 있는 아다치(足立) 미술관은 1970년에 개관하였다. 미술관내 정원은 일본에서 아름다운 정원 1위를 12년 연속으로 한바 있다.
30. 기타규슈 시립미술관
기타규슈(北九州) 미술관은 기타규슈시 외곽지 언덕배기에 1974년 개관하였다. 마치 쌍안경 모습의 전면이 특징이다. 설계는 이소자키 아라타(磯崎 新,1931-2022)가 하였고, 그의 건축철학과 작업을 소개하는 방실이 따로 있다. 2019년 프리츠커상을 받았다. 이소자키 아라타는 포스트모더니즘건축의 세계적 거장으로 평가받고 있다.
31. MOA 미술관
MOA 미술관은 시즈오카(靜岡)현 아타미(熱海)의 시가지와 바다가 보이는 아타미역 뒷산 언덕 위에 자리잡고 있고, 2017년 리모델링 재개관하였다. 3층 규모이나 저층(지하) 입구에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전시관으로 올라가는 구조이다. 미술관 내 카페는 아타미 바닷가로 낸 전면 유리창을 통하여 들어오는 풍광으로 힐링하기에 좋다. 세계구세교 교주 오카다 모키치(岡田 茂吉, 1882-1955)가 수집한 미술품을 전시하기 위하여 세워졌다. 영국 조각가 헨리 무어(Henry Spencer Moore, 1898-1986)의 ‘왕과 왕비’ 조각이 유명하다. 스키모토 히로시(杉本博司, 1948~)와 사카다 노리 윤노(柛田偏之)가 리모델링 설계를 하였다.
32. 히로시마 미술관
히로시마 (廣島) 미술관은 1978년에 개관하였다. 입구 전면에 원형 건물 1동과 후면에 사각형건물 1동으로 이루어 져있다. 수로(水路)가 원형 건물을 해자와 같이 감싸고 흐르는 형태이다. 아마 원폭이 투하된 히로시마의 아픔과 치유를 형상화한 것으로 보인다. 구로카와 기쇼(黒川紀章, 1934-2007)가 설계한 히로시마 현대미술관이 있다.
33. 이즈모 역사 박물관
시마네(島根)현 이즈모역사박물관은 이즈모 다이사(出雲大社) 경내에 있다. 한반도의 도래인과 문물이 이즈모로 통하여 들어왔을 것으로 보이고 고대 유물전시 박물관이다. 마키 후미히코(槇文彦, 1928-2024)가 설계하였다. 마키후미히코는 금속과 유리, 콘크리트 등을 주로 이용해서 혁신적인 기술과 이상적인 디자인을 결합하는 모더니즘건축가이다. 1993년 프리츠커상을 받았다.
34. 오츠카국제미술관
오츠카(大塚) 국제미술관은 도쿠시마(德島)현 나루토(鳴門)시에 오츠카제약그룹이 1998년 개관하였다. 산중턱에 건축을 한 관계로 지하5층. 지상3층 규모의 봉분무덤형식이다. 이곳은 세계의 명화를 실물크기로 도자기에 프린티하여 굽어서 만든 도판을 전시하고 있다. 설계는 사카쿠라 준조의 아들 사카쿠라 다케노스케(坂倉 武之助 1946-)가 했다.
35.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
호주 시드니 항에 들어선 오페라 하우스(Opera House, 1959-1973)는 조개껍질 형태의 지붕으로 유명하다. 설계자는 덴마크 출신의 오베르 웃손(Oberg Utzon, 1918-2008)이다.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개관 30주년이 된 2003년 프리츠커상을 수상했다. 착공 당시 공사기간 4년에 건축비용 700만 달러였으나 지붕제작이 까다롭고 힘들어 14년이 걸리고, 건축비용도 1억 200만 달러가 소요되었다. 엄청난 숙성의 시간을 가졌다. 2007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록되었다. 그 밖에 그의 작품으로 덴마크 코펜하겐 교외에 있는 박스 베어드 교회(Bagsverrd Church,1976), 쿠웨이트 국회의사당(1982)이 있다.
36. 킴벨 미술관
킴벨(Kimbell) 미술관은 텍사스주 포트워스에 있고, 포트워스 근대미술관 인근에 위치하고 있다. 킴벨 미술관의 본관은 모더니즘 건축의 최후의 거장으로 평가받는 루이스 칸(Louis Kahn, 1901-1974)이 설계하였고, 1972년 개관하였다. 루이스 칸은 모더니즘과 중세건축을 융합하여 20세기 가장 영향력 있고 찬사를 받는 건물들을 창조하는 비범한 작업을 수행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별관은 루이스 칸 사무실에서 2년간 일한 렌조 피아노(Renzo Piano, 1937~)가 설계하고, 2013년 개관하였다. 본관은 상부에 빛을 받아들이는 틈을 낸 볼트구조(cycloidal vault) 타원형의 둥근 천장구조가 특징이다. 이러한 천장 구조는 고대 로마의 판테온에서 비롯된부터 오래된 천장구조로 건축의 구조, 기능, 공간, 설비, 그리고 아름다움을 해결한 걸작 중의 걸작으로 평가받는다. 이 본관은 기단 위에 건물을 세웠으므로 미술관의 미술품을 감상하고 이해하려면 지식을 갖추는 상승 공부를 한 자만이 입장할 수 있다는 뉘앙스를 풍기고 있다. 반면 별관은 지상평지에 출입구를 내고 지하로 내려가는 구조를 취하고 있는데, 이것은 누구든지 마음만 비우면 미술관에 접근할 수 있다는 메시지와 아울러 그 기능도 주로 교육용, 대중적인 전시공간이다. 본관은 컬렉터의 수집품 상설 전시공간으로 귀족적이라고 할 것 같으면, 별관은 대중적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루이스 칸은 프리츠커상 제정 이전에 사망하여 수상의 기회를 얻지 못하였고, 렌조 피아노는 1998년 프리츠커상을 받았다. 렌조 피아노는 그밖에 파리 퐁피두센터를 리처드 로저스와 공동설계 하였고, 런던의 더 샤드(2012), 간사이공항(1994), 한국의 KT광화문빌딩 동관도 맡았다.
37. 메닐 컬렉션 미술관, 로스코 채플
메닐 컬렉션 미술관은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에 위치하고 있고, 존 드 메닐(John de Menil, 1904-1973), 도미니크 드 메닐(Dominique de Menil, 1908-1997) 부부가 수집한 미술품을 전시하기 위하여 1987년에 오픈하였다. 이 미술관은 메닐 부부의 대중을 위한 예술품 사회환원의 정신에 부합되도록 렌조 피아노가 설계하였다. 건물은 도로 평면에 맞닿아 누구에게나 환영하듯이 문턱을 없앴다. 미술관은 무료로 개방하고 있다. 도미니크 드 메닐은 렌조에게 외관은 수수하게 하고, 전시실에 자연광이 들어오도록 설계를 요청하였고, 렌조는 널빤지처럼 얇은 철근 콘크리트를 나뭇잎처럼 만들어 백색 도포를 발라 사용했고, 이로 인하여 텍사스의 타는 듯한 태양을 순하게 길들여 빛의 효과가 시간에 따라 마술처럼 달라지도록 만드는데 성공했다. 메닐 컬렉션 인근에 로스코 채플이 있다. 로스코 채플 역시 드 메닐 부부의 후원으로 건축이 되었다. 종교를 초월하여 세계에서 가장 성스럽고 장엄한 명상과 영적 성찰 장소로 자리 잡았다.
로스코 채플은 미국의 건축가 필립 존슨(Philip Johnson, 1906-2005)이 처음에 설계하였다. 로스코 채플 안에 걸 벽화를 로스코가 제작하는 관계였다. 필립 존슨은 높은 천장고를 지닌 삼각 피라미드형 지붕을 제안하였다. 존슨은 종교건축이 지니는 초월성과 영원성을 상징하기 위해 고딕건축처럼 높은 천장고를 지닌 지붕이 적합하다고 보았다. 반면 로스코는 스포트라이트로 떨어지는 초점 조명보다는 낮은 천장고에서 오묘하게 분출되는 산란조명이 회화의 미묘한 색상관계를 전달하는데 유리하다고 생각하였다. 로스코는 수직적 공간감이 그림 자체를 왜소하게 할 뿐만 아니라 그림에 대한 집중력을 떨어뜨릴 수 있기에 낮은 천장고와 중앙채색창으로 수정되기를 요구했다. 건축 설계와 벽화 제작 화가는 서로 간의 강한 개성충돌을 극복하지 못하고 필립 존슨은 손을 떼게 되고, 휴스턴의 건축사 하워드 반스톤과 유진 오브리가 넘겨받아 로스코의 뜻대로 설계를 바꾸어 1971년 완공된다. 필립존슨은 모더니즘뿐만 아니라 포스트모더니즘까지 섭렵하면서 다양한 양식의 건축을 하였다. 다만 그는 “나는 독창적이기를 원하지 않는다. 난 잘 하길 원한다”라고 실무가적인 태도를 견지했다. 1979년 프리츠커상을 받았다. 자세한 것은 필자의 「마음의 씨앗」과 김홍기 「마크로스코와 로스코 채플」을 참고하기 바란다.
38. 휴스턴 파인 아트 뮤지엄(MFA)
휴스톤에 위치한 휴스턴 파인 아트 뮤지엄은 3동의 건물로 이루어져있고, 도로 지하통로를 연결하여 서로 원활히 소통이 되도록 하였다. 그중 신관 The Nancy and Rich Kinder Building은 미국 건축가 스티븐 홀(Steven Holl, 1947- )이 설계하였고, 2020년 준공되었다. 3층 천장에서부터 1층까지 자연광이 하루 종일 흘러들어오는 따사로운 공간으로 창조되었다. 텍사스 하늘을 모티브로 제작된 비정형 디자인의 야광 덮개는 한밤중 공간을 더욱 몽환적으로 연출하도록 만든다. 미술관 내에 있는 한국관에는 도자기 등 한국 미술품이 진열되어 있다. 스티븐 홀은 서울 성북구에 있는 2023년 개관한 대양역사관을 이인호 건축사와 공동 설계했다. 스티븐 홀은 2012년 AIA 금메달상을 받았다.
39. 파리 퐁피두 센터
파리의 복합 예술단지 퐁피두 센터(Pompidou Center) 건물은 프랑스 퐁피두 대통령이 추진한데서 명칭이 퐁피두 센터로 명명된 것이다. 이 퐁피두 센터 건물은 무명의 신인 이탈리아 출신 리처드 로저스(Richard Rodgers, 1902-1979)와 렌조 피아노(Renzo Piano, 1937~)의 국제 공모안이 채택되고, 그 후 지안프랑코 프란치니(Gianfranco Franchini, 1938-2009) 3인이 공동 참가를 하였다. 1977년 완공되었고, 종래 내부에 있는 배선, 냉난방, 배관 등 건물의 기능적 설비를 모두 건물 밖으로 끌어내는 파격적인 디자인을 선보였다. 이로 인하여 내부공간의 활용도를 높였다. 퐁피두 대통령의 실용주의 노선과 일치한다.
퐁피두는 고등사범학교에서 문학을 가르친 문학도였고, 현대예술에도 조예가 깊은 예술애호가로 알려져 있다. 리처드 로저스는 2007년 프리츠커상을 수상하였다. 로저스는 2020년 완공된 서울 여의도 파크원(Parc One)을 설계하였다. 리처드 로저스의 하이테크 건축의 특징은 신축성, 기술, 첨단재료, 역동성 등에 의한 기계미학과 투명함, 가벼움, 설비나 철골 등의 노출을 통한 구조미학과 함께 기계적 움직임을 통한 생물학적 이미지로 요약된다. 생물학적 이미지는 움직임을 통해 극단화하며 엘리베이터, 계단, 설비 등을 통해 가시적으로 형상화된다. 또 하나의 특징으로 건축의 사회적 측면을 강조하는데, 이것은 광장과 같은 열린 공간의 계획을 들 수 있다. 퐁피두 센터는 건물 정면에 있는 광장으로 개방감을 극대화하였다. 건물 외벽에 설치된 에스컬레이터는 역동적인 용의 이미지를 연상시키고, 이 하이테크 건물은 건축 당시에 괴물이라고 많은 비난을 받았으나 오늘날 가장 창의적인 하이테크 건물의 전범이 되었다.
40. 베이징 국립 경기장, 나파 밸리 도미누스 와이너리
베이징 국립 경기장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주경기장으로 사용하기 위하여 건축이 되었다. 외관이 철근을 나뭇가지와 같이 쌓아올린 새둥지 같아서 냐오차오(鳥巢)라고 불린다. 새둥지는 알을 낳고 부화시켜 새끼를 기르기 위한 용도이다. 당연히 시간의 숙성이 필요하다. 4년마다 열리는 올림픽에서 세계적인 선수들과 기량을겨루려면 선수 개인은 인고의 시간을 숙성시켜야 할 것이다. 베이징국립 경기장은 스위스 출신의 자크 헤르조그(Jacques Herzog, 1950~)와 피에르 드 뫼롱(Pierre de Meuron, 1950~)이 공동설계를 했다. 그들이 설계한 그밖에 유명한 건축물은 캘리포니아 나파 밸리에 있는 도미누스 와이너리 건축물(Dominus Winery, 1998)을 들 수 있다. 이 건축물은 건물 외벽을 철망으로 프레임을 만든 후 포도밭에서 나온 잡석으로 채워 넣어 쌓아 올려 처리한 것이다. 그것은 온도의 변화를 막는 단열재 역할을 하고, 신선한 공기를 받아들이고, 상층부의 사무실 공간에 일광을 걸러주는 역할을 하고, 하부에 더 작은 쇄석이 치밀하게 모여 있음으로 인하여 양조장에 필요한 그늘을 만들어준다. 와이너리 투어 겸 건축기행으로 유명한 명소가 되었다. 이들은 2001년 프리츠커상을 받았다. 이들은 서울 도산대로에 위치한 송은(松隱)빌딩겸 미술관 (2021)을 설계하였다.
41. 바쿠 헤이다르 알리예프 센터, 런던 세클러갤러리
2024 올해 여름 코카서스 지방 여행 때 아제르바이잔의 수도 바쿠(Baku)에 있는 헤이다르 알리예프센터(Heydar Aliyev Cultural Center, 2013)에 들렀다. 이 센터는 아제르바이잔 3대 대통령의 이름을 딴 미술관 복합문화센터이다. 경사지 정상에 건축물 안밖을 온통 곡선으로 꾸민 상아 빛깔의 건축물이다. 주위의 넓은 잔디밭 공원과 인공연못을 조성하여 조화를 이루고 있다. 이라크 출신의 해체주의 건축가 자하 하디드(Zaha Hadid, 1950-2016)가 설계하였다. 소비에트 해체에 따라 새롭게 출발한 아제르바이잔의 유연한 미래를 예고하고 있다. 자하 하디드는 여성으로 처음 2004년 프리츠커상을 수상하였다. 런던의 하이드파크에 있는 서펜타인갤러리 카페로 사용되고 있는 세클러(sackler)갤러리를 설계하였다. 자하 하디드는 렘 콜 하우스 밑에서 수련을 거친 뒤 독립한 후 10년간 수많은 설계안을 내었지만 채택 받지 못하여 건축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10년간 숙성의 시간을 가졌다. 자하 하디드는 2007년 우리나라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DDP), 독일 라이프치히 BMW 센트럴빌딩을 설계했다.
42. 아르메니아 예레반 캐스케이드
아르메니아(Armenia) 수도 예례반(Yerevan)에 있는 캐스케이드(Cascade)는 언덕을 두고 윗동네와 아랫동네가 분리된 지형을 572개의 계단과 5단의 테라스로 구획하고 경사형 건물을 짓고 1단에서 5단까지 실내 중앙에 에스컬레이터를 설치하여 위동네와 아랫동네를 연결시키고 좌우에 조각품을 배치하는 건축과 미술관을 결합시킨 공간으로 탄생하였다. 설계자는 러시아출신 아르메니아국적 알렉산더 타마니안(Alexander Tamanyan,1879-1936)이고 많은 예술품과 공사비 대부분을 기부한 사람은 아르메니아계 미국국적사업가 제라드 레온 카페지안(Gerard Leon Cafesjian,1925-2013)으로 노블레스 오블리쥬를 실천한 분이다. 건물 실내 1층 에스컬레이터 출발선 천정에 한국 서도호(1962- ) 작품 플라스틱재질의 인물군상(cause and effect, 2007) 상들리에 (chandelier)가 있고, 바깥 조각 정원에 지용호(1978- )가 폐타이어로 만든 작품 Lion 조각상이 있다. 한국 예술가의 위상을 보여주고 있어 반가웠다.
43.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 디즈니콘서트홀, 루이비통미술관, 시카고 프리츠커파빌리온
스페인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1997), 시카고의 밀레니엄 파크의 제이 프리츠커 파빌리온(Jay Pritzker Pavillion, 2004) 야외 공연장, 파리의 루이비통 재단 미술관(2014), 로스엔젤레스의 월트 디즈니 콘서트홀(2003)의 건축물을 보고 자유로움을 맛볼 수도 있고, 카오스를 경험할 수 도 있다. 극단적 해체주의 건축은 시간을 동과 서로 찢어지게 한다. 효봉선사의 오도송을 빌려 선적(禪的)으로 표현하면 백운서비 월동주(白雲西飛 月東走) 흰구름 서쪽으로 날고, 달은 동쪽으로 달린다. 이 건축물은 캐나다 출신의 미국인 해체주의 건축가 프랑크 게리(Frank Gehry, 1929~)가 설계한 것이다. 곡선을 중시하고, 뒤틀린 외양 때문에 건축비용이 많이 들고, 적잖은 하자가 발생한다는 비판이 있다. 프랑크 게리는 일찌감치 1989년 프리츠커상을 수상하였다. 2019년 오픈한 우리나라 청담동 루이비통 메종도 프랑크 게리 작품이다. 구겐 하임미술관에 관하여 필자의 “알타미라 동굴 벽화와 그 후예들”을 참고하기 바란다.
44. 프랑스 에브리 성당, 도쿄 와타리움 미술관
프랑스 에브리(Evry) 도시에 있는 부활 대성당은 붉은색 벽돌을 사용하여 지은 성당이다. 1995년 완공되었고 내부 스테인드 글라스작업은 김인중 신부가 하였다.
도쿄 와타리움(Watarium) 미술관은 조각, 사진, 공업디자인등 현대미술을 전시하고자 1990년에 개관하였다. 이들 설계는 스위스 출신 마리오 보타(Mario Botta,1943-)가 했다. 그는 남양주성모성당(2020), 리움미술관의 붉은색 원통형건물(2004), 강남교보타워, 대구와 부산 교보빌딩, 휘닉스아고라클럽하우스, 진행 중인 신안 인피니또 뮤지엄 설계를 하였다. 다큐로 “마리오 보타: 영혼을 위한 건축”이 있다.
45. 런던 거킨빌딩, 베를린 국회의사당, 애플파크본사
런던 템즈강 런던 브릿지 부근에 있는 거킨(Gherkin)빌딩은 2003년에 완공된 것으로 오이 피클(pickle)을 닮았다 하여 붙여진 별명이다. 거킨은 41층 규모의 유리패널로 구성된 곡선형 유리외관으로 장식되었으며 건물내 공간이 오픈된 공공 공간을 두고 카페를 설치하여 일반인도 올라와서 전망을 보면서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하였고 친환경적 자재와 에너지 효율적인 시스템을 갖춘 런던의 랜드마크다. 베를린 국회의사당은 1991년 재건축된 것으로 통일된 독일의 의회역활과 의회가 국민의 발아래에 있다는 국민 통제의 메시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유리돔과 유리돔으로 올라가는 통로가 이 특징이다. 미국 캘리포니아 애플 파크 본사는 2017년 완공된 띠모양 원형건물로 벽의 모든 면이 곡선으로 굽어져 있다. 애플 파크는 신재생에너지로 가동되며 세계에서 가장 에너지 효율적 건물 중하나이다. 이들 모두는 영국인 건축가 노먼 포스터(Norman Foster 1935-)가 설계하였고 그는 1999년 프리츠커상을 받았다. 이 노먼 포스터가 서울 도산대로에 14층 규모의 최고급 오피스텔 “메이븐 에스테이트 도산”을 설계한다고 한다. 2024년 서울 시립미술관에서 그의 건축전이 열렸다.다큐로 “How Much Does Your Building Weigh, Mr.Foster?”(2010)이 있다.
46. 뉴욕 911기념관, 워싱톤베트남참전군인추모관, 베를린 유대인추모비와 박물관
2001.9.11. 뉴욕무역센터 테러후 그라운드 제로에 조성된 911메모리얼뮤지엄은 매장의 상징인 지하와 상실 및 눈물의 상징인 두 개의 풀(pool)과 빈공간에 물이 흘러가도록 설계했다. 1분에 쏟아지는 물의 양은 11,400리터라고 한다. 2011.9.11.개관하였다. 미국 건축가 마이클 아라드(Michael Arad)의 설계안 “부재와 반추(Relflecting Absence)”가 당선되었다.
워싱턴DC 베트남참전군인추모관은 당시 21세의 중국계 미국인 예일대학생 마야린(Maya Lin 1959-)의 설계안이 당선되어 검은 화강암벽에 베트남전쟁에서 전사한 병사 58,196명의 이름을 새겼다. 베를린 유대인 홀로코스트 추모비는 유대인 희생자를 기리는 기념물로 모두 2,071개의 콘크리트슬라브로 구성된 묘비로서 2005.5.12. 브란데부르크문 남쪽에 설치되었고 미국의 해체주의 건축가 피터 아이젠만(Peter Eisenmnn,1932-)이 설계했다. 또한 그 인근에 있는 유대인박물관은 횡으로 나선형태로 다니엘 리베스킨트(Daniel Liebeskin,1946-)가 설계하고 2001년 개관한 것으로 유대인의 박해와 고통을 형상화하였다.
47. 스위스 바젤, 취리히
스위스 바젤시립미술관중 신관(별관)은 본관과 도로를 끼고 건너편에 2016년 개관하였고, 크리스트 앤 간텐바인(Christ and Gantenbein)이 설계하였고, 본관과는 지하로 연결되어 있고, 연결통로는 댄 플래빈(Dan Flavin, 1933-1996)의 천연색 형광등 작품으로 길을 밝히고 있다. 미술관 중정에 로댕의 ‘칼레의 시민’ 조각상이 있다. 바이엘(Beyler) 재단 미술관은 바젤출신 바이엘이 수집한 미술품을 전시하고자 1997년 개관하였고 개방성을 기조로 하는 대중친화적인 렌조 피아노가 설계하였다. 팅겔리(Tingguely)미술관은 1996년 개관하였고 마리오 보타가 설계하였다.
샤울라거Schaulager)미술관은 2003년 개관하였고 헤어초그와 드 뫼롱이 설계하였다. 바젤전시센터 신관(Messe Basel New Hall)은 2013년 완공된 것으로 건물 외관이 파도를 연상케 하는 선을 알류미늄 소재로 처리하였고 중앙에 판테온처럼 원형으로 뚫린 구조를 취하고 있어 개방감을 주고 있는데 헤르초그와 드 뫼롱이 설계했다. 바젤로부터 30분 거리에 있는 독일 바일암마인 소재 비트라캠퍼스(Vitr Campus)는 건축설계장의 각축장이다. 여기 캠퍼스는 학교가 아니라 가구공장이다.
48. 오르세미술관, 테이트모던미술관
파리 오르세미술관은 1900년 만국박람회 때 기차역으로 쓰던 것을 대통령 지스카르 데스탱의 지시로 미술관으로 개조하고, 1986년 개관하였다. 리뉴얼설계는 이탈리아 가에 아울렌티(Gae Aulenti,1937-2012)가 했다. 런던 테이트모던(Tate Modern)미술관은 템즈강변에 폐쇄되어 방치된 화력발전소를 리뉴얼하여 2000년에 개관하였다. 헤르조그와 드 뫼롱은 기존 외관은 최대한 보존하고 내부만 미술관 용도에 맞게 변형한다는 원칙에 의거한 설계를 제시하여 당선되었다. 그리하여 건물 한가운데 발전소용 99미터 굴뚝이 그대로 남아 있다.
49. 포르투갈 포르투 세랄베스 미술관, 카사 다 무지카
포르투(porto) 세랄베스(Serralves) 미술관은 1999년 세랄베스공원에 개관하였다. 미술관은 순백색 외관과 기하학적 형태를 지닌 것으로 포르투갈 건축가 알바루 시자 비에라(Alvaro Siza Vieira,1933-)가 설계했다. 1992년프리츠커상을 받았다. 그는 국내 군위 사유원(思惟園,2021)에 소대(巢臺), 소요헌(逍遙軒), 내심낙원(內心樂園) 3점을, 파주 헤이리마을 출판단지의 미메시스 아트뮤지엄, 아모레퍼시픽용인연구소, 안양예술공원파빌리온을 설계했다. 포르투 카사 무지카(Casa Da Musica)는 콘서트홀로 2005년에 개관하였다. 상자모양의 비대칭적 건물에는 비스듬히 지붕선을 깍아내어 만든 테라스가 있어 주변 도시의 정경과 연결해 준다. 도시를 위한 도시와 소통하는 건물이다는 평을 받는다. 건축가는 네덜란드 렘 쿨하스(Rem Koolhaas,1944-)로서 2000년 프리츠커상을 받았다. 그의 대표작으로 미국 시애틀 중앙도서관(Seattle Central Libery,2004), 중국베이징 CCTV타워(2012)가 유명하하고, 국내에 리움미술관(2004), 서울대학미술관(2005)이 있다. 다큐로 “알바로 시자와 담배 한대를”(2016)이 있다.
50. 바로셀로나 호안미로미술관, 피카소미술관, 현대미술관
호안 미로 미술관은 스페인 바로 셀로나 출신 호안 미로(Joan Miro,1893-1983)를 기념하기 위하여 바로 셀로나 몬주익 언덕에 지어져 1975년 개관하였다. 몬주익 언덕은 마라토너 황영조가 1992년 달려서 금메달을 딴 올림픽경기장입구에 위치하고 있다. 설계는 호안 미로의 친구 호세 루이스트 서트(Jose Luis Sert,1902-1983)가 했다. 피카소미술관은 바로셀로나 고딕지구에 있으며 피카소의 비서 자우메 사바르테스(Jaume Sabartes,1881-19680의 작품기증에 의하여 1963년 개관하였고 2003년 리뉴얼되었다. 바로셀로나 현대미술관은 흔히 마크바(MACBA)로 불리는 것으로 사각형에 전면 유리와 강철 격자로 파사드를 처리한 백색건물로 1987년 재개관하였다. 설계자는 미국의 리처드 마이어(Richard Meier,1934-)가 하였고 1984년 프리츠커상을 받았다. 그는 자연 빛을 활용한 공간구성과 백색외관을 특징으로 한다. 그는 국내에 강릉 솔올미술관(2024). 서울 반포 타워팰리스73을 설계했다.
51. 두바이 부르즈할리파, 미래뮤지엄
두바이(Dubai)의 랜드마크 부르즈 할리파(Burj Khalifa)는 2010년 완공된 828미터 건물로서 삼성물산이 시공하였고, 설계자는 미국인 에이드리언 스미스(Adriab Smith,1944-)이다. 미래뮤지엄은 2022년 개관하였고 1024개의 스테인리스스틸 패널을 이어 붙여 건물의 외벽을 만들어 냈고 77미터 도넛형태의 타원형 건물로 왼쪽으로 치우친 비대칭형 건물이다. 건물 내부에 ①삶의 리뉴얼(renewal), 문명의 진화, 인간성 발전의 비밀은 심플 바로 혁신이다. ②미래는 상상하고 설계하고 실행할 수 있는 자의 것이다. ③우리는 수백 년을 살 수 없다. 그러나 우리의 창조물은 우리가 떠난 후에도 오랫동안 유산으로 남는다라는 문구가 아랍어와 영어로 새겨져 있는데 미래뮤지엄의 성격을 보여주고 있다. 설계는 중동건축가 숀 킬라(Shaun Killa)가 했다.
52. 페터 춤토르
페터 춤토르(Peter Zumtor,1943-)는 바젤 출신으로 5년간 목수 견습공으로 일한 다음 공예학교에 진학한 특이한 이력을 가진 건축가로서의 경험이 그의 건축철학의 토대가 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독일 쾰른 부근 Satzvet마을 부근에 있는 클라우스 수사 채플(Brother Klaus Field Chapel, 2007)은 광할한 평야에 존재하는 작은 건축물로 오직 기도에 적합하도록 설계하였다. 발스온천(Therme Vals,1996)은 스위스 알프스 중턱에 위치한 곳으로 예수가 세례요한으로부터 받은 세례와 같은 느낌을 표현하는데 중점을 두었다고 한다. 목욕은 신성한 행위라는 데서 출발한다.
독일 쾰른 소재 콜롬바뮤지엄(Kolba Museum,1997)은 과거에 존재하였던 건축들과의 조화이자 앞으로 나아갈 방향성을 담고 이것을 그만의 분위기로 표현했다고 한다. 그는 건축가들이 가장 존경하는 건축가라고 한다. 그는 오랫동안 공무원으로 근무해왔고 2009년 프리츠커상을 받았다. 필자가 보기에 유명 건축가 중 가장 비상업적 건축가이고 영성 건축가인 것 같다. 다큐로 “페터 춤토르 방문기”(2023)이 있다.
53. 제주 이타미준(유동룡)
이타미준(한국면 유동용, 1935-2011)은 재일 한국인이다. 이타미준은 제주도 소재 포도호텔, 방주교회, 물/바람/돌을 주제로 한 수풍석 뮤지엄, 그 밖에 온양민속박물관, 경주 보문단지 내, 경주타워를 설계했다. 그를 다룬 다큐 “이타미준의 바다”(2019)가 있다. 최근 그의 딸이자 건축가 유이화가 설계한 유동룡미술관이 2022년제주 한림읍에 개관되었다.
Ⅲ. 한국에 프리츠커상 도래
세계적인 건축가에 대하여 매년 수여하는 상이 프리츠커 건축상(Pritzker Architecture Prize)이다. 이 프리츠커 건축상은 제이 프리츠커가 1979년 제정한 것으로 상금 100,000달러와 루이스 설리번이 디자인한 청동 메달을 수여한다. 건축계의 노벨상이라고 불린다. 2024년현재 최다 수상국은 9명을 배출한 일본이다. 대한민국은 노벨평화상(김대중대통령), 문학상(2024.한강)을 제외한 학술상뿐만 아니라 프리츠커 수상자도 배출하지 못하고 있다. 일본은 메이지유신을 통하여 탈아론 서구화를 추종하고 일찌감치 경제력, 기술력이 세계 정상에 섰고 일찍이 유학생들이 서구 건축을 공부하고 실천하면서 일본적 건축양식도 접목한 것이 그 수상 비결로 보인다. 대한민국은 수상에 필요한 시간의 숙성이 덜 되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의 경제규모도 세계강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여 가고 국내 대형 건축물의 건축도 많이 이루어지고 예술적 감각과 다양성이 필요하다는 컨센서스가 형성되고 있다고 보이고 중요한 미술관의 건축에 외국의 저명 건축가의 설계에 의지하지 않고 국내 건축가들과 협업을 유도하거나 창조적 의지를 꺾는 규제를 철폐하고 국내 작가에게 파격적인 자유롭고 개방적 분위기를 열어주어야 한다. 제주추사관(2010), 노무현묘역(2009), 노무현기념관(2022), 군위의 사유원(2021) 내 현암(玄菴), 명정(冥庭), 오당(悟堂), 와사(臥寺), 첨단(瞻壇), 경주솔거미술관(2015)을 설계한 승효상이 눈에 띈다. 향후 수년 안에 한국에서도 프리츠커상 수상자가 나올 것으로 전망한다.(2024. 10. 31.)
안내문헌
- 마크어빙, 죽기전에 꼭봐야 할 세계건축1001(마로니네북스,2016)
- 김훈/우소영번역, 위대한 건축가50(시공문화사,2023)
- 송준호, 프리츠커상을 빛낸 현대건축가(기문당,2023)
- 유현준, 인문건축기행(을유문화사,2018)
- 안도다다오, 안도다다오(미메시스(2019)
- 김광현, 건축이 우리에게 가르쳐 주는 것들(뜨인돌,2018)
- 페터춤토르, 건축을 생각하다(나무생각,2013)
- 승효상, 오래된것들은 다 아름답다(컬쳐그라퍼,2012)
- 조현정, 전후 일본건축(도서출판마티,2021)
- 진경돈, 서양건축양식사(도서출판국제,1999)
- 존러스킨, 건축의 일곱등불(부북스, 2024)
- 구마겐고, 자연스러운 건축(안그라픽스, 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