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계율정신과 준법의식

1. 계율정신과 준법의식  <김백영의 불교 속 법률 산책>

다시 계율로 돌아가자

시대·장소 감안한 계차법도
근본서 멀어지면 회복 불능
​​​​​​​탄핵·내란죄 등 사회 혼란상
낮은 질서·준법 의식서 비롯

불자가 되려면 삼보에 귀의하고 오계를 수지해야 한다. 오계는 죽이지 마라, 훔치지 마라, 음행하지 마라, 거짓말하지 마라, 술 취하지 마라(전재성, ‘쌍윳따 니까야’ p.436)이다. 보살 십중대계 중 다섯 번째는 ‘술을 팔지 마라’이다. 흔히 ‘술 취하지 마라’는 ‘술 마시지 마라’로 소개되는데, ‘술 마시지 마라’는 보살48계 가운데 비교적 가벼운 계율이다. 인도에서 발생한 불교는 더운 날씨로 인해 술을 마시지 않도록 했으나, 술을 파는 행위는 영리를 목적으로 타인의 정신을 흐리게 할 수 있으므로 더욱 무거운 계율로 자리 잡았다.

‘유교경’에 따르면 “내가 멸도한 뒤에는 마땅히 계율을 존중하고 공경하여 스승으로 삼으라. 계율은 어두운 밤에 빛을 만난 것과 같고, 가난한 사람이 보배를 얻은 것과 같으니라”라고 하였다. ‘대승가야산정경’에서도 “모든 보살은 계율을 지키는 것을 근본으로 삼는다”라고 하였다.

오늘날 대승행자는 계율을 수지할 때 시대와 장소, 상황에 맞추어 지혜롭게 처신하는 개차법(開遮法)을 운용할 줄 알아야 한다. 개차법이란 과거 특정 지역에서 만들어진 계율을 시대와 장소가 변했음에도 무조건 그대로 지켜야 한다고 고집하는 근본주의와 충돌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계율의 근본에서 너무 멀어지면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를 수도 있다. 우리나라는 특히 선불교 전통이 강하여 계율에 대한 인식이 매우 낮은 것으로 보인다.

세속에서도 대한민국 국민이 되려면 대한민국의 체제와 정체성을 지지하고 국적법에 따라 국적을 취득해야 한다. 대한민국 국민이 되었다면 헌법과 법률을 준수해야 한다. 대한민국을 수호하기 위해 국가보안법이 존재하며, 이는 국가의 존립과 안전을 위태롭게 하는 반국가 활동을 규제하고 처벌하는 법이다. 또한, 국내에서 반란을 일으키는 행위를 처벌하는 형법상 내란죄가 있으며, 외국 세력을 끌어들여 전쟁을 일으키고자 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형법상 외환죄가 있다. 헌법과 법률을 위반한 고위공직자를 처벌하는 탄핵소추 제도, 민주적 기본질서를 위배하는 정당을 해산하는 제도, 대한민국에 위해가 되는 외국인을 출입국에서 추방하는 제도도 존재한다. 세속법의 운용에서 비록 표면상 법조문 위반의 요건을 갖추었으나 그 행위가 사회상규에 부합되거나 정당한 사유가 있으면 면책이 된다. 최근 한국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탄핵과 내란죄 수사 및 재판은 한국 사회의 불안정한 모습을 대내외적으로 보여주고 있어 안타까운 현실이다. 이러한 사안이 조속히 마무리되어 사회가 평상으로 돌아가야 한다.

승가의 구성원인 승려가 계율을 위반하여 자자(自恣)를 통해 참회하는 등으로 해결할 수 없는 정도에 이르면, 경중에 따라 징계를 하여 승가를 정화해야 한다. 율장에 따르면 승려가 살생, 투도, 사음, 망어의 바라이죄를 범하면 멸빈(승려 자격 박탈)과 함께 승가에서 내쫓긴다. 조계종의 승려법에 따르면 징계는 멸빈, 제적, 강급법계, 공권정지, 면직, 문서견책의 6등급으로 나뉜다.

오늘날 우리 사회는 물질만능주의와 개인적 이기주의로 인해 욕망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공동체와 타인에 대한 배려심이 점점 약해지고 있으며, 질서의식과 준법 정신은 선진국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승가 또한 세속과 별반 차이 없이 각종 매스컴에서 보도되는 내용을 보면, 미담보다는 도박, 음주, 폭력, 은처, 종권 다툼 등으로 얼룩지고 있다. 이는 모두 계율 정신이 해이해진 데에서 비롯된 것이다. 계율로 돌아가자는 자성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