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김백영
1. 석가모니의 출현

석가모니(Sakyamuni)의 본명은 고타마(성) 싯달타(이름)이다. BC 563년경 고대인도에서 탄생하여 BC 483년경 80세로 열반에 드셨다. 불전(佛傳)에 의하면 싯달타는 카필라 왕국에서 슛도 다나왕과 마야왕비 사이에서 태어났다. 마야왕비는 흰코끼리가 왕비의 오른쪽 옆구리로 들어오는 태몽을 꾸었다. 그후 마야왕비는 태기가 있고 시간이 지나 해산을 하기 위하여 친정으로 가던중 룸비니동산(현재 네팔소재)에 들러 산기를 느껴 무우수(無憂樹)가지를 잡고 오른쪽옆구리로 싯달타를 낳았다. 싯달타는 태어나자 마자 한손은 하늘을 가리키고, 한손은 땅을 가리키며 사방으로 일곱걸음을 걸으며 천상천하 유아독존 삼계계고 아당안지(天上天下 唯我獨尊 三界皆苦 我當安之)라고 선포하였다고 한다. 고타마 싯달타는 후에 부처가 되어 석가모니(석가족의 성자란 뜻)로 불리어졌다.
이것은 성인의 탄생을 문학화 한 미학적 표현이다. 석가모니는 인도 카스트계급의 크샤트리아(무사, 정치인계급)출신이고, 크샤트리아계급은 옆구리에서 태어난다고 하는 브라만 사상의 반영이다.1) 이것은 석가모니의 혈통이 귀족계급이라는 혈통주의 사상에 입각한 탄생 신화이다. 석가모니는 무우수나무 아래에서 태어나고, 보리수나무 아래에서 깨달음을 얻고, 사라쌍수나무 아래에서 돌아가셨다.2) 즉 길바닥에서 태어나서 길에서 진리를 설파하고 길에서 돌아갔다. 야생적인 삶이다.3)
석가모니는 브라만교의 카스트제도에 반대하고 모든 중생은 불성을 가지고 있고, 무아(無我)라는 만민평등사상을 전개하였다. 석가모니는 절대신인 브라만의 지배력을 부정하고 인간의 실존과 존엄성, 자유의지를 강조하였다.4) 천상천하 유아독존은 온 우주에서 석가모니 개인이 가장 위대하다는 뜻이 아니고, 아(我)란 청정한 모든 인간의 실존을 의미한다. 석가모니는 불교의 창시자이다. 그러한 까닭에 추종자들은 출생을 신비화 한 것이다. 대승불교가 일어나면서 인간 석가모니를 신격화 하였다. 대승불교에서 석가모니는 인간적 면모를 잃어버렸고, 중국에서 선불교가 일어나 인간 석가모니를 되살려 내었다.
2. 공자의 탄생

공자의 본명은 공구(孔丘)이고, 자는 중니(仲尼)이다. BC 551년 노나라 산동성 곡부에서 태어나서 BC 479년 73세로 돌아가셨다. 공자세가와 사기에 의하면, 공자는 숙량흘과 안씨녀의 야합(野合)으로 태어났다. 야합이란 비정상적이란 뜻이고, 제도권 밖이란 뜻이다.5) 이때 숙량흘은 70세에 가까웠고, 안씨녀는 16세의 처녀였다. 숙량흘은 무명의 무사이고 안씨녀는 무녀(巫女)로 알려지고 있다. 공자는 출생에서 보듯이 혈통이 비천하고, 이름 역시 머리가 언덕같이 생긴 것을 보고 구(丘)라고 지은데서 보듯이 빈천한 출신이다.
이러한 출생에서 공자는 제도권으로 진입하고, 자신의 지위를 점차적으로 향상시키는 일만 남아있을 뿐 잃을 것이 없는 지극히 희망적인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그리하여 공자는 일생동안 배우고 실천하고6) 현실정치에 참여하고, 후학교육에 전념해 왔다. 누구에게나 차별없이 교육을 실시했다.7) 신통과 요행을 배척하고8), 극히 배우고 실천하는 인간적인 삶을 살아갔다.9) 결코 자신의 가르침을 종교화 하지 않았다. 그러한 까닭에 공자는 오직 현실을 이야기할 뿐이고 내세를 이야기 하지 아니하였다. 종교화를 위한 출생의 신비화가 필요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조선 500년은 성리학을 국시로 한 까닭에 주자와 다른 견해를 사문난적 또는 이단시하여 사상의 경직화와 정체성을 가져왔다.
3. 노자의 출현

노자의 본명은 이이(李耳)이고, 자는 담(聃)이다. 전국시대에 초나라 사람으로 알려져 있으나 생몰연대는 알려져 있지 않다. 갈홍이 쓴 신선전에 의하면 노자의 어머니는 유성을 보고 기를 느끼며 노자를 잉태하고, 잉태한지 72년만에 오얏나무 아래에서 왼쪽 옆구리로 노자를 낳았다. 노자는 태어날 때부터 흰머리였고, 태어나면서 오얏나무를 가리키며 이것을 내 성(姓)으로 하겠다고 선언하였다. 노자는 태상노군(太上老君)이라고도 하며 도교의 개조가 되었다. 일설에 의하면 이이는 역사상 인물이고, 노담은 전설상의 인물로 서로 다른 존재라고도 한다.10) 농경시대에서 노인은 지혜의 상징이었다. 평균수명이 짧은 시절에 오랫동안 세상사를 경험한 노인은 그 자체가 지혜의 보고이기 때문이다.
노자는 주나라 왕실의 도서관 관장으로 있었기 때문에 높은수준의 학문을 성취하고 있었으나 세상과의 인연이 다하자 함곡관을 지나면서 수문장 윤희(尹喜)에게 도덕경 81장 5000자를 전해주고, 홀연히 사라졌다. 후세사람들은 신선이 되었다고 믿고 있다.11) 노자가 태어날 때부터 흰머리였다는 것은 우리 인간은 본래 태어날 때부터 완전한 지혜를 가지고 있다는 의미이다. 세속적인 지혜는 지식을 쌓아 얻을 수 있으나 도는 오염된 지식을 덜어내는 데서 드러난다.12) 노자의 출생담은 석가모니 출생담을 패러디 한 느낌을 준다.
4. 예수의 출현

예수(Jesus)는 AD 1년에 유대왕국의 베들레헴에서 태어났다. 마태복음에 의하면 아브라함과 다윗의 자손 예수 그리스도의 세계라. 마리아가 요셉과 정혼하고 동거하기전에 성령으로 잉태된 것이 나타났더니 주의 사자가 현몽하여 가로되 다윗의 자손 요셉아 네 아내 마리아 데려오기를 무서워하지 말라 저에게 잉태된자는 성령으로 된 것이라. 아들을 낳으리니 이름을 예수라 하라. 이는 그가 자기 백성을 저희 죄에서 구원할 자이심이라 하니라. 이 모든 일의 된 것은 주께서 선지자로 하신 말씀을 이루려 하심이니. 가라사대 보라! 처녀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을 것이요. 그 이름은 임마누엘이라 하리라 하셨으니 이를 번역한즉 하나님이 우리와 함께 계시다 함이라. 요셉이 아들을 낳기까지 동침치 아니하더니 낳으매 이름을 예수라 하니라.
서구는 예수가 탄생한 해를 서력기원으로 설정하였다. 예수는 이스라엘의 정통 혈통인 아브라함과 다윗의 자손이고, 이로 인하여 다윗의 고향 베들레헴에서 태어날 수밖에 없다. 예수는 구약성서의 예언을 실현하기 위하여 지구에 왔으므로 사람의 아들이 아닌 신의 아들이 될 수 밖에 없고, 족보상으로는 다윗왕의 후손으로 설정되어 역시 혈통주의에 입각한 탄생 케리그마(Kerygma)를 엿볼 수 있다.
현실적으로는 평민의 집에 태어난 자가 이스라엘 백성의 목자가 된다는 것은 혁명을 통하여 물리적 권력을 획득하거나 순교를 통하여 정신적 권력을 획득하는 수밖에 없으므로 이미 탄생시에 예수의 험난한 일생이 예고된 셈이다. 요셉과 마리아부부의 혼인을 통하여 출생한 예수는 역사적 예수이고, 동정녀 마리아에 의하여 탄생한 예수는 역사화 된 예수이다. 절대신을 숭배하는 기독교의 교조인 예수는 역시 신의 아들, 또는 절대신 그 자체이므로 인간의 성교에 의하여 탄생될 수 없는 것이다. 예수는 일생동안 불의한 권력과 싸우며 세상에서 소외된 자들을 위하여 싸우며 순교의 길을 걸어갔다.
로마의 식민지였던 유대땅에서 식민지 국민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주는 길은 지상에서 압제된 삶이 아닌 하늘에서 누릴 영원한 삶을 제시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예수의 순교는 인간의 원초적인 죄의 식을 예수 스스로 대속하므로서 죄의식에서 해방을 시켜 자유를 얻도록 하는 연결고리라는 것이다.
5. 단군왕검의 탄생

삼국유사에 의하면 환인(桓因)13)의 서자 환웅(桓雄)으로 하여금 홍익인간을 실현할 수 있도록 태백산에 신단수(神檀樹)아래에 무리를 이끌고 내려와 신시(神市)를 열도록 하였다. 환웅은 곰과 호랑이가 사람되기를 원하므로 쑥한다발과 마늘 스무개를 주면서 이것을 먹되 100일동안 햇빛을 보지 않으면 사람의 형상을 얻으리라고 하였다. 곰이 이를 잘 지켜 웅녀가 되었다. 웅녀가 아이를 갖기를 원하므로 환웅은 잠시 사람으로 변하여 웅녀와 혼인하여14) 아들을 낳으니 단군왕검(檀君王儉)이라고 불렀다. 단군왕검이 아사달(阿斯達)에 조선(朝鮮)15) 을 세웠다. 요(堯)임금과 같은 시기이다.16)
환인의 적자는 천상세계를 관장하고, 환인의 서자 환웅은 인간세상으로 와서 기존의 인간이 아닌 곰에서 여자로 변한 웅녀와 혼인하므로써 천상세계와 다르고 또 기존의 인간세계와 동물세계와도 다른 새로운 세상을 구현하기 위한 것이었다.17) 단군왕검은 이러한 새로운 세상 즉 홍익인간을 실현하기 위하여 탄생한 것이다. 단군왕검은 용맹을 상징하는 육식동물인 호랑이 대신 평화를 사랑하는 잡식성 곰의 유전자를 타고 난 것이다. 그리하여 한민족은 침략을 한 바 없고, 오로지 외부의 침략이 있으면 단호히 물리쳤을 뿐이다. 혹 환인의 적자는 중화민족으로 보고, 한민족은 환인의 서자 자손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볼 여지도 있으나 이것은 일연스님의 뜻과 거리가 멀다.
이점은 고조선의 건국이 요임금과 같은 시기라고 명기한데서도 엿볼 수 있다. 여기서 환(桓), 태백(太白), 단(壇)18), 아사달, 조선은 모두 밝음과 태양을 뜻하므로 한민족은 태양숭배민족에 속한다. 고구려의 주몽, 신라의 박혁거세와 김알지, 가야의 김수로 모두 알에서 태어났다. 알은 하늘, 태양과 밝음을 상징한다. 이것 역시 태양숭배민족임을 다시 한 번 확인해 주고 있다.
6. 맺는 말
옛 문헌을 읽을 때는 시대상황과 지역적, 문화적 특성을 감안하여 이해하여야 하고, 문자에 사로잡혀 교조적인 접근을 하면 많은 위험을 내포할 수가 있다. 우리민족은 천신의 자손으로 선민사상과 혈통주의에 입각하고 있다. 이것은 민족의 자긍심을 높이는 긍정적인 면도 있으나19) 자칫 배타적인 태도를 불러오거나 능력보다 혈통을 우선시 할 수 있는 부정적인 면도 아울러 갖고 있다. 따라서 단군신화는 단순히 탄생신화가 아니고 건국신화이고, 그 핵심은 홍익인간이고, 이러한 사상은 광개토대왕비에 그대로 전승되고 있는데 고구려 건국왕 동명왕은 도(道)로서 나라를 다스리라고 하였다고 기록하고 있다.20) 오늘날 대한민국의 혈연주의와 학벌주의도 이러한 부정적인 측면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이다.
앞에서 석가모니, 공자, 노자, 예수 모두 혈통주의를 부정하고, 인간 개개인의 고귀한 행동과 능력을 중요시하였다. 전통적으로 유가는 사회생활을 영위하는데, 도가는 양생법을, 불가는 내세를 구가하는데 지침을 주어서 유불도 3교가 조화를 이루었다. 이제 대한민국도 다종교사회, 다문화사회로 이행되었다. 이러한 때에 옛성인의 뜻을 이어 개방적이고 능력위주의 진취적인 사회로 나아가길 간절히 바란다.
필자는 수년전에 석가모니의 탄생지, 성도지, 법륜지, 열반지를 돌아보았으나 인도에서는 불교가 사라지고, 동쪽땅 중국과 한국, 일본에서 꽃이 핀 사실을 확인하였다. 또 공자의 고향 곡부를 돌아보고 성인의 향내를 느끼고, 노자가 도덕경을 전해준 함곡관에서 쓸쓸한 가을 기운에 젖었다. 민족의 영산 백두산을 종주하며 통일을 기원하였다.(2013. 6. 6. 현충일에 쓰다)
- 1) 브라만(성직자)은 정수리에서 태어나고, 바이샤(평민)는 성기에서 태어나고, 슈드라(노예)는 발바닥에서 태어난다고 한다. 반대로 죽음을 맞이할 때도 영혼은 태어난 부위로 빠져나간다고 한다.
- 2) 천수를 누리고 열반에 들었다. 그리하여 선서(善逝)라고도 한다.
- 3) 집이란 안주의 장소이다. 안주도 좋지만 자칫 자유를 잃어버리기 쉽다.
- 4) 장아함경 : 우리는 모두 똑 같은 사람이다. 누구든지 번뇌가 없어지고 청정한 계행이 성취되어 생사의 무거운 짐을 벗어버리고 완전한 지혜를 얻어 해탈의 도를 이루었다면 그 사람이야말로 카스트중에서 가장 뛰어난 사람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불교성전 103면)
- 5) 정상적인 혼례식을 거행하고 맺은 부부가 아닌 것으로 보인다.
- 6) 공자의 일생을 15세(志學), 30세(而立), 40세(不惑), 50세(知天命), 60세(耳順), 70세(從心所欲不踰矩)로 표현된다.
- 7) 논어 : 有敎無類
- 8) 공자께서는 괴력난신을 말씀하지 않으셨다.(子不語怪力亂神)
- 9) 하늘을 원망하지 않고 사람도 탓하지 않는다. 내가 할 수 있는 노력을 다하여 높은 곳을 향해서 나아갈 따름이다.(子曰, 不怨天 不尤人 下學而上達) 나는 날때부터 다 알고 태어난 사람이 아니다. 다만 옛사람들이 남긴 업적을 사모하여 끊임없이 배우고 추구했을따름이다.(吾非生勿知之者 好古敏以求之也)
- 10) 펑유란, 중국철학사 상권(까치, 2009) 276면
- 11) 도덕경 : 자신을 드러내지 않기 때문에 저명해진다.(不自見故明)
- 12) 도덕경 : 마음에 품은 덕이 두터운 사람은 갓난아이에 비할 수 있다.(含德之厚 比於赤子)
- 13) 환인은 제석천 바로 하느님을 말한다.
- 14) 동쪽으로 이주해 오는 천신숭배종족과 토착세력인 곰토템종족간의 결합을 상징한다.
- 15) 단군왕검이 세운 조선을 이성계가 건국한 조선과 구별하여 고조선이라 부른다.
- 16) 요는 BC 3000년경 중국 최초의 임금으로 유가의 이상적인 국가와 지도자 상이다. 여기서 우리 역사를 흔히 반만년 역사라고 부르는 것이다.
- 17) 이어령, 삼국유사이야기. 44면
- 18) 檀(박달나무 단)으로 표기하기도 한다.
- 19) 일연은 삼국유사에서 이렇게 기록한 것은 원나라의 침략에 따른 고려의 자주성을 천명하는데 있었다.
- 20) 류승국, 광개토대왕 비문을 통해 본 우리고대역사 (인터넷 검색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