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불살생과 환경보전 <김백영의 불교 속 법률 산책>
동물생명권, 법으로도 강화 추세
불살생, 생명 전체 품는 계율
서구문명은 지배·착취적 역사
침묵하는 자연의 연쇄적 파괴
동물복지도 여전히 갈 길 멀어
불교의 십중대계 가운데 첫째는 “살생하지 마라”이다. 여기서 불살생은 단순히 죽이는 것을 금지하는 것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고, 위해를 가하는 폭력도 금지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야 하며, 그 범위도 동식물 전체를 포함한다. 왜냐하면 모든 존재는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고, 서로 간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연기이고, 화엄 인드라망이다.
반면, 서구 문화의 바탕인 기독교 경전에 의하면, 모세가 야훼로부터 받았다는 10계명 중 다섯째가 “살인하지 마라”이고(출애굽기 20장), 야훼가 아담과 이브에게 축복하기를 “땅을 정복하라. 바다 고기와 공중의 새와 땅에 움직이는 모든 생물을 다스리라”고 하였다(창세기 1장).
서구는 이에 바탕을 두고, 미지의 세계를 찾아 나선 탐험가들에 의해 서구인에게 알려지지 않았던 땅을 “새로 발견하였다”는 거짓 역사를 썼다. 이미 그 땅에는 선주민이 살고 있었고, 그들이 그 땅을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서구의 관점에서는 선주민의 존재가 무시되고, 그들이 발견했다고 허위 주장을 한 것이다.
서구는 지구를 착취의 대상으로 삼아 무절제한 착취를 개발이라 미화하며 환경을 파괴해왔고, 지구 생명체의 존립을 위협하였다. 거의 대부분의 세계가 서구화를 추종하면서 이에 동조해 왔다. 아름다운 푸른 행성 지구가 병들고 위기 상태에 이르자, 지구 스스로 살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레이첼 카슨이 쓴 ‘침묵의 봄’(1962)을 보면, DDT나 BHC 같은 살충제 농약 사용에 따른 생태계 변화를 조사·분석한 결과, 병충해 벌레를 죽이기 위해 사용한 농약이 벌레를 잡아먹는 새와 동물 등에 영향을 미치고, 땅과 물까지 오염시킨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농약에 오염된 벌레를 먹은 새가 사라지자, 이제 들판과 숲, 습지에는 오직 침묵만이 감도는 세상이 도래할 것이라고 경고하였다. 이러한 환경이 도래하면 인간도 더 이상 설 자리가 없다. 얼마 전, 국내외에서 벌이 사라져 식물 수분이 어렵게 되고 있다는 소식도 우리를 불안하게 한다.
법률의 세계에서는 사람을 살인하거나 상해·폭행을 가하거나, 명예훼손이나 모욕을 하면 형법으로 다스린다. 2025년 동물복지법이 시행되어 척추동물을 함부로 죽이거나 학대하면 3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 동물실험도 엄격히 제한하며, 식용동물 사육자라도 도살할 경우에는 가스나 전기충격을 사용해 고통을 최소화하고,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도살하고 매몰해야 한다. 의약품 제조에 사용되는 동물도 엄격한 관리 기준을 따라야 한다. 모든 동물 소유자는 적정한 사료와 물을 공급하고, 운동·휴식 및 수면이 보장되도록 하며, 질병이 걸리면 신속하게 치료할 노력을 하도록 권고되고 있으나, 아직 법적 의무 수준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아직도 권리의 주체는 인간에 한정되고, 동식물은 인간의 처분에 맡겨진 권리의 객체일 뿐이다. 환경단체는 동식물에게도 권리능력이 있다며 법원에 천성산 도롱뇽 소송, 사패산터널 고란초 소송, 영종도 철새 소송을 제기하였으나, 소송 자격을 인정받지 못하였다.
수년 전부터 생태계 파괴로 질병에 감염된 가축이 인간에게 질병을 옮길 우려가 있다며, 감염되지도 않은 많은 가축을 이른바 살처분하고 매몰해 왔다. 무슨 권리로 이렇게 하는가? 통곡할 일이다. 공장식 가축 사육 시스템을 폐지하고, 우리의 식생활에서 고기 소비를 절감하며, 각자 물·전기·석유 등 에너지를 절약하는 생활로 자신을 혁명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