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김백영
[판결의 표시]
대법원 2011. 12. 22. 선고 2010두 2647판결
[사건의 개요]
원고는 충남 부여군 부여읍 동남리 136-1 대 441㎡와 그 지상의 시멘트 벽돌조 슬래브지붕 단층주택 및 점포 69.88㎡의 소유자인데, 1993. 11. 5.부터 위 건물에서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었다.
부여군은 충남 부여군 부여읍 동남리 127 및 그 일원에서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 제2조, 제4조가 규정하는 공익사업인 ‘궁남지·화지산 일원 유적정비사업’을 시행하기로 하였는데, 이 사건 토지는 위 사업의 사업지구에 포함되었다. 부여군수는 2007. 7. 12. 이 사건 사업지구 내의 토지소유자들에게 공익사업법 제16조 및 동법 시행령 제8조 제1항에 의하여 보상협의를 요청하였고, 원고는 부여군수의 위 요청에 따라 2007. 12. 27. 부여군수에게 이 사건 토지, 이 사건 건물 및 지장물 일체를 매도하고 보상액을 수령하였다.
피고 세무서장은 2009. 1. 1. 원고가 부여군수로부터 받은 보상액 중 이 사건 건물과 이 사건 조립식건물에 대한 보상액 201,052,500원에 대하여 부가가치세 과세대상인 재화의 공급에 해당된다고 판단하고, 그 공급가액 182,775,000원을 원고가 2007년 2기분으로 신고한 부가가치세 과세표준에 가산하여 경정한 후, 부가가치세 및 가산세 합계 22,903,690원의 부과처분을 하였다.
원고는 2009. 2. 26. 이 사건 부과처분에 대하여 조세심판원에 심판청구를 제기하였으나, 조세심판원은 2009. 4. 15.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는 내용의 재결을 하였다. 원고는 대전지방법원에 부과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하여 승소판결을 받았다. 이에 피고세무서장은 대전고등법원의 항소를 제기하여 일부항소인용의 판결을 받았다. 원고는 대전고등법원의 판결에 불복하여 상고하였으나 상고 기각되었다.
[판결요지]
원심은 그 채택증거에 의하여 판시와 같은 사실을 인정한 다음, 원고가 이 사건 건물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다가 2007. 12. 27. 유적정비사업을 시행하고자 하는 부여군수에게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이하 ‘공익사업법’이라 한다) 제16조 등에 의한 협의절차에 따라 이 사건 건물을 매도하고 그에 관하여 부여군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한 이상 이는 부가가치세법상 재화의 공급에 해당하며 부여군수가 유적정비사업을 위하여 이 사건 건물을 철거하였다 하더라도 달리 볼 수 없다고 판단하고, 공익사업법 등에 따른 수용절차에 있어서 수용대상인 재화의 소유자가 이를 철거하는 조건으로 대가를 받는 경우에는 재화의 공급으로 보지 아니한다는 내용의 부가가치세법 시행령 제14조 제4항은 조세법규에 관한 엄격해석의 원칙상 이 사건과 같이 공익사업의 시행자가 수용절차 이전에 협의 취득한 재화를 철거한 경우에까지 확대 적용할 수 없으며, 위 규정은 그 취지와 목적에 비추어 합리적인 이유 없이 자의적으로 이 사건의 경우를 차별하였다고 할 수도 없으므로 헌법상 평등의 원칙에 반하지 않는다고 보아, 이를 다투는 원고의 주장을 모두 배척하였다.
관련 규정의 내용과 앞서 본 법리 및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사실인정과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이 직권조사사항을 조사하지 아니하거나, 부가가치세법상 재화의 공급에 관한 법리나 부가가치세법 시행령 제14조 제4항의 위헌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의 위법이 없다.
[평석]
Ⅰ. 서 설
공익사업의 시행자가 공익사업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흔히 토지와 그 지상건물 등 지장물을 취득하게 된다. 이러한 토지 등 수용과 관련하여 대부분 소득이 발생하므로 주로 양도소득세의 과세가 이루어지거나 감면 혜택이 주어진다. 문제는 사업용 지장물의 수용과 관련하여 부가가치세 과세에 관하여는 납세의무자의 수긍을 이끌어 내기가 쉽지 않다. 주제 판결은 이에 관한 논의를 하기에 적절한 사례가 될 것으로 보여 평석의 대상으로 삼았다.
Ⅱ. 수용과 재화의 공급
1. 부가가치세의 과세대상
부가가치세는 재화와 용역의 공급에 대하여 과세가 이루어진다. (부가가치세법 제1조 제1항 제1호) 부가가치세법 제6조 제1항은 “재화의 공급은 계약상 또는 법률상의 모든 원인에 의하여 재화를 인도 또는 양도하는 것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수용으로 인하여 재화의 소유권을 상실하는 것도 재화의 공급으로 보게 될 것이다. 그리하여 부가가치세법시행령 제14조 제1항 제4호는 “경매, 수용…..에 의하여 재화를 인도 또는 양도하는 것”을 재화의 공급에 해당되는 것으로 예시하고 있다.
2. 거래징수와 세금계산서 교부
부가가치세는 간접세로서 납세의무자와 담세자가 서로 다른 것으로 예정되어 있다. 납세의무자는 재화와 용역을 공급하는 사업자이고, 담세자는 재화와 용역을 공급받는 거래상대방 내지 최종 소비자를 상정하고 있다. 그리하여 부가가치세법 제16조는 “사업자가 재화 또는 용역을 공급하는 때에는 제13조의 과세표준에1) 제14조의 규정에 의한 세율을2) 적용하여 계산한 부가가치세를 그 공급받는자로부터 징수하여야 한다.”고 규정하여 납세의무자가 거래상대방으로부터 부가가치세를 징수할 수 있도록 근거를 마련하여 두고 있다. 또한 부가가치세법 제16조 제1항은 “납세의무자로 등록한 사업자가 재화 또는 용역을 공급 하는 때에는….. 세금계산서를…..공급받는자에게 교부하여야 한다.”고 규정하여 재화와 용역의 공급과 부가가치세 거래 징수의 증빙과 영수증을 발급하도록 하고 이를 위반하면 행정벌로서 가산세부과와 아울러 조세범처벌법에 의한 형사 처분 등으로 강제하고 있다.
3. 공매, 경매, 수용과 재화의 공급 범위 축소
(1) 공매, 경매
납세의무자가 세금을 납부하지 못하여 재산을 압류당하고, 과세관청은 압류한 재산을 강제로 매각하는 공매를 하게 된다. 또 채무자가 채무를 이행하지 못하여 재산을 압류당하고 채권자는 법원 등 집행기관을 통하여 압류된 재산을 강제로 매각하는 경매를 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납세자 또는 채무자는 사실상 압류된 재산의 가격 결정이나 대금영수 등 매각에 관여하지도 않음에도 불구하고 매각된 재화에 대한 부가가치세를 과세당하여 왔다. 반면에 경락을 받은 자가 소유자(사업자)로부터 매입세금계산서를 교부받았더라도 정당한 세금계산서로 인정하지 않고 매입세액 공제를 허용하지 않는 모순된 입장을 취해 왔다. 이에 대하여 대법원 1996. 5. 10. 선고 95누 9136판결은 “민사소송법 제615조, 631조, 728조의 각 규정에 의하면 집행법원이 부동산을 경매에 붙이고자 할 때에는 반드시 감정인에게 이를 평가하게 하고 그 평가액을 참작하여 최저경매가격을 정하여야 하며, 이와 같이 결정된 최저경매가격은 경매 부동산의 매수대금 최저액을 결정하는 기준이 되는 것이므로, 경락대금에 그 부동산의 경락에 대한 부가가치세가 포함되어 있는지의 여부는 그 평가서 등의 내용을 살펴보면 이를 분명하게 알 수 있다 할 것이다.” 라고 판시하여 과세당국과 견해를 같이 하였다.3) 이러한 세정운용은 국민의 원성을 낳고 민원제기가 계속되자 정부는 2006. 2. 9. 부가가치세법시행령 제14조 제3항 “제1항 제4호에 불구하고 국세징수법 제61조에 따른 공매(같은 법 제62조에 따른 수의계약에 따라 매각하는 것을 포함한다.) 및 민사집행법에 따른 강제경매에 따라 재화를 인도 또는 양도하는 것은 재화의 공급으로 보지 않는다.”는 규정을 신설하여 입법적으로 과세 대상에서 제외하였으나 경매의 경우 문언상 강제경매로 표현하고 있어서 임의 경매 등은 제외될 소지가 있으므로 2008. 2. 22. 다시 “제1항 제4호에 불구하고 국세징수법 제61조에 따른 강제경매(같은 법에 따른 강제경매, 담보권실행을 위한 경매, 민법·상법 등 그 밖의 법률에 따른 경매를 포함한다.)에 따라 재화를 인도 또는 양도하는 것은 재화의 공급으로 보지 않는다.” 라고 개정하여 논란의 소지를 없애버렸다.
(2) 수용
공익사업을 위하여 토지 등이 수용되는 경우에 전단계로 당사자 간에 협의를 하여 협의 취득을 하도록 하고 협의가 성립되지 않으면 강제 취득을 위한 토지수용위원회의 재결을 거치도록 하고 있다. 통상적으로 수용절차에 있어서 수용의 대상이 되지 않거나 수용절차가 취소되는 예는 거의 없고 수용보상금의 적정성을 둘러싸고 재결과 행정소송을 하고 있다. 토지 등 소유자는 원하지 않더라도 종국에는 소유권을 상실하게 되므로 보상금이 충분하지 않으며 불만을 품게 되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수용으로 소득이 발생하였다고 양도소득세를 과세당하는 것뿐만 아니라 사업시행자로부터 부가가치세를 거래 징수 하지도 않았고 보상금에 부가가치세를 별도로 산정하여 보상하지도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부가가치세를 과세 당하자 이에 관한 쟁송이 이어지고 이에 대하여 법원의 태도는 해석론을 통하여 국민의 억울함을 해소하려고 노력하였는바 대표적 인 판결 사례는 다음과 같다.
① 대법원 1986. 2. 25. 선고 85누 747판결
건물이 도시재개발사업의 시행으로 인하여 어차피 철거될 운명에 처해 있고 또한 실제로 매도인이 매수인 측과의 약정에 따라 잔대금 지급일 이전에 그 비용으로 이를 철거하고 그 이름으로 멸실 신고와 멸실 등기를 함으로써 매수인에게 명도와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해 줄 대상이 부존재하게 되었고 그 의무도 없었다면 이는 부가가치세법 제1조 제1항 제1호에 규정된 부가가치세의 과세요건으로서의 재화(건물)의 공급은 없었다고 보아야 한다.
② 대법원 1989. 1. 17. 선고 88누 4713 판결
도시 재개발 사업지역으로 지정 고시된 지역 내에 있는 토지와 건물을 사업 시행자인 을에게 그 매도가격을 토지 평당 가격으로 정하여 매도하고서 갑이 을과의 약정에 따라 위 건물을 철거하여 자기명의로 건물 멸실 신고를 마치고 건물에 관하여서는 매수인에게 명도나 등기이전을 하여 주지 아니한 경우라면 그 토지 가격 속에 건물 값을 보상하는 의미의 금액이 포함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부가가치세의 과세요건으로서의 재화(건물)의 공급은 없었다고 보아야 한다.
③ 대법원 2005. 7. 8. 선고 2004두 10579 판결
소유권 이전등기 없이 건물 철거 계약을 하고 손실보상금을 받은 경우 부가가치세법에서 규정한 재화의 공급에 해당하지 않는다.
④ 대법원 2007. 10. 26. 선고 2007두 14350 판결
아파트 건설업자에게 양도한 토지의 지상에 있던 주유소 건물 등 시설물은 철거될 운명이었으므로 매매대금 중 건물의 가치에 해당하는 부분은 재화의 공급에 대한 대가가 아니라, 건물철거에 따른 손실보상금일 뿐이므로, 재화의 공급이 있었다고 볼 수 없다.
⑤ 서울고등법원 2007. 6. 13. 선고 2006누 24475 판결
매매대금에는 건물의 가치가 포함되어 있음은 충분히 인정할 수 있으나, 매수자는 토지 위에 아파트를 건설하기 위하여 토지 등의 지분을 매수한 것이어서 건물은 누가 철거를 하든 철거될 운명이었던 점, 매매 계약시 매수자의 비용과 책임으로 건물을 철거하기로 하는 특약이 있었던 점, 실제로 매도자 명의로 건축물 철거 멸실 신고가 있었던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매매대금 중 건물의 가치에 해당하는 부분은 재화의 공급에 다른 대가가 아니라 건물 철거에 따른 손실보상금일 뿐이므로 건물 소유자가 보상금을 수령하였다 하여 이를 가지고 부가가치세법에서 규정하는 재화의 공급이 있었다고 볼 수는 없다.
⑥ 서울행정법원 2004. 8. 12. 선고 2004구합 9906 판결
이 사건과 같이 도시 계획 사업에 필요한 토지 위에 건물이 있는 경우 도시 계획 사업에 필요한 물건은 토지이지 건물이 아니므로 그 건물은 지장물로서 누가 철거를 하든지 철거될 운명에 있을 뿐만 아니라, 도시 계획 사업에 편입되는 토지를 협의 취득하는 경우 사업시행자와 토지소유자는 지상 건물을 협의 취득의 대상에서 제외하고 그 철거에 관한 약정을 할 수 있고, 이 경우 사업시행자가 건물 소유자에게 건물에 관하여 지급하는 돈의 성격은 건물 철거에 따른 손실보상금일 뿐이므로 건물 소유자가 그 보상금을 수령한다고 하여 이를 가지고 사업시행자에게 부가가치세 법령에서 규정하는 재화의 공급이라고는 볼 수 없고(대법원 1986. 2. 25. 선고 85누747 판결 참조), 이러한 법리는 사업시행자와 건물 소유자가 손실보상금의 수액에 관한 의견의 합치를 보지 못하여 토지 수용 위원회의 재결에 의하여 수용되는 경우 비록 법적으로는 수용에 의하여 소유권의 이전이 일어난다고 평가된다 하더라도(구 토지수용법 제67조 제1항, 민법 제187조) 건물소유자가 사업시행자로부터 받는 보상금의 성격은 여전히 지장물 철거에 대한 손실보상금이라고 봄이 상당하고, 나아가 이 사건에서와 같이 도시계획사업 시행자가 토지수용위원회의 수용재결에 따른 손실보상금을 지급하거나 공탁하는 경우 자진하여 손실보상금에 대한 부가가치세를 가산하여 지급·공탁하지 않고, “사업자가 재화 또는 용역을 공급하는 때에는 부가가치세 상당액을 공급받는 자로부터 징수하여야 한다.”고 규정하는 부가가치세법 제15조 규정이 사업자로부터 징수하고 있는 부가가치세 상당액을 공급을 받는 자에게 차례로 전가시킴으로써 궁극적으로 최종 소비자에게 이를 부담시키겠다는 취지에 불과하여 위 규정만으로는 공급을 받는 자가 거래의 상대방이나 국가에 대하여 부가가치세를 지급하거나 납부할 의무가 있다고 볼 수는 없다( 대법원 1997. 4. 25. 선고 96다40677, 40684 판결, 2004. 2. 13. 선고2003다49153 판결 등 참조)고 해석되는 이상 토지 소유자가 협의절차가 아닌 수용재결절차를 거치는 경우에는 도시계획사업 시행자로부터 지장물인 건물의 손실보상금에 대한 부가가치세 상당액을 지급받을 수 있는 법률적 수단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보이며, 이한 상황에서 사업자인 건물의 소유자가 사업 시행자가 제시하는 건물에 대한 손실보상금의 수액에 불복한 결과, 사업 시행자와의 협의를 통하여 부가가치세의 부담을 피할 수 있는 법률적 형식을 선택하지 않고 수용으로 인한 건물 양도의 결과를 가져왔다고 하여 부가가치세의 납세의무가 있다고 하는 것은 사업자인 건물의 소유자로 하여금 사업시행자의 협의에 응할 것을 강제하는 결과가 되어 심히 부당하다 할 것인바, 따라서 사업자가 도시계획사업 시행자와 사이에 도시계획사업에 필요한 토지 위의 건물 철거에 대한 손실보상금에 관한 협의가 성립하지 않아 수용되는 경우에는 건물 자체에 대한 매수협의가 이루어지지 않아 수용절차에 이르는 경우와는 달리 부가가치세법 소정의 재화의 공급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제한적으로 해석함이 상당하므로, 결국 재화 공급의 대가가 아닌 이 사건 건물 보상금에 대하여 부가가치세를 부과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므로 취소되어야 할 것이다.
⑦ 소결 : 생각건대 도시재개발이나 공익사업을 위한 협의취득이나 수용과정에서 발생하는 건물 등 지장물 중 철거되는 것은 처음부터 사업시행자가 지장물을 사용수익하려는 것이 아니고 토지 취득에 부수하여 발생하는 철거물에 불과하므로 부가가치세법이 예정한 통상적인 재화의 공급과는 상이한 현상이고, 지장물의 소유자 역시 지장물의 양도나 철거와 관련하여 별도로 부가가치세를 지급받는 것도 아니다. 그리하여 정부는 법원의 판례를 받아들여 2007. 2. 28. 부가가치세법세행령 제14조 제4항 “제1항 제4호에 불구하고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 등에 따른 수용절차에 있어서 수용대상인 재화의 송자가 해당재화를 철거하는 조건으로 그 재화에 대한 대가를 받는 경우에는 재화의 공급으로 보지 아니하다.” 신설하여 과세대상에서 제외하는 입법을 하였다.
4. 대상 판결의 검토
(1) 협의 취득
사업시행자가 수용의 전단계로서 수용될 목적물을 협의에 의하여 취득하는 경우에 이 협의는 사법상 매매계약으로 본다. 납세의무자가 사업시행자와 매매계약을 체결하면서 지장물을 철거하는 조건을 부여하였다면 당연히 재화의 공급이 없는 것으로 보아야한다. 공익사업을위한토지등의취득및보상에관한법률 제75조 제1항에 ① 건축물·입목·공작물 기타 토지에 정착한 물건(이하 “건축물 등”이라 한다)에 대하여는 이전에 필요한 비용(이하 “이전비”라 한다)으로 보상하여야 한다. 다만, 다음 각 호의 1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당해 건물의 가격으로 보상하여야 한다.
1. 건축물 등의 이전이 어렵거나 그 이전으로 인하여 건축물 등을 종래의 목적대로 사용할 수 없게 된 경우
2. 생략
3. 생략
라고 규정되어 있다.
공익사업법에 의하여 건물 등을 매도하고 소유권이전등기를 하지 않고 철거를 하든지 형식상 사업시행자에게 소유권이전등기를 하여주고 사업시행자가 곧바로 철거를 하든지 묻지 않고 재화의 공급이 없다고 보는 것이 시행령 제14조 제4항의 입법취지에 부합된다. 왜냐하면 협의취득의 경우 당사자가 대등하게 매매가격 등 매매조건을 교섭하여 결정하는 것이 아니고 감정가격을 바탕으로 매매대금이 정하여지므로 사업시행자가 작성한 계약서에 소유자는 서명 날인하는 형식으로 협의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납세의무자가 소유권이전등기를 취하지 않고 사업시행자가 철거하는 형식으로 협의를 하도록 기대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이 사건에서 1심 대전지방법원은 건물 등 지장물의 소유권이전등기가 사업시행자에게 경료 되었는지 여부를 구분하지 않고, 원고와 사업시행자 간의 매매계약서에 의하면 원고가 지장물의 철거의무를 부담하나 사실상의 철거행위는 사업시행의 편의상 사업시행자가 일괄적으로 하고 그 철거비용을 공제한 나머지를 보상액으로 지급하기로 한 것이라고 해석하는 것이 상당하다고 보아 원고는 이 사건 건물 등 지장물을 원고가 철거하는 것을 조건으로 사업시행자에게 매도하고 그 대가를 받았다고 보아 재화의 공급으로 보지 아니하는 경우에 해당된다고 판시하였다.
반면 2심인 대전고등법원은 지장물 중 건물은 사업시행자에게 매매계약에 따라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 한 이상 재화의 공급으로 보아야 하고, 시행령 제13조 제4항의 해석상 공익사업 등에 따라 수용대상인 재화의 소유권을 시행자에게 이전하지 아니하고 당해 재화의 소유자가 철거하는 조건의 보상금을 수령하는 경우에 한정되므로, 건물을 제외한 나머지 지장물에 관하여 소유권이전 등 양도를 인정할 수 없으므로 재화의 공급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라고 판시하였다. 대법원도 이 사건과 같이 공익사업의 시행자가 수용절차 이전에 협의 취득한 재화를 철거한 경우에 까지 확대 적용할 수 없다고 하면서 2심 판결을 지지하였다. 생각건대 협의 취득의 법적 성질이 사법상 매매이므로 원고가 협의 과정에서 부가가치세를 거래징수하거나 소유권이전 등기를 해주지 않고 철거의 방법으로 보상금을 수령하는 약정을 할 수 있다고 보아 재화의 공급으로 보는 것은 오늘날 수용의 전단계인 협의의 현실을 모르는 극히 형식논리에 치우친 것으로 보지 않을 수 없다.
사업시행자는 국가, 지방자치단체, 대기업 등 이고, 반면 수용을 당하는 국민은 지식과 경험 면에서 이들의 상대가 되지 아니하므로 경제적 실질을 보면 철거당하는 지장물의 보상금을 받았을 뿐이고, 철거는 현실적으로 사업시행자가 하므로 대법원의 형식논리대로라면 시행령 제14조 제4항은 실효성을 상실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1심 판결에 찬성한다.
(2) 수용 재결
협의가 성립되지 아니하여 수용재결로 소유권을 상실하고 그 대가로 손실보상금을 수령하는 경우에는 사법상 부가가치세 부담에 관한 약정을 할 여지가 없고, 또 부가가치세를 거래징수 할 근거도 없으므로 이 경우에는 지장물의 철거를 소유자가 하든지 사업시행자가 하든지 구분하지 않고 재화의 공급으로 보지 않아야 한다. 행령 제14조 제4항의 “수용대상인 재화의 소유자가” 문구는 “재화에 대한 대가를 받는 경우” 문구의 주어이고, “해당 재화를 철거하는 조건으로” 문구는 “재화에 대한 대가를 받는 경우” 구를 서술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이렇게 보면 공급으로 보지 않는 재화는 수용절차에 있어서 철거당하는 재화에 주안점이 있으므로 반드시 소유자가 철거할 필요는 없다. 재화의 공급으로 보지 않는 점은 재화가 철거된다는 것이고, 누가 철거하느냐에 따라 공급의 성립여부가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주제판결은 수용에 따른 철거에 관하여 명시적인 판시를 하고 있지 아니하나 향후 필자의 견해와 동일한 판시를 기대한다.
Ⅲ. 결론
이 사건에서 비록 협의 취득의 형식에 따라 철거를 전제로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해 준 건물에 관하여 사업시행자가 철거하였다는 이유로 재화의 공급으로 본 것은 부가가치세법 시행령 제14조 제4항의 입법취지를 살리지 못하는 형식논리에 찬성 할 수가 없다. 법원은 형식논리에 따른 결론이 건전한 상식을 가진 일반인의 법 감정을 벗어나는 경우에 합리적인 이론과 논리를 모색하고 시대에 맞는 결론을 내놓을 의무가 있다. 추후 수용재결에 의한 철거 사안에서 어떤 판결을 할지 기대가 크다. (2012. 10. 10.)
1) 재화와 용역의 공급가액을 말한다.
2) 현행세율은 10/100이다.
3) 평석은 김백영, 경락으로 취득한 재화에 관한 매입세액공제여부, 월간조세, 2000. 11호 24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