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 기행과 에피소드

[부산법조] 2019. 10. 18. 변호사 김백영

. 미술관 기행

나는 요 몇 년간 전 세계 미술관 투어 중이다. 특히 회화는 화가가 본 세계나 타자에 대한 인상, 느낌, 의지, 예언, 또는 자연에 관한 감정 등을 색면으로 표현하고 있는데 여기에는 시대적인 인물, 풍경, 복식, 서사, 비평, 예언을 읽을 수 있다. 100년 전만 하더라도 대부분의 사람은 문맹이었다. 이들에게 문자가 아닌 그림이 중요한 정보 전달의 수단이었다. 모든 종교시설에는 그림으로 교리를 표현하고 장식했다. 성당의 제단화와 스테인드글라스, 사찰의 탱화, 모스크의 아라베스크 문양을 들 수 있다. 미술관 기행을 하는 동안 예기치 못한 사건을 소개하면서 둘러본 일부 미술관을 중심으로 적어보려고 한다.

미술작품은 인터넷으로 해당 미술관이나 작가, 작품을 키워드로 하여 쉽게 검색할 수 있으므로 생략하였다. 다만 미술관에 관한 조그만 관심을 갖게 하는 계기를 제공하는데 주안점이 있다. 미술품은 도록으로 보는 것과 현장에서 원본을 보는 것과는 하늘과 땅만큼의 차이가 있다. 미술작품을 제대로 감상하려면 인문학적 소양을 풍부하게 갖추어야 한다. 흔히 아는 것만큼 보인다는 말이 딱 들어맞는다.

. 일본 미술관 기행

1. 오사카, 오카야마 현립 미술관

2018. 9. 21.부터 2018. 9. 24.까지 사이에 우리 부부는 울산의 안현 변호사 부부와 함께 오사카(大阪) 미술관 기행에 나섰다.

먼저 오사카 시립미술관으로 갔다. 마침 2018. 9. 22.부터 2019. 1. 14.까지 기획전인 루브르 박물관(Musee du Louvre)이 소장한 초상화를 빌려와서 특별 전시를 하고 있었다. 전시 작품 열에 한국어로도 설명을 병기해놓고 있었다. 한국인에 대한 세심한 배려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루브르 박물관의 소장품 중 초상에 관한 회화 조각만 추려서 특별 전시한 것으로 그동안 루브르 박물관에 몇 차례 갔지만 방대한 컬렉션을 제대로 다 보기 어려운데 이렇게 기획전을 통하여 초상화만 집중적으로 보는 안복을 누리는 행운을 얻었다.

이어 오사카 시립 동양 도자 미술관으로 갔다. 동양 도자 미술관에는 마침 고려 건국 1100주년 기념 고려청자 특별 전시를 하고 있었다. 이 많은 도자기는 재일교포 이병창이 평생 모은 것을 기증받은데 따른 것이다. 이병창 선생님께 정말 존경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 고려 시대의 세계적인 예술품이라면 고려청자와 고려불화를 들 수 있다. 오늘날의 반도체 기술이다.

다음날 오카야마(岡山) 현립 미술관으로 갔다. 마침 산수 특별기획전을 열고 있었다. 중국과 일본의 전통 산수화였고, 현재 일본 작가의 실험적인 현대 유화 산수화 작품도 있었다.

이어 구라시키(倉敷)의 오하라(大原) 미술관으로 갔다. 오하라 미술관은 일본 최초의 사립 미술관으로서 서양회화와 조각이 수집되어 있다. 그 다음 구라시키에서 지방 열차를 타고 다카하시(高橋) 역에 도착해서 다시 시내버스를 갈아타고 다카하시(高橋)시 나리와(成羽) 미술관으로 갔다. 나리와 미술관은 유명한 건축가 안도 타다오(安藤忠雄 1941~현재)가 설계하였다. 안도 타다오는 공고를 졸업하고 대학교수까지 한 세계적인 건축가로 건축의 노벨상인 프리츠커상을 수상한바 있다. 2019년 안도 타다오 다큐까지 나왔다. 2019년 프리츠커상은 일본 건축가 이소자키 아라타(磯崎新 1931~현재)가 수상하였다. 안도 타다오는 물과 빛을 중요한 건축포인트로 삼고 있다.

나리와 미술관에는 오하라 미술관을 설립하게 만든 이곳 출신 화가 코지마 토라지로(鹿島虎次郞 1881~1929)의 대표작들을 전시하고 있는데 아쉽게도 내부 수리 중으로 상설전시관이 폐관되어 있어서 화석전시장을 보고 카페에서 커피 한잔 마시고 다음을 기약할 수밖에 없었다.

2. 사가와 미술관

2019. 2. 2.부터 2019. 2. 4.까지 교토(京都)를 여행하면서 비와코 호수 주위에 있는 사가와(佐川) 미술관에 갔다. JR 모리야마(守山) 역에서 내려 사가와 미술관행 버스를 타고 미술관 앞에 내렸다. 사가와 미술관은 사방을 수면으로 배치하여 건물이 마치 물위에 떠있는 것 같이 설계하였다. 아름다운 건축이었다. 일본화 화가 히라야마 이쿠오(平山郁夫 1930~2009)의 회화, 조각가 사토 주료(佐藤忠良 1912~2011)의 조각, 도예가 라쿠 기치자에몬(樂吉左衛門 1949~현재)의 도예 작품 소장으로 유명하다.

물 위에 독자 건물로 떠 있는 다암(茶庵)이 있는데 미리 예약을 받아 한정 인원으로 입실이 허용된다. 예약이 안 된 관계로 입실을 포기하고 대신 미술관 구내식당에서 식사를 마치고 교토로 향하였다. 그 다음 일정으로 교토 역에서 버스를 타고 리츠메이칸(立命館) 대학교 앞에 내려서 대학교 구내로 들어가서 학교 경내를 구경하였다. 이때 교내 인도를 보행하지 않고 차도를 가로지르다가 경비로부터 지적을 받았다. 대학교 내에서 조차 질서정연한 것을 요구하는 것이 일본인의 정서이다. 마치 일본 정원에 흐트러짐이 없듯이.

이어 대학교 정문 건너편에 있는 도모토 인쇼(堂本印象) 미술관에 입장하였다. 일본화 화가 도모토 인쇼(堂本印象 1891~1975)를 기념하여 만든 미술관이다. 도모토 인쇼는 일본화, 불화 등까지 장르를 넓혔고 교토 역에서 가까운 곳에 있는 도오지(東寺)의 장벽화를 제작하였다. 도오지는 봄날 벚꽃 피는 계절 야간 축제로 유명한데 2018년에 참가한바 있다. 아름다운 경내에 있는 5층 목탑은 국보로 지정되어 있다.

3. 교토 미술관

(1) 고류지

2019. 5. 4.부터 2019. 5. 6.까지 사무실 동료 변호사들과 교토(京都)를 여행하게 되었다. 우리는 먼저 JR 1일 레일 패스를 구입하여 사가아라시야마(嵯峨嵐山) 역에 있는 텐류지(天龍寺)로 갔다. 사찰 내 천룡도, 선종 사찰의 정원을 보고 JR 열차를 타고 고류지(広隆寺) 역으로 갔으나 택시가 보이지 않아서 상당한 시간을 걸어서 절로 가야만 하였다. 이곳은 교통이 불편하여 관광객이 좀처럼 들르지 않는 곳이다.

사찰의 영보박물관 입장마감 시간이 오후 5시 50분이고, 오후 6시에 폐관이 되는데 도착시간이 오후 5시 45분이었다. 여기에 유명한 일본 국보1호인 목조 미륵보살반가사유상이 있다. 이것은 칼 야스퍼스가 격찬하여 유명하기도 하다. 야스퍼스는 ‘고류지의 미륵상에는 참으로 완성된 인간실존의 최고의 이념이 남김없이 표현되어 있다. 그것은 지상에 있어서 모든 시간적인 속박을 넘어서 도달한 인간 존재의 가장 청정하고 원만한 그리고 가장 영원한 모습의 심벌이라고 생각한다. 이 불상은 우리 인간이 갖는 마음의 영원한 평화의 이상을 실로 남김없이 최고도로 표징하고 있는 것이다.’라고 하였다. 아마 우리나라의 금동미륵반가사유상을 보았더라도 같은 감탄을 하였을 것이다. 한국의 국보 제78호, 제83호 금동미륵보살 반가사유상을 그리며 감상하였다. 나는 목재보다 더 다루기 어려운 금동으로 제작된 금동미륵보살 반가사유상의 작품성이 더 뛰어나다고 평가하고 싶다.

교토 숙소로 귀환하기 위하여 JR 열차를 타고 교토 역에 도착하여 1일 패스를 투입구에 넣고 나왔으나 일행 중 1명이 패스를 찾지 못하여 못나오고 있는 것을 보고 필자가 순간 가지고 있던 패스를 밖에서 넣어주어서 나오는 패스를 다시 안에서 넣고 나오는 촌극이 일어났다.

조주록(趙州錄)을 보면 중국 당나라 시대 조주(趙州) 스님이 스승 남전(南泉) 스님 문하에서 노두(爐頭 불지킴이)를 맡고 있을 때 대중이 운력으로 채소 다듬는 일을 하고 있을 때 부엌 안에서 불을 피워서 연기가 자욱하자 불이야! 불이야! 라고 소리를 질렀다. 대중이 달려오자 부엌 안에서 문을 잠가버리고 진실한 말 한마디(一句)를 이르지 못하면 문을 열지 않겠다고 하자 대중들이 어쩔 줄을 몰랐다. 이때 남전 스님께서 부엌 창문으로 열쇠를 던져 넣자 조주 스님이 문을 열었다는 일화를 소개한다(‘조주록’, 장경각, 30~31).

(2) 노무라 미술관

다음날 노무라(野村) 미술관으로 갔다. 노무라 토쿠시치의 수집품을 가지고 1984년 개관한 사설 미술관이다. 우리나라의 도자기, 일본 고미술 위주 전시관이다. 노무라 미술관 관람을 마치고 인접한 철학의 길을 따라 산책에 나섰다. 도중에 에이칸도(永観堂)를 들렀다. 에이칸도 별당에 모신 불상 아미타여래는 왼쪽으로 고개를 돌리고 있는 불상으로 그 유래가 없는 독특한 불상조각품으로 유명하다.

철학의 길에 종착지가 있는 것은 아니므로 우리 일행은 적절한 지점에서 철학의 길을 벗어나서 번화한 기온의 시라카와(白川) 밤 속으로 합류하였다. 어디 성속의 삶이 둘이겠는가!

(3) 교토 국립박물관

마지막 날 교토 국립박물관으로 갔다. 마침 중국의 피카소라고 불리는 치바이스(齊白石 1860~1957) 특별전이 열리고 있었다. 우리는 먼저 1층의 고대불상 등을 관람하고 2층의 치바이스 특별전을 보았는데 일본의 중국 파견 외교관이 치바이스가 국제적으로 유명하기 전에 그의 능력을 알아보고 싼값에 수집하여 기증한 치바이스 작품들이었다. 치바이스는 가난한 목공일 때 당시 중국 미술가협회 회장 쉬베이홍(徐悲鴻 1894~1953)에게 발탁되어 화가의 길로 들어서서 위대한 업적을 쌓았다. 그가 그린「송백고립도·전서사언련」이 2011년 경매에서 인민폐 4억 2,550만원(한화 약 718억 2,500만원)을 기록하여 세계경매기록을 갱신하였다. 치바이스 특별전은 우리나라에서도 2019. 2. 17.까지 서울 서예박물관에서 열렸다.

교토 국립박물관의 헤이세이지 신관(平成知新館)은 일본의 유명한 건축가 다니구치 요시오(谷口 吉生 1937~현재)가 설계하였다. 구관의 고풍스러운 것과 조화되게 신관을 설계하였다. 마당에는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 조각품이 있다. 다니구치 요시오는 교토 국립박물관 내 호류지 보물관, 뉴욕의 현대미술관(MoMA)을 설계한바 있고, 프리츠커상을 수상하였다.

4. 시마네 현립 미술관

2019. 1. 3.부터 2019. 1. 6.까지 사이에 시마네(島根) 현립 미술관 기행에 나섰다. 첫 번째 기행으로 일본 신사의 신들이 1년에 한 번 본거지에 자리를 비우고 모이는 곳이 이즈모다이사(出雲大社) 신사이다. 일본 신사의 종가이다. 이즈모란 명칭 자체가 구름이 출현한다는 뜻이니 위쪽(높은 곳, 강한 곳, 상서로운 곳)으로부터 와서 정착한 곳이란 의미가 담겨있고 곧 도래인, 한반도인을 말한다. 신사의 도리이(鳥居)부터 대문 앞에까지 양쪽에 일렬로 소나무가 심어져 있었다. 한국에서 신성시 하는 소나무 행렬은 이곳이 유일한 것 같다.

일본 신사의 상징인 도리이는 한반도에서 건너간 솟대의 변형이고, 신사의 신전의 굵은 동아줄은 성황당의 금줄의 변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즈모는 경주 감포의 해류가 흘러서 닿는 종착지이므로 아마 신라계 도래인이 세운 나라가 있던 곳일 것이다. 이즈모 신사 옆에 있는 역사박물관을 둘러보았다.

다음 기행으로 시마네 현립 미술관을 보러 갔다. 시마네 현립 미술관은 일본의 석양 100선에 선정되어 있는 마쓰에(松江)시 신지호(宍道湖)의 호반에 있다. 관람객이 미술관 내에서의 석양을 볼 수 있도록 일몰시간에 맞추어 폐관하고 있다.

마지막 기행으로 JR 요나고(米子) 역에서 아다치 미술관행 셔틀버스를 타고 야스기(安來)시에 있는 아다치(足立) 미술관으로 갔다. 야스기 지명 역시 안전하게 왔다는 뜻으로 도래인이 만든 도시임을 알 수가 있다. 아다치 미술관 옆 사기노유소유 온천 료칸에서 1박을 하고 내일 돌아갈 셔틀버스의 시간을 예약해두었다. 아다치 미술관은 기업가 아다치 젠코(足立全康 1899~1990)가 평생 수집한 미술품을 소장, 전시하기 위하여 만든 미술관으로서 미술관 내 정원은 2003년부터 일본에서 가장 아름다운 정원으로 선정되어지고 있다. 또한 120점의 요코야마 다이칸(橫山大觀 1868~1958)의 소장품으로 유명하다.

다음날 관람을 마치고 셔틀버스로 요나고 공항으로 가려고 JR 요나고 역으로 갔는데 마침 요나고 민속예술보존회 회원들이 역 내에서 고기잡이놀이춤을 추고 있었다. 어디서 왔느냐고 물어서 한국에서 왔다고 하자 모두 도래인이 후손이라는 동질감이 들어서인지 같이 동참하라고 하여 함께 어울려 한바탕 댄스공연을 하였다.

5. 홋카이도 미술관

나는 2019. 8. 2.부터 2019. 8. 5.까지 일본 홋카이도(北海道)로 휴가를 갔다.

첫날 삿포로 치토세(千歲) 공항에 도착하여 홋카이도 JR 레일패스 3일권을 구입하러 창구에 갔다. 창구 직원은 여행일정을 물어보고는 레일패스보다는 개별티켓 구입이 싸겠다고 조언을 해주었다. 첫날 숙소로 가기 위하여 공항에서 철도를 타고 도중에 환승하여 온천지구 노보리베츠(登別)에 도착하고, 마을버스를 타고 오야도 키요미즈야(淸水屋) 온센(료칸)으로 갔다.

다음날은 삿포로(札幌)로 가는 여정이므로 어제 온 길로 되돌아가려고 버스정류장에 갔더니 삿포로로 바로 가는 시외버스가 있었다. 비용도 철도에 비하여 훨씬 저렴하고 시간도 빨랐다. 이 버스는 전날 삿포로에서 출발하고, 다음날 아침 9시경에 삿포로로 가는 온천욕 고객을 위해 하루 1번 운행되고 있었는데 운 좋게 시간에 맞추어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

오전에 삿포로시에 도착하여 홋카이도 근대미술관으로 갔으나 마침 휴관 중이었다. 마침 그 옆 공원 내에 있는 미기시고타로(三岸好太郞) 미술관에 들렀다. 작가는 31세에 요절하였는데 그의 작품을 상설 전시하고 있었다. 오후에는 버스를 타고 모에레누마 공원에 갔다. 쓰레기매립장을 공원으로 재탄생시킨 것으로 일본 출신의 세계적인 조각가 겸 건축가 이사무 노구치(野口勇 1904~1988)가 설계하였다. 공원 내 유리 피라미드 건물에 이사무 노구치 작품도 전시되어 있다(진용주,『기억되는 것은 사라지지 않는다』, 단추, 2019, 34쪽 이하 참조).

자전거를 빌려서 공원 내를 돌아볼 수 있게 되어 있었으나 오후 4시경이 되어서 입장한 탓에 대여마감 시간으로 빌리지 못하고 도보로 가까운 거리를 둘러보았다.

셋째 날은 삿포로시에서 철도를 이용하여 가미후라노(上富良野) 역에 있는 고토 스미오(後藤純男) 미술관으로 갔다. 단체 관광객들이 버스를 대절하여 들리는 코스로 보였다. 부근에 히노데(日の出) 공원이 있는데 사랑의 종과 라벤더 꽃단지로 유명하다. 시골이라 택시를 타고 히노데 공원으로 갔으나 라벤더 꽃은 이미 시들어 기대를 저버렸다. 이곳에서 삿포로로 돌아가려는데 역방향이 아닌 당초 진행방향으로 직행하기로 하였다. 티켓을 왕복권으로 끊었기 때문에 그냥 열차를 타고 아사히카와(旭川) 역에 도착하였다. 아사히카와 역에서 다른 라인을 통하여 삿포로 역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역무원에게 티켓을 보여주고 역 밖을 나갈 수 있느냐고 하였더니 허락을 하였다. 왕복 티켓이므로 매뉴얼에 가능한 것으로 나와 있는 것으로 보인다. 택시를 타고 홋카이도립 아사히카와 미술관으로 갔다. 관람을 마치고 역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교통편이 없어서 당황해하고 있었다. 미술관 입구에서 수위가 이를 보고 택시회사에 전화를 걸어서 콜택시를 불러주었다. 자신의 휴대폰으로 통화료를 부담하면서 친절을 베풀어주었다. 이것이 진정한 친절이다. 저녁에 삿포로 역에 도착하였고 다음날 한국으로 돌아가야 하므로 공항철도 티켓을 자판기에서 미리 구입하였다.

마지막 날 아침에 호텔에서 택시로 불러서 역까지 송영을 해주었다. 전날 구입한 공항철도 티켓을 입구 체크대에 넣었으나 삐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지 않았다. 부득이 티켓을 뽑아서 JR 티켓발매처에 가서 상황을 이야기하였다. 역무원은 자동판매기에서 구입한 티켓의 유효시간인 5시간이 경과되어 무효가 되었다고 알려주었다. 나는 외국인으로서 그러한 정보를 고지받지 못했다고 선처를 호소하였으나 냉정하게 거절당하였다. 처가 통과대를 지키는 검색요원에게 사정을 하였더니 그 요원은 티켓에 통과용 스탬프를 찍어주면서 통과를 시켜주고 도착지에서 나갈 때 기계가 아닌 역무원에게 보여주라고 하여 도움을 받았다.

6. 와카야마 기행, 오사카 국립국제미술관

우리 부부와 친구 부부 4인은 2019. 9. 12. 일본 와카야마(和歌山)현 고야산(高野山 한국어와 발음이 같다) 내 암자 후쿠치인(福智院)에서 템플스테이를 하기로 미리 예약을 하였다. 고야산에는 일본 진언종(眞言宗) 총본산 금강봉사가 있고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되어 있다. 진언종은 밀교종파에 속한다. 티벳 불교는 대부분 밀교로 보면 된다.

숙박 3일 전에 친구 부부한테 문제가 생겨서 2인의 예약을 취소하였으나 환불을 받지 못하였다. 우리 부부는 예약 일정대로 2019. 9. 12. 간사이(関西) 공항에 도착해서 고야산행 버스를 타고 후쿠치인에 도착했다. 동행하기로 한 친구 부부의 사정을 이야기 하고 예약된 1인당 15만원의 기본형을 1인당 30만원의 고급형으로 숙식을 업그레이드 해줄 것을 요청하였으나 거절당하고 식사는 당초 예약한 4인분을 드실 수 있다는 말을 들어야 했다. 우리 부부는 사찰의 식사가 채식 식단인 점을 감안하여 3인분을 요청하였다. 놀랍게도 3인의 상과 자리(방석)를 따로 차렸고 우리 부부는 1인의 유령과 같이 식사를 하였다. 식사 후 경내 산책을 하고 왔더니 방에 3인의 베개와 요, 이불을 깔아 놓았다. 다시 한 번 놀라면서 유령 1인과 함께 잠을 잤다. 이것은 매뉴얼에 따른 업무처리로 보인다. 친절이란 내면에서 우러나온 상대방에 대한 배려라고 본다면 일본인이 친절하다는 인상은 겉모양에서 비추어지는 것임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다음날 와카야마시에 있는 현립 미술관으로 갔다. 마크 로스코(Mark Rothko 1903~1970)의 색면화,「로마인의 자비」라고 불리는 「시몬과 페로」의 회화를 연상시키는 로댕(Rodin)의 조각품이 눈길을 끈다. 참고로 「시몬과 페로」라는 로마시대 조각품은 루브르 박물관에 있고, 루벤스의 회화는 에르미타주 미술관에 있다.

숙소는 시라하마(白濱)에 있는 카이슈(海舟) 료칸이었는데 그곳에서 피로를 풀었다. 전통 료칸이 아니라 현대식으로 개량한 료칸이었으나 값에 비하여 서비스가 훨씬 못 미쳤다.

마지막 날에는 오사카 JR 난바(難波) 역 옆에 있는 몬테레이그라스미어 호텔 안에 있는 산노(山王) 미술관으로 갔다. 개관 10주년 기념「화려한 일본의 아름다움」전이 열리고 있었다. 요코야마 다이칸(橫山大觀 1868~1958)을 비롯한 대가의 작품이 전시되고 있었다.

이어 오사카 국립국제미술관으로 이동하였다. 마침「빈 모더니즘: 클림트, 실레…세기말로의 길」과 알베르트 자코메티(Alberto Giacometti 1901~1966) 소장품 특별전시가 열리고 있었다. 여기서 뜻밖의 소득을 얻었다. 2018년 독일 미술관 기행에서 들른 함부르크 미술관에서 본 작품「귀향」의 작가에 관한 정보였다. 작품은 전쟁에서 팔을 다쳐서 붕대를 감고 전우의 부축으로 집으로 귀향하는 군인을 마을 어귀에서 반갑게 맞이하는 아들, 딸, 처와의 재회를 그린 내용이었다. 아마 아들은 전쟁이 끝났다는 소식에 매일 집밖에 나와서 아버지를 기다리고 있었을 것이다. 어린 아들의 마음은 그 뒤를 따르는 딸과 처도 마찬가지고 이들의 군인을 향한 뜀박질로 보아서 분명하게 읽을 수 있었다.

액자에 작가가 표시된 발트 뮐러가 바로 페르디난드 게오르그 발트 뮐러(Ferdinand Georg Waldmüller 1793~1865) 19세기 오스트리아에서 가장 중요한 화가로서 당시의 아카데미의 가르침을 거역하고 그리는 대상을 눈앞에 두고 그리는 것을 좋아했고 풍속화 분야에서 서민의 기쁨을 표현하여 인상파의 선구자라고 평가받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 그림과 반대되는 그림이 모스크바 트레티야코프 미술관에 있다. 러시아 작가 일리야 레핀(Ilya Yefimovich Repin 1844~1930)의「아무도 기다리지 않았다」를 들 수 있다. 갑자기 돌아온 가장에 대하여 공포와 경계의 눈초리로 대하는 작품이다. 아마 가장은 러시아 사회주의 혁명운동을 하다가 감옥살이를 하고 나온 것인지 아니면 수배 중에 들른 것인지 알 수가 없다. 다시금 가족의 사랑에 관하여 생각하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모름지기 가족은 앞의 뮐러의 귀향과 같은 상황이 벌어져야 할 것이다. 미술관 구내식당에서 늦은 점심을 먹고 공항으로 향하였다.

. 독일 미술관 기행

1. 카프카 문학 기행과 베를린

2017년 9월에 프란츠 카프카(Franz Kafka 1883~1924) 문학동우회를 따라서 카프카 흔적을 따라 기행하면서 미술관에도 들렀다. 카프카가 폐결핵으로 입원했던 곳인 베를린 소재 병원을 지나가면서 훔볼트 대학을 방문하게 되었다. 훔볼트 대학은 과거 동독 치하에 있었다.

우리 부부는 훔볼트 대학 내에 있는 전쟁과 독재의 희생자를 위한 독일의 추모관인 노이에 바헤(Neue Wache)에 들어가 케테 콜비츠(Kathe Kollwitz 1867~1945)의 죽은 자녀를 안고 있는 어머니 조각인「모자상」을 들여다보다가 일행과 떨어지게 되었다. 모자상은 현대판 피에타(Pieta)라고 할 수 있다.

관람을 마치고 처가 앞서 가고 나는 뒤따르면서 마로니에 나무에서 떨어진 열매(밤송이와 비슷함)를 줍느라 처와도 거리가 멀어지게 되었다. 처가 불러서 보니 여러 명의 젊은이가 처를 에워싸고 종이에 서명을 요구하고 있었는데 순간 문제가 생길 것 같아서 이들을 향하여 Go! 라고 소리치고 급히 다가가서 이들과 처를 분리시키고 우리 일행을 뒤쫓았다. 처는 대학 실내에 들어서서 비로소 휴대폰이 사라진 것을 알았다. 처는 이 젊은이들을 대학생으로 알았고 이들이 종이를 내밀고 인권청원서라며 동참서명을 요청받고 이에 응하여 서명하는 사이에 휴대폰을 소매치기 당한 것이다.

이들은 대학 구내에 대학생으로 위장하여 통행인들을 유심히 관찰하다가 무리와 이탈하거나 단독 여행객을 상대로 미끼를 던지고 바람을 잡고 주의를 흩트려 이와 같은 범행을 하고 있는 것이다. 마치 세랭게티 초원에서 사자가 들소를 사냥할 때 무리로부터 분리시키는 전략을 구사하는 것이다. 이들은 난민들로서 터키계로 보였다.

처는 그 동안 찍은 사진이 고스란히 들어 있는 휴대폰을 잃어버려서 기분이 다운되어 있었으나 독립되어 별도로 있는 케테 콜비츠 미술관으로 이동하였다. 콜비츠의 생애와 작품이 잘 전시되어 있었다. 우리나라의 민중미술이 콜비츠로부터 영향을 많이 받았음을 인식하게 되었고 현재의 우리나라 김서경, 김운성 작가의 위안부 관련「평화의 소녀상」도 같은 맥락이라고 느꼈다. 「평화의 소녀상」은 현재(2019. 10. 15.) 일본 나고야에서 전시 중이다. 케테 콜비츠 미술관은 쾰른(Cologne)에도 있다.

2. 독일 문학 기행과 미술관

2018. 10.에 독일 문학 동호인과 함께 독일 여행을 하면서 우리 부부는 일부 일정을 문학기행 동호인과 달리 미술관 방문 횟수를 늘려서 잡았다. 문학인으로는 괴테, 실러, 헤세, 귄터 그라스, 토마스 만이 주제였다. 독일 문학 기행단 일원으로서 헤세의 크놀프를 읽었다. 크놀프의 자유로운 삶이 가슴뛰게 하였다.

(1) 뮌헨

먼저 알테 피나코테크(Alte Pinakothek) 미술관으로 갔다. 여기에는 유명한 알브레히트 뒤러(Albrecht Düre 1471~1528) 화가의 자화상이 있다. 화가의 자화상이나 자신을 예수로 치환하고 있다. 예수가 창조주라면 화가 자신도 창조자라며 당당하게 선언하고 있는 것이다(로라 커밍,『화가의 얼굴 자화상』, 아트북스, 2012, 66쪽 이하 참조).

다음 길 건너에 있는 노이에 피나코테크(Neue Pinakothek) 미술관으로 갔다. 여기에는 빈센트 반 고흐의 해바라기 한 점이 있다. 우리 부부는 구내식당에서 맛없는 파스타로 식사를 때우고 일행들이 식사하는 스테이크 식당으로 합류하러 출발하였다.

(2) 슈투트가르트

우선 우리 부부는 일행들이 헤르만 헤세 박물관이 있는 칼브로 가는 것과 달리 슈투트가르트 갤러리로 갔다. 마침 에른스트 루드비히 키르히너(Ernst Ludwig Kirchner 1880~1938) 특별전을 하고 있었다. 키르히너는 독일 표현주의 대가 중 한 명이다. 나치에 의하여 퇴폐미술로 규정되자 자살로 생을 마감하였다. 상설전의 규모도 대단하였다. 저명한 근대, 현대 작가의 작품들이 즐비하였다(이현애,『독일 미술가와 걷다』, 마로니에북스, 2017, 91쪽 이하 참조). 그 중에 자코메티의「걷는 사람」조각이 눈에 들어왔다.

이어 슈투트가르트 기차역 옆에 있는 슈투트가르트의 현대미술관(Kunst museum)으로 갔다. 여기에는 오토 딕스(Otto Dix 1891~1969)의 작품 컬렉션관이 있었다. 오토 딕스는 독일 사회의 소외된 인물, 상이군인 등을 그렸고 나치 치하에서 퇴폐미술로 규정되어 교수자리에서 쫓겨나는 등 박해를 받았다. 오토 딕스 역시 우리나라의 민중미술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3) 프랑크푸르트

프랑크푸르트에 있는 괴테의 생가를 방문하고 이어 슈테델 미술관을 찾아갔다. 여기에 유명한 괴테의「이탈리아 여행 중인 초상화」가 입구 2층 정면에 전시되어 있다. 고전미술부터 현대미술까지 폭넓게 수집되어 있다.

(4) 바이마르

바이마르는 독일의 1919년 바이마르 헌법의 발생지이다. 바이마르는 바우하우스가 탄생한 곳이기도 하다. 또한 괴테는 바이마르 공화국에서 재상을 역임하였는데 당시 그가 살았던 집은 괴테 박물관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괴테는 법학을 공부하고 행정가, 정치가로 활동하면서 문학뿐만 아니라 식물, 지리 등 많은 분야에 저술을 남기는 등 르네상스형 인간이면서도 사회적으로 성공하고 부유한 삶을 누렸다. 바이마르 미술관은 보수 중으로 닫혀있어서 다음을 기약할 수밖에 없었다.

이어 실러 박물관을 방문하였다. 괴테의 삶과 대조적이라 할 수 있다.

(5) 함부르크

함부르크 미술관에는 유명한 독일의 낭만주의 국민작가 카스파르 다비드 프리드리히(Caspar David Friedrich 1794~1840)의「안개바다 위의 방랑자」가 소장되어 있다. 이 한 점의 작품을 보기 위하여 올 가치가 있는 곳이다. 기억에 남는 또 한 점의 그림은 에밀 놀데(Emil Nolde 1867~1956)의「침몰하는 기선」이었다. 황혼녘 바다에 증기선이 검은 연기를 뿜고 있는 것으로 필자에게 독일의 패망을 예언하고 있는 것으로 다가 왔다. 깨어있는 문학가나 미술가라면 촉수가 예리하여 사회분위기에서 다가올 미래의 결과가 무의식적인 느낌으로 다가오는 것이다(에밀 놀데에 관한 소개로는 서경식,『고뇌의 원근법』, 돌베개, 2009, 107쪽 이하 참조).

또 한 점은 처음 보는 작가의 귀향이라는 작품이었는데 앞에서 본 2019. 9. 오사카 국립 국제미술관에서 열린 「빈 모더니즘」에서 작가 페르디난드 게오르그 발트뮐러임을 알게 되었다. 마음에 씨를 뿌려두면 인연이 닿으면 싹이 나게 마련이다. 라는 진리가 새삼 확인되었다.

마침 현대관에서 독일 슈테델슐레 교수인 우리나라 양혜규(1971~현재) 작가의 개인전이 열리고 있었다. 한국인의 위상을 높여주고 있었다. 현재 서울에서「서기 2000년이 오면」이란 주제로 개인전이 2019. 9. 3.부터 2019. 11. 17.까지 열리고 있다.

. 런던 미술관 기행

1. 테이트 브리튼

나와 처는 2019. 6.에 영국 런던 미술관 투어에 나섰다.

개인투어의 경우에 그 나라의 다양한 문화를 체험하기 위하여 버스, 택시, 지하철 교통수단을 모두 이용해보는데 사고는 2019. 6. 4. 투어에서 일어났다. 우리 부부는 빅벤 맞은편인 템스 강변 호텔에 묵고 있었는데 당초 버스를 타고 사치(Saatchi) 갤러리로 가기로 하였으나 출발 버스정류장을 찾지 못하여 빅벤을 거쳐 걷다가 먼저 가까운 테이트 브리튼(Tate Britain)으로 방향을 바꾸었다.

테이트 브리튼은 빈센트 반 고흐 특별전을 하고 있었고, 특히 윌리엄 터너의 회화 작품, 무어의 조각품을 많이 소장하고 있다. 관람을 마치고 미술관 안의 식당에서 점심을 먹으면서 와인 1잔까지 곁들였다. 점심을 먹고 난 후라 긴장이 이완된 상태에서 테이트 브리튼 정문을 나와서 정문 앞 버스정류장에서 버스행선지를 살펴보고 있는데 북아프리카인으로 보이는 남성 한명이 나에게 빅벤으로 가는 길을 물어왔다.

나는 친절하게 빅벤 방향을 가리키며 응대를 하고 있는데 그때 건장한 백임 남성 2명이 귀에 무전기를 꽂고 마약단속 경찰관이라며 북아프리카계 남성에게 코카인혐의를 조사한다고 소지품과 현금 소지를 확인하고 이상이 없자 보내고 이어 우리 부부에게도 여권과 핸드백을 조사하면서 지갑도 뒤졌고 지갑에 있는 현금을 꺼내어 이리저리 보면서 계속 코카인이라고 중얼거리면서 혼란스러운 상황이 조성되었다. 순간 외국에서 마약 혐의로 조사받는다는 것에 당황스럽고 긴장이 되었다(법률가인 나는 평소 한국에서도 마약사범은 사복수사관이 하는 것이므로 그들의 복장이 사복인 것을 이상스럽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나 나는 그들의 행동이 좀 이상하기는 하나 계속 지켜보면서 이의제기를 하려는 찰나에 1명이 먼저 자리를 뜨고 이어 나머지 1명도 조사를 마치고 가는데 그 순간 처가 지갑 속의 1500파운드가 사라진 것을 알고 도둑이라고 소리치고 내가 Stop 하면서 뒤쫓자 그들이 뛰어서 대기한 차량에 탑승하면서 도망치는데 보니까, 차량운전자가 방금 조사받은 북아프리카계 사람이었다. 아차 3인조에게 당하였구나. 북아프리카계 사람은 바람잡이 미끼 역할을 하였고, 백인 1명은 타인의 시선 가림막 역할을 하고, 나머지 백인 1명은 코카인 수색을 하는 행동책으로서 지갑을 조사하면서 현금 일부를 가림막이 1명에게 순간적으로 건네어 자리를 뜨게 한 것이었다. 마지막 1인을 체포하였더라도 그의 손에는 현금이 없었을 것이다. 일당을 모두 현장에서 잡아야 해결이 가능한데 이미 놓쳤고 CCTV 사각지대였다.

우리 부부는 인근에서 목격한 영국인의 도움을 받아서 경찰에 신고를 하고 경찰서에 찾아가서 사건경위서를 작성하여 제출하였다. 경찰서는 도로에 접한 빌딩이었는데 문을 열고 들어가니 민원인 대기실과 보호창살도 차단된 실내에서 근무를 하고 있었다. 마치 전당포 또는 영화에서 보는 피고인 접견대와 같은 풍경이었다(이점은 독일 베를린에서 휴대폰 소매치기를 당하고 독일 경찰서에 신고하러 갔는데 경찰서가 도로변 빌딩이었고 영국과 마찬가지의 구조였다).

영국을 떠나 귀국 후에 영국경찰은 사기 피해에 대하여 미안함을 표시하면서 금품도난으로 인하여 경제적 곤궁에 빠진 피해자에게 주는 재난쿠폰(식사제공) 이용안내를 하는 메일을 보내왔다. 그러나 지금까지 수사결과를 통지받지 못하고 있다. 여기서 북아프리카계 사람에게 경계를 풀고 주제넘은 친절을 베푼 것이 미끼를 물게 된 화근이 되었다.

2. 테이트 모던

템스 강변에 옛 화력발전소를 개조하여 현대미술관으로 개관하였다. 실험적인 현대 전위예술 전시공간으로 이용되고 있다. 2019. 10. 17.부터 2020. 2. 9.까지 백남준(1932~2006)의 특별회고전이 열리고 있다. 지금 부산 을숙도에 있는 현대미술관에서 2020. 1. 27.까지 전시 중인 설치예술「레인룸(Rain Room)」은 부근에 있는 바비칸 센터에서 처음으로 전시되었다. 「레인룸」은 빗속을 거닐어도 비에 젖지 않는다. 비가 내리는데 전자기술로 사람이 걷는 공간에는 비가 내리지 않는다. 옛날 선종의 화두 중에 “물에 젖지 않는 자, 불에 타지 않는 자가 누구인가?”라는 공안이 있다. 현대과학과 예술은 기술로 이를 구현하였다. 누구든 이 화두에 답할 자가 있다면 나는 항상 기쁘게 맞이하여 그와 더불어 밤늦도록 좋은 포도주를 마실 준비가 되어 있다.

3. 내셔널 갤러리

트라팔가 광장에 있는 내셔널 갤러리에는 고전미술품과 근대미술품을 전시하고 있다. 빈센트 반 고흐의 해바라기 한 점도 있고, 얀 반 에이크(Jan van Eyck 1395~1441)의「아르놀피니 부부의 초상」또는「아르놀피니의 약혼」이 유명하다. 런던에 머물면서 3번이나 계속하여 방문하였다. 입장료가 없으므로 마음 편하게 여러 차례 입장할 수 있다.

4. 국립 초상화 미술관

내셔널 갤러리 옆에 국립 초상화 미술관이 있다. 영국의 국왕, 귀족, 문인, 셰익스피어의 초상화가 걸려있다.

5. 대영 박물관

국립 초상화 미술관 관람을 마치고 걸어서 대영 박물관으로 갔다. 이집트, 메소포타미아, 그리스 미술, 조각을 보고 한국관, 중국관, 일본관도 둘러보았다. 그 유명한 로제타 스톤(Rosetta Stone)을 보았다. 나폴레옹이 이집트 원정 때 로제타에서 발견되었고 프랑스의 샹폴리옹(Jean F. Champollion)이 해독하였다.

6. 왕립 퀸스 갤러리 · 빅토리아 앨버트 박물관

왕립 미술관인 퀸스 갤러리(Queen’s Gallery)를 방문하였는데 마침 레오나르도 다빈치 사후 500주년 기념 특별전을 하고 있었다. 이어 빅토리아 앨버트 박물관(Victoria and Albert Museum)을 찾아갔다. 전시품은 주로 조각, 장신구, 유리공예 등 생활용품 등이었다. 이곳에도 한국관이 배치되어 있었다.

7. 서펜타인 갤러리

빅토리아 앨버트 박물관을 관람하고 비를 맞으면서 하이드 파크 안에 위치한 서펜타인 갤러리(Serpentine Gallery)로 이동하였다. 런던의 날씨는 우중충한 흐린 날씨거나 을씨년스럽게 잠시 비를 뿌리는 날씨였다. 그렇다보니 방수복이 발달한 것 같다. 서펜타인 갤러리는 파빌리온 프로젝트로 야외 건축전이 특화되어 있는데 마침 일본의 건축가 이시가미 준야(石上純也 1974~현재)가 설치 작품을 준비 중이었다.

서펜타인 갤러리는 파빌리온 프로젝트 수행을 위하여 지은 천막 건물로 유명하다. 이 천막 건물은 세계적인 여성 건축가 이라크 출신의 자하 하디드(Zaha Hadid 1950~2016)가 설계하였다. 현재 이곳은 카페로 이용되고 있어서 간단하게 피자 1판을 주문하여 먹었다. 자하 하디드는 2004년 프리츠커상을 수상하였고 우리나라 서울의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DDP)를 설계하였다. 2016년도에 ‘자하 하디드를 추모하며’라는 다큐가 나왔다.

8. 코톨드 갤러리

코톨드 갤러리(The Courtauld Gallery)는 보수공사로 휴관 중이었다. 여기에 유명한 에두아르 마네(Edouard Manet 1832~1883)의「폴리 베르제르의 술집」이 있다. 이 작품은 코톨드 갤러리의 다른 수요 작품과 함께 도쿄 도립 미술관에 2019. 9. 10.부터 2019. 12. 15.까지 대여 전시된다. 나는 이 한 점을 위하여 기꺼이 도쿄로 가기로 했다.

. 맺는말

두 차례의 걸친 소매치기를 당한 경험 때문에 개별 해외여행에 따른 현지에서 대응 노하우가 쌓이게 되었다. 이러한 경험은 인생에서 소소한 추억거리가 된다. 이제 2019년 11월에 예정된 스페인 미술 기행만 마치면 대충 커다란 문화권의 미술관 기행은 대부분 마치는 셈이다.

위 여행에 참고한 도서를 몇 가지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참고도서

1. 일본 미술관 기행

  • 김응교,『일본적 마음』, 책읽는고양이, 2017
  • 명로진, 이경국,『도쿄 미술관 예술산책』, 마로니에북스, 2013
  • 장윤선,『도쿄 미술관 산책』, 시공아트, 2011
  • 진용주,『기억되는 것은 사라지지 않는다』, 단추, 2019
  • 가시와이 히사시,『내가 찾은 료칸』, 시그마북스, 2016
  • 루스 베네딕트,『국화와 칼』, 을유문화사, 2008

2. 독일, 런던 미술관 기행

  • 김영나,『김영나의 서양미술사 100』, 효형출판, 2017
  • 김영철,『법, 미술을 품다.』, 뮤진트리, 2019
  • 김태권,『불편한 미술관』, 창비, 2018
  • 고종희,『명화로 읽는 성인전』, 한길사, 2013
  • 고종희『르네상스의 초상화 또는 인간의 빛과 그늘』, 한길아트, 2004
  • 문소영,『명화독서』, 은행나무, 2018
  • 변종필,『아트 비하인드』, arte, 2017
  • 서경식,『고뇌의 원근법』, 돌베개, 2009
  • 양정무,『미술 이야기 1~5』, 사회평론, 2018
  • 이진숙,『시대를 훔친 미술』, 민음사, 2015
  • 이현애,『독일 미술가와 걷다』, 마로니에북스, 2017
  • 이현애,『독일 미술관을 걷다』, 마로니에북스, 2012
  • 우정아,『남겨진 자들을 위한 미술』, 휴머니스트, 2015
  • 유경희,『나쁜 그림』, 매경출판, 2017
  • 전원경,『런던 미술관 산책』, 시공아트, 2010
  • 조경진,『느낌의 미술관』, 사월의책, 2018
  • 차문성,『세계의 박물관 미술관 예술기행』, 성안당, 2013
  • 나카노 쿄코,『무서운 그림 1,2』, 세미콜론, 2009
  • 사토 고조,『모나리자는 왜 루브르에 있는가』, 미래의창, 2013
  • 야마다 고로,『변태 미술관』, 21세기북스, 2016
  • 다니엘라 타라브라,『내셔널 갤러리』, 마로니에북스, 2007
  • 루카 모자티,『대영 박물관』, 마로니에북스, 2007
  • 로라 커밍,『화가의 얼굴 자화상』, 아트북스, 2012
  • 마틴 게이퍼드,『현대미술의 이단자들』, 을유문화사, 2019
  • 에른스트 곰브리치,『서양미술사』, 예경, 2003
  • 줄리안 반스,『줄리언 반스의 아주 사적인 미술 산책』, 다산책방, 2019
  • 조르조 바사리,『르네상스 미술가 평전 1~5』, 한길사, 2019
  • 존 B. 니키,『걸작의 비밀』, 올댓북스, 2017
  • 프랜시스 보르젤로,『자화상을 그리는 여자들』, 아트북스, 2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