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세처분의 당연무효의 법리

[부산법조] 2019. 10. 31. 변호사 김가람

[판결의 표시]

대법원 2018. 7. 19. 선고 2017다242409 전원합의체 판결 [판례공보 2018하, 1693]

[사건의 개요]

가. 영등포세무서장은 2009. 11. 16.부터 2015. 11. 16. 사이에 원고에게 2009년 내지 2015년 귀속분에 해당하는 종합부동산세 등을 부과하는 내용으로 이 사건 각 부과처분을 하였다. 원고는 위와 같이 부과된 종합부동산세 등을 모두 납부하였다.

나. 종합부동산세법 제9조 제3항, 제14조 제3항, 제6항은 종합부동산세 과세대상 주택 등에 대하여 ‘재산세로 부과된 세액’에 해당하는 일정한 금액(이하 ‘공제세액’이라고 한다)을 종합부동산세액에서 공제하도록 하고 있다. 이 사건 각 부과처분은 종합부동산세 처분세액을 산정하면서 공제세액을 계산하여 세액공제를 하였는데, 이때 종합부동산세법 시행규칙 제5조 제2항 별지 제3호 서식 부표(2) 작성방법에 기재된 계산식(이하 ‘이 사건 시행규칙 산식’이라고 한다)으로 공제세액을 계산하였다. 그 산식은 [(과세대상 주택 등의 공시가격 – 과세기준금액) × (종합부동산세 공정시장가액비율 × 재산세 공정시장가액비율) × 재산세율]이다.

다. 한편 이 사건 각 부과처분 당시에 적용되던 구 종합부동산세법 시행령(2015. 11. 30. 대통령령 제2667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4조의2, 제5조의3 제1항 및 제2항은 공제세액의 계산식(이하 ‘이 사건 시행령 산식’이라고 한다)을 규정하고 있었다. 그 산식은 [주택 등의 재산세로 부과된 세액의 합계액 × 주택 등의 과세표준에 대하여 주택 등의 재산세 표준세율로 계산한 재산세 상당액 ÷ 주택 등을 합산하여 주택 등의 재산세 표준세율로 계산한 재산세 상당액]이다.

라. 그런데 이 사건 시행령 산식 중 분자에 기재된 “주택 등의 과세표준” 부분은 2009. 2. 4. 대통령령 제21293호로 개정되기 이전 구 종합부동산세법 시행령 각 해당 조항에는 “주택 등 과세기준금액을 초과하는 분”으로 표현되어 있다가 위 시행령 개정으로 변경된 것이다. 변경된 이 사건 시행령에 규정된 계산식이 이 사건 시행규칙 산식과 같은 내용을 의미하는지, 아니면 [(과세대상 주택 등의 공시가격 – 과세기준금액) ×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의 공정시장가액비율 중 적은 비율) × 재산세율]을 의미하는지 여부에 대하여 법리가 밝혀지지 않고 있었다.

마. 대법원은 2015. 6. 23. 선고 2012두2986 판결 등에서 아래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 시행령 산식이 위 두 내용 가운데 후자를 의미한다는 법리를 선언하였다.

(1) 2005. 1. 5. 부동산 보유세제 개편에 따라 도입된 종합부동산세는 과세대상 재산을 보유하는 자에게 먼저 낮은 세율로 지방세인 재산세를 부과하고 다시 국내에 있는 모든 과세대상을 합산하여 일정한 과세기준금액을 초과하여 부동산을 보유하는 자에게 높은 세율로 국세인 종합부동산세를 부과함으로써 부동산보유에 대한 조세부담의 형평을 제고하고 부동산의 가격안정을 도모하는 데에 그 취지가 있다. 다만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는 과세대상 재산의 보유라는 동일한 담세력을 바탕으로 한 조세이므로 이중과세의 문제가 생길 여지가 있었기에 이를 해소하고자, 종합부동산세법은 2005. 1. 5. 법률 제7328호로 제정될 당시부터 종합부동산세의 세액에서 재산세로 부과된 세액을 공제하도록 하였다.

(2) 이러한 입법 형식은 그 후로도 동일하게 유지되어, 이 사건 시행령 산식으로 변경되기 직전의 구 종합부동산세법 시행령(2009. 2. 4. 대통령령 제2129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4조의2, 제5조의3 제1항 및 제2항에서도 공제세액을 [주택 등 재산세로 부과된 세액의 합계액 × 주택 등 과세기준금액을 초과하는 분에 대하여 재산세 표준세율로 계산한 재산세 상당액 ÷ 주택 등을 합산하여 재산세 표준세율로 계산한 재산세 상당액]의 산식에 따라 산정하도록 규정하였다.

(3) 그 후 2009. 2. 4. 대통령령 제21293호로 구 종합부동산세법 시행령 제4조의2, 제5조의3 제1항 및 제2항이 개정되면서 종전 시행령 산식의 분자에 기재된 ‘주택 등 과세기준금액을 초과하는 분’이 이 사건 시행령 산식의 분자에 기재된 ‘주택 등의 과세표준’으로 변경되었다 하더라도, 과세기준금액을 초과하는 부분에 대하여 종합부동산세와 중복 부과되는 재산세액을 공제하려는 기본 취지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으므로 이러한 개정의 취지가 공제되는 재산세액의 범위를 축소·변경하려는 것이었다고 볼 수는 없다.

바. 원고는 이 사건 소를 제기하여, 이 사건 각 부과처분 중 위 대법원판결의 법리에 의한 공제세액 계산식을 적용한 정당세액을 초과하는 부분은 해당 처분이 위법하고 그 하자가 중대·명백하여 당연무효라고 주장하였다.

사. 원고는 2015. 6. 23. 선고 2012두2986 판결이 선고되자 2019년 과세연도부터 2015년 과세연도까지 부과된 종합부동산세 중에 계산산식을 잘못 이해하여 정당한 세액을 초과하여 과세한 것은 그 하자가 중대하고 명백하여 당연무효라고 주장하면서 환급을 구하는 부당이득반환청구의 민사소송을 제기하였다.

아. 하급심 법원은 2009년 내지 2014년 과세분은 무효로 볼 수 없고, 대법원 판결이 선고된 이후인 2015. 11 .16.에 부과된 2015년분은 그 하자가 중대하고 명백하여 당연무효라고 판시하고 대법원의 다수의견도 이를 수긍하였다.

반면 소수의견은 2009년부터 2014년까지 과세연도분도 무효라고 보았다.

[판결요지]

[1] 다수의견: 과세처분이 당연무효라고 하기 위하여는 그 처분에 위법사유가 있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그 하자가 법규의 중요한 부분을 위반한 중대한 것으로서 객관적으로 명백한 것이어야 하며, 하자가 중대하고 명백한지 여부를 판별할 때에는 그 과세처분의 근거가 되는 법규의 목적·의미·기능 등을 목적론적으로 고찰함과 동시에 구체적 사안 자체의 특수성에 관하여도 합리적으로 고찰하여야 한다. 그리고 어느 법률관계나 사실관계에 대하여 어느 법령의 규정을 적용하여 과세처분을 한 경우에 그 법률관계나 사실관계에 대하여는 그 법령의 규정을 적용할 수 없다는 법리가 명백히 밝혀져서 해석에 다툼의 여지가 없음에도 과세관청이 그 법령의 규정을 적용하여 과세처분을 하였다면 그 하자는 중대하고도 명백하다고 할 것이나, 그 법률관계나 사실관계에 대하여 그 법령의 규정을 적용할 수 없다는 법리가 명백히 밝혀지지 아니하여 해석에 다툼의 여지가 있는 때에는 과세관청이 이를 잘못 해석하여 과세처분을 하였더라도 이는 과세요건사실을 오인한 것에 불과하여 그 하자가 명백하다고 할 수 없다.

이 사건 각 부과처분 중 2009년 내지 2014년 귀속분에 관하여 과세처분 당시 이 사건 시행령 산식에 관한 법리가 명백히 밝혀지지 않아 그 하자가 명백하다고 할 수 없다.

[2] 소수의견: 과세처분이 무효로 인정되기 위하여 하자의 중대성과 명백성을 모두 갖추어야 한다고 보더라도, 적어도 과세처분에 적용된 과세법리가 납세의무에 관한 법령을 잘못 해석·적용한 데에서 비롯되었음이 대법원판결로 확인된 경우까지 그 판결 선고 이전에 하자의 명백성 요건이 결여되었다는 점을 내세워 하자가 무효사유가 될 수 없다고 하여서는 안 된다.

과세처분에 적용된 과세법리가 납세의무에 관한 법령을 잘못 해석·적용한 결과 정당한 세액을 초과하는 세금이 부과·납부된 경우 그 과세처분에 있는 하자는 무효사유가 된다고 보아야 한다.

[평석]

. 머리말

조세에 관한 법규는 전문성·기술성을 갖고 있고 민법·상법·행정법 뿐만 아니라 회계에 관한 전반적인 지식을 갖추어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분야이므로 그 해석적용을 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그러한 까닭에 납세자는 과세관청의 유권해석에 대부분 의존할 수밖에 없다보니 일견 명백히 보이는 법령 위반이 아니고서는 과세관청의 과세처분이나 세무지도를 용인하고, 납세의무를 이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러한 국민의 순응적인 납세의무 이행이 뒤늦게 조세심판원의 심판이나 법원의 판결로서 잘못된 것이라고 밝혀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러한 경우에 납세의무를 이행한 납세자가 과다하게 납부된 세금을 돌려달라고 할 수 있느냐가 과거에도 여러 차례 문제가 되었으나 최근 대법원 전원합의체를 통하여 다시 한 번 생각해보고자 이 사건 판례 평석에 나서게 되었다.

. 행정처분의 무효와 취소의 법리

1. 학설

행정처분이 위법한 경우에 무효와 취소로 나누어지는데 이를 구별하는 기준으로 다음과 같은 학설들을 들 수 있겠다.

(1) 중대명백설

행정행위의 하자가 중대한 법규의 위반이고 또 외관상 명백한 경우에는 무효이고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취소할 수 있음에 그친다는 견해로서 현재의 통설이다. 이 통설은 하자가 중대하고 또 명백한 것을 병존적 요건으로 본다.

(2) 명백성 보충요건설

하자가 중대하고 그밖에 어떠한 가중요건을 과하느냐 여부는 이익상황을 고려하는 이익형량적 요건을 가중요건으로 보는 견해이다. 여기서 하자의 명백성은 보충적 가중요건이 된다.

(3) 중대설 또는 명백설

하자의 중대성과 명백성은 무효의 요건이 아니고, 하자의 무효성을 판단하는 징표로 보고, 하자가 중대하거나 명백하면 모두 무효로 보는 견해이다.

2. 대법원 판례의 태도

(1) 일반법리: 중대명백설 입장

1980. 12. 23. 선고 80누393 판결에서 ‘부동산을 양도한 사실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부동산을 양도한 것으로 오인하여 양도소득세를 부과하였다면 그 부과처분은 그 하자가 중대하고 명백하여 당연무효이다.’라고 판시하면서 대법원 1963. 10. 22. 선고 63다569 판결과 1969. 11. 11. 선고 69누122 판결을 인용하고 있다. 특히 대법원 2006. 3. 16. 선고 2006두330 전원합의체 판결은 ‘행정처분이 당연무효라고 하기 위하여는 그 하자가 법규의 중요부분을 위반한 중대한 것으로서 객관적으로 명백한 것이어야 한다는 것이 대법원의 확립된 판례이다.’고 극언하고 있다.

(2) 구체적인 법리

그 후 대법원 1985. 7. 23. 선고 84누419 판결은 주류제조면허변경처분 무효확인 사건에서 하자있는 행정처분이 당연무효가 되기 위하여는 그 하자가 법규의 중요한 부분을 위반한 중대한 것으로서 객관적으로 명백한 것이어야 하며 하자가 중대하고 명백한 것인지 여부를 판별함에 있어서는 그 법규의 목적, 의미, 기능 등을 목적론적으로 고찰함과 동시에 구체적 사안 자체의 특수성에 관하여도 합리적으로 고찰함을 요한다고 판시하였다.

(3) 명백성 보충요건 입장 등장

대법원 1995. 7. 11. 선고 94누4615 건설업영업정지처분 무효확인 사건의 전원합의체 판결의 소수의견(대법관 김석수, 안용득)은 ‘행정행위의 무효사유로 판단하는 기준으로서의 명백성은 행정처분의 법적 안정성 확보를 통하여 행정의 원활한 수행을 도모하는 한편 그 행정처분을 유효한 것으로 믿은 제3자나 공공의 신뢰를 보호하여야 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 보충적으로 요구되는 것으로서 그와 같은 필요가 없거나 하자가 워낙 중대하여 그와 같은 필요에 비하여 처분상대방의 권익을 구제하고 위법한 결과를 시정할 필요가 훨씬 더 큰 경우라면 그 하자가 명백하지 않더라도 그와 같은 중대한 하자를 가진 행정처분은 당연무효라고 보아야 한다.’고 하여 이른바 명백성 보충요건설의 입장을 취하는 소수의견이 등장하였다.

(4) 명백성 보충요건설 채택

① 대법원 2009. 2. 12. 선고 2008두11716 판결

원고가 매매계약을 하고 취득세신고를 하였지만 매매계약이 해제된 사안에서 ‘취득세 신고행위는 납세의무자와 과세관청 사이에 이루어지는 것으로서 취득세 신고행위의 존재를 신뢰하는 제3자의 보호가 특별히 문제되지 않아 그 신고행위를 당연무효로 보더라도 법적 안정성이 크게 저해되지 않는 반면, 과세요건 등에 관한 중대한 하자가 있고 그 법적 구제수단이 국세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미비함에도 위법한 결과를 시정하지 않고 납세의무자에게 그 신고행위로 인한 불이익을 감수시키는 것이 과세행정의 안정과 그 원활한 운영의 요청을 참작하더라도 납세의무자의 권익구제 등의 측면에서 현저하게 부당하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 때에는 예외적으로 이와 같은 하자 있는 신고행위가 당연무효라고 함이 타당하다.’라고 판시하면서 당연무효라고 볼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보아 원심판결을 파기하였다.

② 대법원 2014. 3. 27. 선고 2009두12501 판결

원고가 2005. 9. 13. 부동산 매수계약을 체결하고, 2005. 12. 13. 취득세과세표준 및 세액신고를 하고 납부를 하지 아니한 상태에서 2006. 2. 15. 매매계약이 해제되었다. 과세관청은 2006. 3. 10. 납부고지를 하였으나 원고는 납부하지 않고 2007. 12. 26. 신고행위의 무효확인의 소를 제기하였다.

위 사건에서 원심법원은 대법원 2008두11716 판결을 인용하여 당연무효라고 판시하여 과세관청이 상고한 사건으로서 대법원은 원심의 이유설시가 적절하지 않다고만 할 뿐 구체적으로 정당한 이유설시는 하지 않고 결론만 지지하였으니 반쪽 판결을 한 셈이었다. 판결이 공간되지 않아서 재판부 구성을 알 수가 없으나 2009년도에 상고된 사건을 무려 5년을 끌면서 고심하다가 원심이 인용한 2008두11716 판결을 뒤엎지 못하고 이유설시에 동의하지 않으면서 구체적 타당성 있는 원심결론을 유지한 것으로 보인다.

(5) 중대명백설 유지

대법원은 명백성 보충요건설을 채택한 판결을 한 이후에도 주류적 기조는 여전히 중대명백설을 유지해오고 특히 대법원 2012. 2. 16. 선고 2010두10907 전원합의체 판결은 대법관 전원이 중대명백설을 전제로 하여 위헌결정 이후에 이루어진 체납처분의 무효여부에 관하여서만 견해가 엇갈리고 있을 뿐이고, 그 이후 대법원 2017. 11. 14. 선고 2014두47099 판결, 대법원 2009. 4. 23. 선고 2018다287287 판결, 대법원 2019. 5. 16. 선고 2018두34848 판결도 중대명백설의 입장에 서있다.

. 무효와 취소의 구별에 관한 사례

1. 당연무효로 본 판례

① 대법원 1982. 12. 28. 선고 82누120 판결

본건 일시급수사용료 부과처분 및 압류처분의 근거인 서울특별시 급수조례 제37조의 지방세법 준용 규정은 그 징수업무에 관하여서만 준용이 있고, 제2차 납세의무를 규정한 지방세법 제22조는 준용될 여지가 없음은 위 규정의 명분해석으로나 지방자치법 제7조 소정의 조례제정에 관한 일반원칙에 비추어 당연한 귀결이라고 할 것이므로, 피고(서울시 강남 구청장)가 지방세법 제22조의 준용을 전제하여 소외 (갑) 주식회사의 주주이며 이사인 원고를 동 회사의 제2차 납세의무자로 하여 일시급수사용료의 납부고지 및 압류처분을 하였음은 법령에 위반하여 법률상 용인될 수 없는 의무를 국민에게 부과한 것으로 그 하자가 중대하고 명백하여 당연무효라고 할 것이다.

② 대법원 1983. 8. 23. 선고 83누179 판결

부동산을 전혀 양도한 사실이 없는 사람에게 부동산을 양도한 사실이 있는 것으로 오인하고 양도소득세를 부과하였다면 그 부과처분은 착오에 기한 행정처분으로서 그 표시된 내용이 중대하고 명백한 하자가 있다 할 것이어서 당연무효라고 할 것이다.

③ 대법원 1985. 5. 14. 선고 83누655 판결

조세에 관한 소멸시효가 완성되면 국가의 조세부과권과 납세의무자의 납세의무는 당연히 소멸한다 할 것이므로 소멸시효 완성 후에 부과된 부과처분은 납세의무 없는 자에 대하여 부과처분을 한 것으로서 그와 같은 하자는 중대하고 명백하여 그 처분의 효력은 당연무효이다.

④ 대법원 1996. 1. 26. 선고 95다7451 판결

부과처분 전에 실제 매입가격이 소명된 경우, 매입가액이 아닌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산정한 개발부담금 부과처분은 당연무효라고 할 것이다.

⑤ 대법원 1998. 4. 23. 선고 95다26476 전원합의체 판결

소외 연합조합은 단체로서의 주요 사항이 확정되어 있는 이른바 비법인사단이라고 할 것이므로, 이 사건 토지에 대한 위 택지조성사업시행자 및 그 개발부담금 납부의무자는 그와 같은 비법인사단인 소외 연합조합이고, 그 조합원에 지나지 않은 원고들을 위 택지조성사업 시행으로 인한 개발부담금 납부의무자라고 볼 것은 아니라고 할 것인바, 이 사건 부과관청이 개발부담금 납부의무자도 아닌 원고들에게 개발부담금을 부과·고지한 처분은 아무런 법령상의 근거가 없는 위법한 것으로서 그 하자가 중대하고 명백하여 무효이고 따라서 피고는 무효인 개발부담금 부과처분에 의하여 얻은 이익을 부당이득으로서 원고들에게 반환할 의무가 있다.

⑥ 대법원 2001. 6. 1. 선고 99다1260 판결

납세자가 관할 없는 세무서장에게 자산양도차익예정신고와 함께 양도소득세 등을 자진납부하였으나, 관할 세무서장이 이를 간과하여, 당연히 하여야 할 자산양도차익예정신고납부세액공제를 하지 아니한 채 신고불성실 및 납부불성실 가산세까지 가산한 총결정세액에서 납세자의 기납부세액을 차감하지 아니한 양도소득세 등을 납세고지한 경우, 위 신고 및 자진납부가 납세지 관할 세무서장 이외의 세무서장에게 한 것이라 하더라도 그 효력에는 영향이 없으며, 그것이 관할 세무서장이 확정한 과세표준 금액보다도 더 많은 금액을 기준으로 하여 관계 규정에 따라 계산된 세액이라면, 관할 세무서장이 인정한 처분사유에 의하여 양도소득세 등 부과처분으로 확정된 과세표준에 따른 양도소득세 등의 구체적 납세의무는 위 예정신고납부에 의하여 위 확정시에 모두 소멸된 것으로 보아야 하고, 위 납세고지에 의한 양도소득세 등 징수처분은 이미 납세의무가 소멸하여 더 이상 납세의무를 지지 않는 자에 대하여 이행을 명하는 것으로서 그 하자가 중대할 뿐만 아니라 객관적으로 명백하여 당연무효이다.

또한 압류의 원인이 된 부가가치세가 완납되었음에도 양도소득세 등 징수처분에 따른 양도소득세 등이 체납되었음을 이유로 하여 압류가 해제되지 아니한 채 공매절차가 진행된 경우, 위 양도소득세 등 징수처분이 무효라면 토지에 대한 공매처분 역시 당연무효이다.

⑦ 대법원 2002. 6. 28. 선고 2001다60873 판결

위헌결정 이전에 이미 택지초과소유부담금 부과처분과 압류처분 및 이에 기한 압류등기가 이루어지고 위 각 처분이 확정되었다고 하여도, 위헌결정 이후에 별도의 행정처분으로서 다른 재산에 대한 압류처분, 징수처분 등 체납처분절차를 진행하였다면 이는 근거되는 법률이 없는 것이어서 그 하자가 중대하고 명백하여 당연무효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⑧ 대법원 2003. 10. 10. 선고 2001다61586 판결

피고 구청장이 구법 제9조 제3항, 구법 시행령 제8조 제1항 제2호를 적용하여 위 각 토지의 개발사업완료시점을 아파트 등의 임시사용승인일로 인정한 것이라 본다 하더라도 이 사건 처분 당시에는 이미 대법원의 판결에 의하여 위 시행령 규정이 무효라고 선언된 이후이므로 그 하자는 명백하다고 보아 당연무효라고 한다.

⑨ 대법원 2007. 9. 6. 선고 2005다43883 판결

회사정리 개시결정 전에 조세채권이 추상적으로 성립하여 있었다고 하더라도 장차 부과처분에 의하여 구체적으로 정하여질 조세채권을 정리채권으로 신고하지 아니한 채 정리계획인가결정이 된 경우에는 구 회사정리법(2005. 3. 31. 법률 제7428호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부칙 제2조로 폐지) 제241조의 규정에 따라 과세관청이 더 이상 부과권을 행사할 수 없으며, 따라서 그 조세채권에 관하여 정리계획인가결정 후에 한 부과처분은 부과권이 소멸한 뒤에 한 위법한 과세처분으로서 그 하자가 중대하고도 명백하여 당연무효이다.

⑩ 대법원 2008. 3. 27. 선고 2006다1633 판결

이 사건 소유권일부이전등기는 이 사건 대지 중 1,547분의 701.2 지분에 관한 대지권등기가 마쳐진 이후 위 대지 지분 중 일부에 대하여 이루어진 것으로서 등기부등본 자체만으로도 이 사건 과세대상인 증여가 존재하지 않음이 명백한 점, 그에 따라 이 사건 소유권일부이전등기도 부동산등기법에 의한 직권말소 대상에 해당할 뿐만 아니라 이 사건 처분에 의한 납부 역시 실체법상 근거가 전혀 없는 점, 또한 이 사건 처분의 과세대상인 증여 성립 여부와 관계있는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상 전유부분과 대지사용권의 일체성에 대하여는 그 법리의 해석에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처분에 존재하는 하자는 중대하고도 객관적으로도 명백하다고 할 것이므로, 이 사건 처분이 당연무효라고 함이 타당하다.

⑪ 대법원 2017. 11. 14. 선고 2014두47099 판결

신고납세방식인 조세(부가가치세)에서 과세표준 등의 신고행위나 이에 기초한 과세처분이 객관적으로 타당한 법적근거와 합리성이 없는 경우에 그 하자가 중대하고 명백하여 무효라고 할 것이다.

⑫ 대법원 2019. 5. 16. 선고 2018두34848 판결

갑이 병원에서 근로자로 근무하면서 근로소득을 얻었음에도 자신이 직접 병원을 운영하여 사업소득을 얻은 것처럼 법정신고기한 내에 종합소득 과세표준확정신고 및 납부계산서를 제출하였더라도, 이는 자신이 얻은 근로소득을 사업소득에 포함하여 종합소득 과세표준을 신고한 것으로 볼 수 있으므로, 갑이 종합소득 과세표준을 무신고하였음을 전제로 한 무신고가산세 부과처분은 위법하고, 또한 이러한 하자는 과세처분의 근거가 되는 법규의 목적·의미·기능 등을 목적론적으로 고찰해 볼 때 중대하고 객관적으로도 명백하므로, 무신고가산세 부과처분은 당연무효이다.

2. 취소사유로 본 판례

① 대법원 1982. 10. 26. 선고 81누69 판결

원고의 부동산 취득이 매매냐, 증여냐 하는 점은 위 원고가 이를 매수할 수 있는 충분한 자력이 있고 그의 자금에 의하여 매수한 것이냐의 여부를 자세히 조사하여야 비로소 밝혀질 수 있는 것이므로 이 사건 과세처분에 위와 같은 과세요건 사실을 오인한 위법이 있었다 하더라도 그것만으로 그 위법함이 객관적으로 명백하다고 볼 수 없다.

② 대법원 1983. 4. 26. 선고 83누55 판결

세무서장이 양도소득세를 부과함에 있어 납세고지서에 세액산출 근거를 누락시킨 경우라면 그 과세처분 자체가 위법하게 되고 하자있는 처분으로서 취소대상이 된다 할 것이나, 그 하자가 중대하고 명백한 것이라고는 할 수 없으므로 당연무효 사유는 될 수 없다.

③ 대법원 1990. 7. 13. 선고 90누2901 판결

회사가 제3자로부터 부동산을 매수하여 취득함에 있어서 불가피한 사정으로 대표이사 개인명의로 그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하여 소유자명의를 신탁하였다가 다시 회사의 명의로 그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한 경우, 과세관청이 상속세법 제32조의2에 따라 대표이사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가 된 날에 회사가 대표이사에게 그 부동산을 증여한 것으로 보아 대표이사에 대하여 증여세와 이에 따른 방위세를 부과한 과세처분에, 그 과세처분을 무효라고 볼 만한 중대하고도 명백한 하자가 있다고 볼 수 없다.

④ 대법원 1991. 5. 10. 선고 90누3485 판결

조세회피의 목적이 없이 부동산을 명의신탁한 경우임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하여 상속세법 제32조의2의 규정(1990.12.31. 법률 제428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을 적용하여 증여로 의제하고 증여세를 부과하였다거나, 또는 증여세 부과의 원인이 된 소유권이전등기가 원인이 없어 무효로 된 이와 같은 경우의 그 증여세부과처분은 위법이라고 할 것이지만 이러한 하자는 취소사유에 지나지 아니하며 부과처분을 당연무효라고 하게 되는 중대하고도 명백한 하자라고 할 수는 없는 것이다.

⑤ 대법원 1994. 8. 26. 선고 93다15267 판결

양도담보권자에게 부과된 양도소득세 등의 부과처분은 납세의무 없는 자에게 부과된 하자가 있어 위법한 것이기는 하지만 과세관청으로서는 양도담보권자가 그 납세의무자인 것으로 오인할 만한 객관적인 사정이 있는 것이므로 그 하자가 중대명백하여 당연무효인 것이라고 할 수 없다.

⑥ 대법원 2005. 7. 14. 선고 2003다35635 판결

개발부담금 부과처분상 위법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 하자가 부과처분 당시 해석상 다툼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객관적으로 명백한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으므로 위 개발부담금 부과처분이 당연무효라고 볼 수 없다.

⑦ 대법원 2006. 10. 26. 선고 2005다31439 판결

행정청이 구 대도시권 광역교통관리에 관한 특별법 제11조 제4호 단서의 적용 범위를 잘못 해석하여 위 법 시행일 전에 택지개발사업 승인을 받은 사업자에게 광역교통시설부담금 부과처분을 하였다 하더라도 그 하자가 중대하기는 하나 명백하다고 할 수 없다.

⑧ 대법원 2007. 3. 16. 선고 2006다83802 판결

주택건설사업 시행자가 확·포장공사비를 부담한 도로는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 제25조의 ‘진입도로’에 해당하지 않아 그 공사비를 광역교통시설부담금에서 공제하여야 하는데도 이를 공제하지 않고 위 부담금을 부과한 경우, 이는 광역교통시설 부과대상의 법률관계나 사실관계를 오인한 것에 지나지 아니하므로 그 하자가 객관적으로 명백하다고 할 수 없어 위 부과처분이 당연무효가 아니다.

⑨ 대법원 2007. 5. 10. 선고 2005다31828 판결

하자 있는 행정처분이 당연무효가 되기 위해서는 그 하자가 법규의 중요한 부분을 위반한 중대한 것으로서 객관적으로 명백한 것이어야 하며, 하자가 중대하고 명백한지 여부를 판별함에 있어서는 그 법규의 목적, 의미, 기능 등을 목적론적으로 고찰함과 동시에 구체적 사안 자체의 특수성에 관하여도 합리적으로 고찰함을 요하는바, 행정청이 어느 법률관계나 사실관계에 대하여 어느 법률의 규정을 적용하여 행정처분을 한 경우에 그 법률관계나 사실관계에 대하여는 그 법률의 규정을 적용할 수 없다는 법리가 명백히 밝혀져 그 해석에 다툼의 여지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행정청이 위 규정을 적용하여 처분을 한 때에는 그 하자가 중대하고도 명백하다고 할 것이나, 그 법률관계나 사실관계에 대하여 그 법률의 규정을 적용할 수 없다는 법리가 명백히 밝혀지지 아니하여 그 해석에 다툼의 여지가 있는 때에는 행정관청이 이를 잘못 해석하여 행정처분을 하였더라도 이는 그 처분 요건사실을 오인한 것에 불과하여 그 하자가 명백하다고 할 수 없는 것이다

이 사건 도시개발사업지구 안에서 주택건설사업을 시행하는 원고는 부담금 부과대상이 아니라 할 것인데, 이 사건 처분은 그 근거법령을 잘못 해석하여 부담금 부과대상이 아닌 원고에 대하여 부담금을 부과한 것으로서 그 하자가 중대하다. 그러나 위와 같은 법리는 이 사건 처분이 있은 후에 비로소 대법원판결에 의하여 선언되었다는 점 등에 의하여 그 하자가 명백하다고 볼 수 없다.

⑩ 대법원 2009. 10. 29. 선고 2007두26285 판결

변상금연체료 부과처분의 근거인 ‘서울특별시 공유재산 관리 조례’의 관련 규정이 지방재정법 등 상위법령의 위임이 없어 효력이 없는지 여부가 해석상 다툼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객관적으로 명백하다고 할 수 없다.

⑪ 대법원 2015. 4. 9. 선고 2012다69203 판결

해산간주된 휴면회사이던 갑 주식회사가 회사계속등기를 마친 다음, 서울 소재 부동산을 매수하여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치고 위 부동산 취득이 중과세율 적용 대상이라는 관할구청의 통지에 따라 중과세율을 적용한 등록세 등을 신고·납부하였는데, 그 후 위와 같은 경우는 등록세의 중과 대상이 아니라는 취지의 대법원판결이 선고되자 지방자치단체를 상대로 부당이득반환을 구한 사안에서, 위 신고행위는 법 해석에 합리적인 다툼의 여지가 있는 부분에 관하여 납세의무가 있는 것으로 오인하여 등록세 등을 자진 납부한 것에 불과하므로, 당시에는 그 하자가 명백하였다고 볼 수 없다.

. 주제판결 검토

1. 중대명백설과 중대설의 대립

국민의 권리구제기능보다는 행정의 안정성을 중시하는 중대명백설의 기조 하에서 어렵게 정의실현과 국민권리구제 폭을 넓히는 명백성 보충요건설의 씨앗이 뿌려진 대법원 1995. 7. 11. 선고 94누4615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김석수, 안용득 대법관의 소수의견이 2009. 2. 12. 선고 2008두11716 판결에서 첫 열매를 맺게 되었다. 그러나 그 후 또 다시 동면기로 들어갔다가 이번 주제판결 전원합의체를 통하여 종래의 명백성 보충요건설을 뛰어넘어 조세법률관계에서는 하자가 중대하면 무효라고 하는 혁명적인 소수의견이 대두하였다.

2. 다수의견: 중대명백설 입장

다수의견은 다음과 논거를 제시하면서 중대명백설을 유지하고 있다.

가. 과세처분에 존재하는 하자를 무효사유로 인정하는 것은 예외적인 경우로 한정하여야 하고, 이로써 납세자에 대한 구제는 원칙적으로 조세법률관계의 특성을 반영하여 마련된 조세법상 구제절차를 통하여 해결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나. 과세처분에 존재하는 하자는 원칙적으로 취소사유에 해당한다고 보되, 다만 그 하자가 중대하고 명백하여 조세행정에 관한 법적 안정성에 대한 요청을 관철하여서는 아니 될 만한 예외적인 경우에만 이를 무효사유로 보아야 바람직하다는 것이 조세법률관계의 특성을 반영하여 마련된 조세법상 구제절차를 염두에 둔 정당한 해석론이다. 다수의 판례가 ‘과세처분이 당연무효라고 하기 위하여서는 그 처분에 위법사유가 있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그 하자가 중요한 법규에 위반한 것이고 객관적으로 명백한 것이어야 한다.’는 법리를 선언해 온 것은 그러한 취지를 반영한 것이다. 다수의견과 같이 보아야만 공·사법의 구별을 바탕으로 민사소송 절차와 별도로 조세법상 구제절차를 따로 마련하고 있는 현행 조세법 체계에 부합한다.

다. 다수의견과 같이 무효사유를 제한적으로 보는 기조를 유지하더라도 구체적 사안에서 납세의무를 부담시키는 것이 매우 부당한 경우에는 납세자를 구제할 수 있는 보완책이 없는 것은 아니다. 국세기본법 등에 경정청구제도가 도입되어 납세자의 신고가 있는 경우 일정한 기간 내에 과세표준과 세액을 경정할 수 있게 되었고, 그 경정청구기간 역시 계속 연장되어 현재는 부과제척기간이나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의 시효기간에 상응한 5년에 이르는 등 납세자는 경정청구권이라는 조세법상 구제수단도 가지고 있다. 따라서 다수의견과 같은 입장을 취하더라도, 반드시 납세자 구제를 외면한다거나 그 구제가 미흡하다고 볼 수 없다.

라. 납세자가 조세쟁송 과정에서 과세처분에 적용된 법리가 잘못된 법령해석에 기인한 것이어서 과세처분이 위법하다고 주장하는 경우 그와 같은 유형의 하자를 모두 무효사유로 본다면 이는 실제에 있어 조세행정과 관련된 하자의 대부분을 무효사유로 보자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과세처분 하자의 무효사유를 이와 같이 넓게 확장할 경우, 납세자의 행정청에 대한 불복절차와 행정소송절차가 유명무실화되면서, 조세법률관계에 관한 다툼은 행정심판 및 행정소송을 아예 거칠 필요가 없는 민사법 영역의 분쟁으로 변모할 가능성이 높다.

마. 과세처분에 존재하는 하자가 무효사유인지 취소사유인지 여부는 해당 사건에서 제반 고려사항을 기초로 하여 실체법적으로 가려져야 할 뿐, 관련사건의 대법원판결 선고와 같은 외부적 사정을 계기로, 즉 해당 사건도 아닌 별개의 관련사건에서 대법원판결이 선고되었다는 사정을 계기로 하여 결정될 수 있는 성질의 문제가 아니다.

바. 납세의무자가 실제로 과오납 세금 상당액을 부당이득으로 반환받으려면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의 소멸시효 완성 이전에 그 무효사유를 인정받아야만 할 터인데, 부당이득 반환을 구하는 납세의무자 본인의 행동이나 의지와는 관계없이, 다른 납세의무자가 제기하는 관련사건에서 언제 대법원판결이 선고되느냐를 기준으로 부당이득반환청구 가능성이 결정된다는 등의 납득하기 어려운 불합리한 현상이 생긴다.

사. 과세관청이 어느 하나의 견해를 취하여 법령을 해석·운영하여 왔고 거기에 상당히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인정됨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사정을 도외시하고 과세관청의 해석이 이후에 그와 다른 견해를 취한 대법원판결을 통하여 잘못된 것으로 밝혀지기만 하면 이로써 과세관청의 종전 해석에 기초한 과세처분이 과세요건 명확주의의 원칙에 반하여 항상 무효라고 보는 것은 위 원칙의 본래 취지나 조세법률관계의 특성 등에 비추어 타당하지 않다.

아. 조세법은 공·사법의 준별을 전제로 공법상 법률관계에 해당하는 조세법률관계의 특수성을 반영하여 납세자에게 다양한 구제수단을 부여하고 있고 이에 따라 조세행정의 실무가 정착된 상태이다. 이와 같이 조세법상 각종 구제수단과 쟁송절차가 제도적으로 정비되어 있는 상태에서 공법상의 구제수단을 활용하지도 아니한 납세자에게, 조세법률주의나 납세정의라는 추상적인 당위성만을 동원하여 종래 예외적으로 운용되어 오던 민사소송을 통한 구제수단을 폭넓게 인정함으로써, 조세법 체계의 전반을 흔들어 조세행정에 혼란을 가져올 필요가 있는지도 의문이다.

3. 소수의견: 중대설 입장

소수의견은 다음과 같은 논거를 제시하면서 중대설 또는 명백성 보충요건설의 타당성을 역설하고 있다.

가. 다수의견은 조세법률주의에 반하고, 조세정의의 근간을 훼손할 여지가 있다. 납세의무에 관한 법령이 충분히 명확하지 못하여 해석에 다툼의 여지가 있다면 그러한 법령에 바탕을 둔 세금의 부과·신고·납부는 조세법률주의 원칙에 역행하는 것으로서 그 효력이나 정당성을 인정받기 어렵다. 그런데도 다수의견은 행정행위의 당연무효에 관한 중대명백설을 과세처분에 그대로 적용함으로써, 충분히 명확하지 못한 법령을 잘못 해석하여 한 과세관청의 과세처분이라도 그 하자가 명백하지 않아 무효사유가 되지 않는다고 한다. 이러한 다수의견의 결론은 과세관청의 자의적 과세를 용인하여 조세법률주의와 충돌할 염려가 있고, 조세 정의의 근간을 훼손할 여지도 있다.

나. 법령에 대한 잘못된 해석으로 인한 불이익을 납세의무자에게 전가시켜서는 안 된다. 과세처분에 납세의무에 관한 법령을 잘못 해석한 중대한 하자가 있고, 그로써 납세의무 없는 세금이 부과·납부된 경우, 그 과세처분의 효력을 무효로 보지 않는 다수의견은 잘못된 법령 해석으로 인한 불이익을 과세관청이 아닌 납세의무자에게 전가시키는 결과가 되어 납득할 수 없다. 다수의견의 논리는 결과적으로 위와 같은 국가의 책임전가를 가능하게 하는 이론으로서, 이는 우리의 헌법이념에 반함은 물론이고 보편적 도덕관념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다. 과세관청이 어느 법률관계나 사실관계에 대하여 법령의 규정을 적용할 수 있다는 해석론에 기초하여 과세처분을 하였으나, 그 해석론이 잘못되었다는 법리가 뒤늦게나마 분명하게 밝혀져 과세처분에 정당성이 없다는 사정이 확인되었으면, 국가는 충분한 구제수단을 부여하여 이를 바로잡을 필요가 있을 뿐 아니라 바로잡는 것이 마땅하다. 국가가 그러한 구제수단을 마련하지 않거나 구제수단을 제한한 채 납부된 세액의 반환을 거부하고 그 이익을 스스로 향유한다면, 국민의 권리와 재산을 지킨다는 본연의 존립 목적에 반하는 것이다.

라. 과세관청의 잘못된 해석론에 기초한 과세처분에 대한 항고소송의 불복기간이 도과하였다는 이유만으로 그에 따른 결과를 스스로 시정하지 않고 납세의무자에게 불이익을 감수하라고 하는 것은 납세의무자의 권익구제 등 측면에서 매우 부당하다. 이는 과세관청이 제척기간 내에 언제든지 조세를 다시 부과할 수 있고, 여기에 행정상 제재인 가산세도 동반될 수 있다는 점과 비교하여 보더라도 더욱 그러하다.

마. 적어도 대법원판결로 과세법리가 잘못되었음이 확실하게 확인된 경우에는 그 하자를 무효사유로 보아야 한다. 대법원판결이 선고되어 어떤 과세법리가 법령을 잘못 해석·적용한 데에서 비롯되었음이 밝혀지는 경우야말로, 그러한 과세법리가 적용된 과세처분이 당초부터 객관적으로 타당한 법적 근거와 합리성을 결여하고 있음을 알게 되는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즉 해당 과세법리에 객관적으로 타당한 법적 근거와 합리성이 없다는 점이 대법원판결이 선고된 것을 계기로 확인되는 데에 불과하므로, 그 판결로 확인할 수 있는 법적 근거와 합리성이 없다는 사정은 그 판결이 선고되기 이전과 이후에 동일하게 적용되어야 한다.

바. 판례가 이미 허용하고 있는 민사소송에 의한 납세자 구제범위를 넓히는 방향으로 확대하자는 것이지, 종래에 허용되지 않던 납세자 구제방법을 새롭게 허용하는 질적 변경을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이러한 해석론 때문에 조세행정의 특수성, 전문성에 기초하여 마련된 별도의 절차인 조세법상 구제절차 또는 조세법 체계의 근간이 흔들리는 것도 아니다.

사. 과세처분의 무효 여부를 다수의견이 제시하는 바와 같은 하자의 명백성이라는 불명확한 개념과 적용방법에 결부시켜 판단하는 것은 적절하다고 할 수 없다. 다수의견은 그러한 획일적 기준을 이 사건에 적용한 나머지, 관련사건에서 대법원판결이 선고되어 과세법리에 법령을 잘못 해석하였음이 밝혀지는 시점을 기준으로, 그 이전 과세처분에는 하자의 명백성이 없고, 그 이후 과세처분에는 하자의 명백성이 인정된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다수의견의 이러한 결론은, 관련사건의 대법원판결이 언제, 어떻게 선고되느냐에 따라 과세처분의 무효 여부가 나뉜다는 획일적인 판단에 해당한다고 보일 뿐, 법규에 대한 목적론적 고찰과 구체적 사안에 대한 특수성 등에 대한 합리적 고찰을 통한 종합적 고려의 결과라고 하기도 어렵다. 과세처분이 당연무효인지 여부는 그 처분의 하자가 중대한지 여부만으로 판단하는 것이 옳다.

소수의견에 선 대법관은 김신(주심), 권순일, 김재형, 박정화 4분이다.

4. 결론: 개인적인 의견

다수의견은 행정쟁송과 민사소송의 이원화제도를 존중하고, 국고중심주의 사고라고 할 수 있겠다. 반면 소수의견은 조세정의를 실현하고 국민의 권리구제 폭을 넓혀야 한다는 신념을 보여주고 있다. 이 사건에서 다수의견은 종합부동산세에 공제될 재산세액 계산이 잘못되었다는 대법원 판결이 선고된 이후 부과분은 당연무효로 보고, 소수의견은 대법원 판결 선고 이전에 부과된 것도 당연무효로 보고 있다.

생각하건대 대한민국 수립과 더불어 시작된 근대적인 조세제도를 통하여 국가의 재정을 확보하여 온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동안 국가주도의 경제발전전략에 따라 증세 위주의 조세행정이 수행되었고, 행정부 주도의 조세입법으로 인하여 국민의 민주적 조세주권은 미약하였다고 볼 수 있다. 민주화 정부가 들어선 후에 과세권에 대응하는 납세자의 시정요구권(경정청구권)의 신설도입과 기간확대, 과세 전 적부심사청구, 세무조사의 통제 등으로 납세자권이 신장되어 왔으나 권리구제 측면에서 아직도 미흡하다고 본다.

일반행정처분은 행정처분을 매개로 하여 제3자가 이해관계를 맺는 경우가 허다하므로 행정의 계속성과 안정성을 위하여 당연무효를 인정하려면 하자가 중대하고 객관적으로 명백해야 한다는 중대명백설을 취하는 것은 납득할 수 있다. 그러나 조세법률관계는 과세관청과 납세자 간의 금전채권채무관계에 불과하여 이와 관련하여 거래관계 등을 맺는 제3자의 보호문제가 생기지 않고, 특별히 보호할 공익도 없으므로 과세관청을 신뢰하고 납세를 순응한 납세자를 보호하는 것이 정의에 합당하기에 하자가 중대하면 조세신고행위나 과세처분을 무효로 봄이 타당하다.

다수의견이 우려하는 중대설이 채택되면 행정쟁송은 공동화되고 민사소송화 할 것이라는 것은 기우에 지나지 않는다. 대부분의 실무상 조세쟁송은 사실인정을 둘러싼 사안이기대문이고 법령해석을 다투는 것은 소수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건국 이전에 조선은 유교를 국시로 한 나라이다. 유교는 도덕과 예의로서 나라를 다스리고 법으로 강제하거나 시비를 가리는 것은 하책으로 삼는다. 사회구조도 사농공상(士農工商)으로 구분되어 상층계급인 관리와 선비가 도덕과 예의로서 사회를 교화하거나 지도하다보니 자연히 국민의 법감정이나 법의식은 법에 호소하여 권리투쟁을 하는 것을 주저하거나 등한시 하고 국가의 행정지도를 순응하게 되는 것이다.

행정관청에서 세법해석을 잘못하여 부당하게 과세를 한 것이 밝혀졌다면 비록 이에 대하여 행정쟁송 등 불복절차를 밟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국가는 국민의 보호의무상 당연히 부당하게 징수한 세금을 스스로 돌려주어야 한다. 이것이 국가의 책무이고 국민의 신뢰를 확보하는 것이다. 일찍이 공자는 국가가 위기에 처하였을 때에 마지막까지 지킬 것이 국민의 신뢰라고 하였다.

이제 모든 법제도의 운용은 국가위주 또는 행정편의주의가 아닌 국민위주와 국민주권주의 관점에서 새로운 시각에서 운용되어야 할 시대가 왔다고 본다. 필자는 이러한 관점에서 조세 및 준조세법률관계에서 무효여부는 하자가 중대하면 무효로 보는 중대설 내지 소수의견에 찬성을 한다. 다만 일반행정법 관계에서는 명백성 보충요건설에 따라 하자가 중대하면 원칙적으로 무효로 보되 명백성을 예외적으로 무효로 보기에 적절하지 않은 경우에만 요구되는 보충적인 요건으로 보는 명백성 보충요건설의 견해를 지지한다.

현재 국내에서 조세법률관계에서 중대명백설을 지지하는 학자나 실무자를 찾아보기 어렵다. 이와 같이 이원론적으로 보더라도 판례의 일관성이 없다고 할 수 없고, 일본의 최고재판소의 판례도 이와 같은 경향으로 보인다. 대법원이 이와 같이 중대명백설에 집착하는 것은 대법관 구성이 대부분 직업법관으로 구성되어 무의식의 저변에 법관도 공무원의 일원으로서 국가의 세입을 지켜야 한다는 흐름이 있지 않냐 하는 의구심을 가지게 한다.

대법원은 이제 법원의 본질적인 기능인 행정부에 대한 통제와 국민의 권리구제에 더 역점을 두는 방향으로 변화하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