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탄가게 장남이 이만큼 성공한 건 막걸리 한 잔도 나눴던 아버지 덕분”

[조선일보] 2011. 9. 28. 김수혜 기자

학교 갔다 돌아오면 가방만 벗어놓고 연탄을 배달했다. 김백영(55) 법무법인삼덕 대표변호사는 1970년대 초반 부산 감만동 달동네를 누비는 연탄가게 장남이었다.

“학벌과 경력만 보면 아버지는 그렇게 힘들게 살지 않아도 되는 분이었어요. 고등학교 다니다 6·25 전쟁에 나가 1958년 육군 중위로 전역했는데, 그때만 해도 군 출신은 취직 청탁이 잘 통했지요.”

하지만 그의 아버지는 ‘남에게 도움이 될지언정 원칙을 어기지 않겠다’는 주의였다. 남들에게 뭘 나눠줄 처지가 아니었지만, 막걸리 한 잔도 주위와 나눠 마셨다. 김 변호사는 아버지에게 영향을 받아 기부 인생을 시작한 11명 중 한 명이었다.

그는 국세청 공무원으로 근무하면서 사법시험을 준비해 1984년 판사가 됐고 10년 뒤 변호사로 개업했다. 판사 시절인 1991년 100만원을 기부했지만, 본격적인 기부는 1993년 아버지가 63세로 별세한 뒤 부터였다. 그는 지금까지 5억원을 기부했다.

“아버지의 막노동은 무능이 아니라 정직이었어요. 저는 두 가지가 확실하다고 봐요. 자본주의가 안정되게 발전하려면 반드시 ‘기부’라는 가치가 함께 가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뒤처진 사람들의 불만이 끓어올라 임계점이 옵니다. 그리고 ‘적선지가(積善之家)에 필유여경(必有餘慶)’이라고 했어요. 내가 이만큼 온 것도 아버지의 음덕이 아닐까요.”